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세아린 18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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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earin 181-199


1999/09/04(13:04) from 210.222.199.166 작성자 : 이선식 (chonjni1@netian.com) 조회수 : 98 , 줄수 : 361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35


임문배 (WOLFIZEN)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35- 1999-09-04 01:32 353 line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이보게 나게스. 갑자기 왜 그렇게 멍하니 있나?"

어깨넓이가 키만큼은 될듯한 사내가, 망치질을 하다 말고 동료를 향해 물었다. 목수 한스는 올해로 갓 30에 접어든 남자로,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노총각이었다. 5년전 우연히 만난 나게스라는 청년과 함께 가구점 을 운영하는 중이다. "아, 음." 한스의 물음에 나게스은 무어라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는 하던 대패질을 계속 했다. 한스는 이상하다는듯 나게스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망치질을 계속했다. "이 물건은 아주 중요한거야. 영주님이 친히 부탁한 녀석이니 말이야. 이 화장대만 아주 훌륭히 만들어 영주님께 바치면, 운좋으면 영주 직영 가구점이 될수도 있어. 그러기만 한다면 부와 명예를 걸머쥘수 있는 것이고." 한스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는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와 명예라...." 그 모습에 나게스가 중얼거렸다. "그래. 부와 명예. 다 자네덕이지 뭐인가. 자네의 그 세밀한 조각 솜 씨가 없었더라면 불가능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5년전 자네를 만난 것은 내게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야." 한스는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수다스러운 편이었다. 흡사 그 의 요란스러운 망치소리 처럼. 그리고, 샤프한 이미지의 나게스는 서걱 서걱 들려오는 대패질 소리가 그의 목소리보다 더더욱 귀에 가깝 게 와 닿을 정도로 과묵했다. "미안하네." 돌연 나게스가 입을 열었다. 한스는 내려치던 망치를 멈추며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이제 다시 떠나야 할 때가 왔어. 다행히 이 화장대에 쓸 장식은 미리 만들어 두었으니, 자네가 부와 명예를 걸머쥐는데는 무리가 없을거야." 나게스가 다시 말했고, 한스는 더더욱 알 수 없다는듯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러나? 어째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떠나려는 건가? 설마 내가 성공했다고 다른 마음 먹을까봐 그러는가? 그런 걱정은 하지 말 게나." 한스의 물음에 나게스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니. 그런 이유가 아니네.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야 했네.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왔을 뿐." 한스는 더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를 향해 나게스가 슬쩍 웃음을 보였다. "나의 왕이 부르네." 한스가 이 말의 뜻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나게스는 모습을 감추었다. 말 그대로 사라지듯 모습을 감추었고, 한스는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 거 렸다. 그때, 한스는 주위가 온통 어두워 진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태양을 가리운 것이다. 당황하며 하늘을 바라보았고, 이내 어마어마한 것을 보 고야 말았다. "드, 드래곤?"

* 

"크옥옥옥 옥크크크옥!" "카아옥옥옥 크오오옥." 오크라고 불리우는 종족. 인간이 사육하는 돼지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인간들에게 멸시를 받는 이들 종족은 숲속이나 동굴 같은곳에 무리 를 지어 생활한다. 어느정도의 지능이 있기에 사회를 이루었고, 각자의 역할분담이라는 것 역시 존재한다. 방금 대화를 나눈 두 오크는 마을 주위의 경비를 맡고 있는 경비대 소 속이었다. 오늘의 보초담당으로, 원시적인 몽둥이를 들고 주변을 정찰하 던 중이었다. "옥옥 오크크오크 크오옥." "오크오키 옥옥 오키옥크." 다시 한번 대화가 오갔다. 뭐라 그러는지는 알바 아니지만, 어느 한쪽 이 다른 한쪽을 책하는듯도, 무슨 일을 하지 못하게 말리는듯도 보였다. "오키키오크코옥 오오오키오드오오코 오코오키옥 옥크크크!" "오카키코 오크악." "옥...." 이 말을 마지막으로 두 오크중 질책을 받는듯 보이던 한 오크가 그 짜리 몽땅한 손을 가슴 앞쪽으로 모았다. 무어라 알수 없는 말을 지껄였고, 두 손을 천천히 움직여 마법의 인을 만들었다. 이에 바로 앞에 있던 다른 오크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오카카카?" 오크가 마법이라니. 놀랄만도 하다. 그것도 겨우 보초병이였던 자신의 파트너가 말이다. 하지만 더더욱 놀랄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마법을 외우던 오크의 몸이 돌연 녹색의 빛무리에 휘감기더니 거대화 되기 시작했다. 물론, 거대 오크가 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_-;;;;) 이어 모습을 드러낸것은.... 그들 오크가 살고있던 마을보다도 더 큰 드래곤이었다. 그것은 두차례 크게 날개짓을 하더니 서서히 허공으로 몸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오크는 황당해 하며 한참이나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하는 사이 망가져 버린 숲 가운데 서서.

