크메르 루주

ខ្មែរក្រហម(Khmerokraham)

개요

불어로 '붉은 크메르'라는 뜻으로, 1967년 탄생한 캄보디아의 급진적인 좌익무장단체. 1980년대에 국내 언론이나 교과서를 통해 알려진 이름인 크메르 루주(Les Khmers rouges)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좌익무장단체 시절

북베트남의 지원을 받아 탄생하게 되었으며, 베트남 전쟁 시기 세력을 확대하여 캄보디아 농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사실 붉은 크마에가 세력을 확장하고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크다. 베트남 전쟁 과정에서 미군은 베트콩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캄보디아 지역도 폭격을 가했으며, 우익세력의 쿠데타를 획책했다.[* 물론 미국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벌였던 것은 아니었다. 본래 캄보디아는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 외교를 하고 있다가,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 이후 미국과의 국교를 단절하고 친소 친중 정책을 폈었다.]

본래 캄보디아는 노로돔 시아누크가 사실상 독재하고 있었고, 영구독재를 위한 탄압과 좌우익의 대립으로 국가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970년 우익 쿠데타가 벌어져 론 놀에 의한 친미정권이 수립되면서, 오히려 국가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러한 ~~병크~~행동은 오히려 공산세력이 득세하는 결과를 낳았고[* 특히 국외로 망명했던 시아누크는 공산세력이 쿠데타 정권을 전복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이를 선동했다.], 캄보디아 내에서 반미 정서가 팽배해졌다. 이 과정에서 크메르 루주가 론놀 정권을 무너뜨리고, 1975년 4월 17일에 수도 프놈펜을 점령했다.

크메르 루주 정권시절

그렇게 1975~79년 공산 정권인 민주 캄푸치아를 세운 후, 킬링필드라는 참혹한 대학살극과 모든 인민의 농민화를 명분으로 북한 조선로동당 수준으로 학정을 펼쳤다.(이 통치 시기에 관해서는 캄보디아/역사 문서를 참고바람.) 또한 민주 캄푸치아는 베트남에게 뺏긴 고토회복을 외치며 베트남과 국경분쟁을 벌이며 충돌하다가, 베트남군과 베트남을 지지하는 반 크메르루주 캄보디아 공산동맹군의 공격으로 정권이 붕괴했다. --21세기초에 이들과 비슷한 광신도 일당들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게 된다--

게릴라 투쟁에서 해체까지

정권은 붕괴되었지만, 폴 포트와 그 세력은 잔존하여 게릴라전을 벌였다. 이 시기 미국은 도미노 이론과 진영논리에 따라 배후에서 크메르 루주세력을 지원했다.[* 당시에는 베트남이 공산화된 이후,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공산화되었다. ~~사실 미국도 직간접적으로 이들의 공산화에 큰 기여를 했다.~~ 이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전체가 공산화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었다.] --전격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이건 뭐 소련 몰아내자고 미국이 나치랑 손잡은 격-- 덕분에 미국이 학살자들을 지원했다고 엄청 욕먹고, 지금도 크메르 루주를 이념적으로 비난하면 그러한 크메르 루주를 지원했던 미국은 뭐냐라는 식으로 반론당하기도 한다. ~~뭐긴 뭐야 둘 다 개새끼지~~ 정권을 비난하며 80년대 반공 교육으로 크메르 루주가 사람 죽이는 사진을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싣으며 교육하던 한국에선 당연히 그 크메르 루주를 미국이 지원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베트남이 캄보디아에 개입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다른 이웃국가인 라오스는 아예 원칙적으로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는데, 라오스 또한 베트남의 국력에 미치지 못하는 건 사실이었으나 이것 뿐만 아니라 라오스 내의 공산주의자들이 보기에도 크메르 루주가 외치는 주장들은 도무지 공산주의라고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오스의 경우는 왕정에서 사회주의 정권으로의 이양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된 사례였기 때문에[* 라오스는 왕당파, 우파, 좌파 가릴 것 없이 해당 세력의 수장들이 모두 왕위계승권을 가진 왕자들이었고 (...) 급기야 세명 다 아버지가 같은 이복형제 관계였다. 인류 역사를 보면 형제라고 숙청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라오스의 경우는 좌파가 정권을 쥐고도 다른 세력을 이끌던 왕자들에 대한 숙청이 없었다.] 라오인들 입장에서 갖은 소동을 겪으며 공산화가 이루어지던 당시 캄보디아의 모습을 상당히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91년 UN 중재로 내전(이 내전 양상이 조금 복잡하다.)은 종식되지만, 크메르 루주는 이 협상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6년 평화협상이 체결되면서 크메르 루주에 속했던 이들이 속속 캄보디아에 귀순하게 되고, 1999년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재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거사 청산과 전범재판

그러던 가운데 21세기에 들면서 UN의 지원하에 캄보디아 전범재판소가 설립되고, 근 30년 만에 학살에 가담한 크메르 루주 인사들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때엔 크메르 루주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폴 포트가 죽은 뒤였다. 이미 그는 1998년에 사망.] 물론 이러한 재판은 단순히 크메르 루주라는 이유로 묻지마 처벌을 벌인 것은 아니다.