* 

블루 드래곤 아르가르안, 드넓은 대양에 뿌리 끊어진 미역(?)처럼 둥둥 떠 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 취미인 그는 오늘도 느긋하게 자신의 레어에 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1, 2백년짜리 낮잠이지만. 기지개를 한차례 길게-정말 길게-폈다. 꼬리 지느러미가 축 바닥에 늘 어졌다. 물이 반쯤 차있는 해안동굴은 언제 와도 아늑한 곳이다. 몸을 좌우로 뒹굴 뒹굴 거려봤다. 꼬리로 철퍽 철퍽 수면을 내려쳐도 본다. 슬슬 눈이 감기려 한다. 한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나의 영지위로 떠다니는 배의 모습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그때, 아르가르안의 머리속을 스치는 울림이 일었다.(삐삐를 머리속에 달았냐?) "잉?" 막 감기려던 눈이 번쩍 떠졌다. 이게 무슨소리란 말인가? 어째서.... "어째서 드래곤 로드의 호출이?" 잠시 멍하니 있던 아르가르안이 다시 중얼거렸다.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있는것인가? 로드가 왜 안 하던 짓을? 으음.... 어서 가봐야 겠군." 아르가르안은 이렇게 말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쳐 레어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내 한가지에 생각이 미치며 다시 꼬리를 설레설레 흔들어 레어안으로 돌아왔다. 몸을 이내 사람의 것으로 바꾸었고, 해안동굴의 더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물이 없는 곳이었다. 조금 걷다 보니 사방으로 조그마한 동굴 과 연결된 꽤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일단 내 레어는 봉인해놓고 가야지. 그동안 긁어모은 보물이 얼만데." 이렇게 중얼거린 아르가르안은 눈을 반쯤 감고는 뇌까렸다. "이곳에 달하는자, 두 눈을 감기우고 두 귀를 가리우며 입을 막히우게 되리라. 오직 눈에 보이는 암흑만이 땅을 가득 매우게 되리라." 아르가르안은 다시 눈을 뜨며 동시에 외쳤다. "공간봉인!" 뒤이어 그는 몸을 뒤로 돌렸다. 한차례 깎지를 끼며 기지개를 켰고, 고개를 한번 꺾어 뚜둑 하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음, 이제 서둘러 가 볼까?"