사실 크메르 루주에 속했다가 회개한 이들은 많다. 크메르 루주가 지배할 당시 살기 위하여[*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인 경우도 많았다.] 크메르 루주에 가입하여 학살에 앞장서거나 동원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범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죄하고 용서받은 뒤로 머리카락을 밀고 승려들이 된 전직 크메르 루주 간부들도 많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찾아가 발을 씻겨주면서 용서를 빌었다.[* 동남아에선 남의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내가 머슴이 되어 당신을 대접한다는 뜻과 모든 진심을 다하여 사죄한다는 뜻이다.]

가장 첫 번째로 재판이 이루어진 것은 S-21 교도소[* 정치범수용소로 20만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와 고문당했다. 여기서 공식적인 사망자는 1만 7천 명이지만 수감자들의 증언을 보면 그 몇 배는 더 된다고 한다. 크메르루즈 집권 시절, 교도소들이 다 그렇지만 소장이 직접 고문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는 여기가 유일했다고. 정신무장이란 이름으로 똥을 먹게 하지 않나, 아이들을 죽이게 하는 명령을 내렸다든지 아주 지옥이었다. 그러니 여기 소장이니 잊힐 리가 없었다.] 소장이며, 일급 고문자였던 카잉 구엑 이에우(Kaing Guek eav 또는 lew. 1942~ 일명 두크(Duch) 동무[[1]])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는 1979년 베트남 침공으로 크메르 루주 정부가 무너지자 신분을 숨기고 달아나 한적한데서 숨어살다가 1995년 그를 알아본 이들에게 공격받아 아내가 죽고 또 달아났다. 그는 기독교 목사가 되어서 교회를 차리고 선교에 앞장섰다가 그를 알아본 현직 형사[* 바로 두크에게 잡혀서 고문받았던 수용소 수용자였기에 잊을 수가 없었다.]에게 잡혀서 1999년 구속되었으며 상소가 기각되어 2009년 2월에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재판에 회부되어 2010년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항소했으나 유엔 전쟁범죄 법정은 2012년 항소를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태도는 재판 당시 캄보디아 여론을 격분시켰다. 지난 10년간 회개했다며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듯한 모습을 취하다가 정작 재판에선 난 억울하다며 하나님의 힘으로 회개했으니 용서해달라는 소리를 하며 왜 목사인 자신을 외면하냐며 교회들을 원망하는 말까지 하여 재판에서 야유를 받았다. 더욱이 죄는 인정하지만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개드립을 쳐댔다. 자신은 상부의 지시를 받은 중간 관리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중간 관리자에 불과한 자신이 먼저 처벌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주장했다.

재판과 관련한 '리더스 다이제스트' 기사를 발췌해보면.

> 이 현장을 보던 랑 뚜야우 페르난데스 목사(두크를 모르고 목사로 추천하던 인물이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잉 구엑 이에우를 옹호하려던 모든 마음이 사라지고 말없이 쳐다봤을 뿐이었다. 바로 그도 크메르 루주에게 형과 아버지를 잃었고 시체도 찾지 못했으며 그 또한 어릴적에 수용소에서 맞아 남은 상처가 몸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다못해 과거를 뉘우치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그를 용서했을지 모를테지만 카잉 구엑 이에우 홀로 종교적으로 회개했다는 말에 그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목사가 아니라면 가서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참고로 카잉 구엑 이에우를 체포한 형사의 어머니도 크메르 루주 대원에게 호되게 고문당해 절름발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대원도 승려가 되어서 나중에 찾아와 어머니의 발을 씻으며 용서를 빌었고 어머니는 그를 용서해주었다고 한다. 그 형사도 어머니가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한다고 했지만 이런 거랑 대조적인 두크의 저런 발언을 보면서 절대로 용서못한다고 이를 갈았다. 이와 관련한 서적으로, 당시 재판을 지켜보았던 프랑스 언론인 티에르 크루벨리에가 쓴 『자백의 대가』(2012)가 있다. 다소 제국주의적인 시각[* 프랑스였다면 달랐다는 식의 뉘앙스라든지,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배했던 과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라든지.]이 있긴 하지만 꽤나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후에도 전범 재판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크메르 루주 정권의 2인자였던 누온 체아 전 부서기장, 이엥 사리 전 외무장관,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국가원수는 바지사장인 경우가 많으나 그는 폴 포트만큼 이런저런 학살을 저질러왔다], 이엥 티리트 전 내무장관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킬링필드에 전혀 관련이 없으며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연사할 때까지 버티자는 생각인가~~ 특히 키우 삼판은 [학살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느니 정책결정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라는 망언까지 했다.[* 킬링필드의 아이디어는 키우 삼판이 제공했다.] 게다가 캄보디아 정부 또한 "이번 재판이 마지막 전범재판"이라는 태도로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어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질지도 알 수 없고, 다른 전범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재판을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당장 재판이 진행중이단 이엥 사리는 판결이 내리기도 전에 노환으로 사망했다.

유죄 판결이 내려져도 이들이 그 죄의 대가를 치를지는 불분명하다. 다들 하나같이 70~80세를 넘은 고령이라 최종판결 전에 폴 포트처럼 죽을 수도 있다.

2018년 11월이 되서야 첫 재판 판결이 내려졌다.[[2]]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에게 각각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했다.

기타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2학년 도덕 교과서에 내부 인물들의 태도를 '타율[* 야구의 그 타율 말고, '자신의 의지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의 한계의 대표적 예시'(...)로 들어 놓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관련 문서

* 캄보디아
* 살롯 사(폴 포트)
* 킬링필드
* 키우 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