* 

한편 같은 시간, 대양과 동떨어진 대륙 한켠. 산악지대. "사악한 마룡 그라센부르크여 나의 이 검을 받아라!" 소담스래라고 표현하기엔 우라지게 많이 싸인 설원이 한 사내의 커다란 목소리에 부르르 떤다. "고래로 사악한 용들은 정의의 초절정 미남 기사에게는 맥을 못쓰는법! 나, 제국 서령지의 최고 용사 다론 슈케푸토에게는 당할수 없다! 그러니 괜한 저항 말고 미리미리 목을 빼고 나의 이 성검 프링글즈의 제물이 되어라!" 그 사내는 지금 얼음동굴 안에서 한 드래곤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의 주 위에는 단 한명의 동료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와 대치하고 있던 화이트 드래곤 그라센부르크는 그 점을 의아해 하며 물었다. "혼자 온거냐?" 다론이 그의 말에 시니컬(?)하게 대꾸했다. "훗, 어차피 파티의 다른 인원은 떨거지일뿐! 진정한 주인공은 전 우주에 하나뿐이다!" "그러냐?" "물론이다! 자고로, 모든 용사파티에서의 다른 존재란 마왕, 마룡에게 덤비다 한방에 나가떨어지며 주인공이신 나 이 기사님께, 아 부디 우리몫까지 싸워줘, 따위의 대사를 내뱉을 뿐이다! 그런 떨거지들 없어도 나 이 초절정무적기사님께서 모든일을 도맡아 할 수 있다!" 그의 말에 그라센부르크가 냉소했다. "훗, 어지간히 여복 없는 모양이군. 보통 여자 성직자 한명쯤은 데리고 다니던데. 하긴 너같은 녀석을 따를 여자가 있을리 없지." 다론 슈케푸토가 웃었다. "후하하! 나를 따르겠다는 여자는 쌓이고 쌓였지만 그녀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데리고 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기사도 아닌가! 다들 요 아래마을에 대기중이다. 내가 너를 무찌르고 나면 그중 서너명쯤 골라 고향으로 데리고 돌아갈 예정이다!" 그라센부르크가 졌다는듯 고개를 설레 설레 내 저었다. "알았다 알았어. 그래 그럼 어서 날 죽여 봐라." "훗, 이제야 포기한 모양이군. 잘 생각했다. 그럼 죽어라!" 다론은 이렇게 외치며 검을 뽑아들었다. 한기가 서리는것을 보니 예사로운 검은 아니었다. 그뿐 아니었다. 그가 얼굴에 힘을 잔뜩 주자 검에 하얀 환영이 어리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검기로, 미약하나마나 그는 소드 마스터 였던 것이다! "흥. 허풍세고 냉소적이기에 환타지 작가(?)인줄 알았더니 꼴에 소드 마스 터군. 우습다 우스워. 일단 이걸.... 어?" "므하하하하! 이제야 날 알아.... 어??" 돌연 용사와 드래곤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 "제길, 너와의 놀이는 나중으로 미뤄야 겠다. 용사여." 뒤이어 용사가 말했다. "나야 말로다. 어서 가봐야 겠다. 나의 왕이 부르신다." 그라센부르크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그럼 혹시?" 다론이 웃었다. "미안하네. 뭐 어차피 놀이니까. 혹시 자네도 드래곤 로드의 호출인가?" 다론의 말에 그라센부르크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아, 역시 그랬군. 어쨌건, 나도 호출이네." "위치는?" 다론이 다시 물었고, 그라센부르크가 답했다. "제국의 수도." "음, 마침 같은 방향이군. 아, 당연한 건가? 뭐, 그럼 함께 가지." 다론의 말에 그라센부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녕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 방이 되는 순간이었다(?).

* 

골드 드래곤 다론과 -본명은 로이다론- 그라센부르크는 어깨를 나란히 해 제국의 수도로의 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분명 비행을 즐겼다. 그러는 사이 제국에 가까워 지면 질수록 많아지는 드래곤의 수에 약간 의아 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 저녀석은 심연의 숲에서 오크질을 하던 게르마이샤 아냐? 그리고 저 건 목수일을 하고 있던 나게스하임이고. 으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거 아냐?" "어이, 로이다론!" 막 그라센부르크가 이렇게 중얼거릴 무렵, 한 골드 드래곤이 이들에게 접근하며 로이다론을 불렀고, 로이다론은 고개를 돌려 그 골드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아, 로드라리움! 오래간 만이군. 300년전 골드드래곤 회의 이후로 처음이던가?" 로드라리움이라 불리운 드래곤은 반색을 띄었다. "그래, 기억 하는군." 로이다론이 물었다. "그래 그동안 뭘하고 지냈나?" "마왕놀이." 로드라리움이 답했고, 로이다론은 우습다는듯한, 그리고 아쉽다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이런이런. 자네를 무찌르러 갈껄 그랬군. 어느 구석에서 마왕노릇을 했나?" 로이다론의 말에 로드라리움이 웃었다. "자네는 용사놀이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 내가 있던 곳은 저 먼 동쪽인데, 그곳에서 세계정복을 획책하는 마왕의 역을 좀 맡았었지. 이름은 코브라였었고, 흰색 머리의 두 부하놈과 몇몇 인간들에게 가면을 씌워 일반 병사들로 삼은 놈들과 함께 꽤 재밌게 지냈었지." 로이다론이 흥미롭다는듯 다시 물었다. "아, 그래서 용사들은 누구였나? 몇명이었지?" "세명. 무슨 샤머니즘을 신봉하는지, 허구헌날 호랑이와, 곰, 독수리의 힘을 빌어 나에게 덤비더군. 근데, 워낙 부하들이 똘똘치 못해 매일 당했지. 언제나 키메라를 내보내 그들과 싸우게 만들었는데, 영 시원치 않았어." 로드라리움의 답에 로이다론이 다시 웃었다. "하핫. 결국 세계정복은 실패한 모양이로군." "그렇다네. 하하하." 그때, 곁에서 그라센부르크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혹시 왜 드래곤 로드가 우리를 호출했는지 아는바 있나? 보아하니, 우리 실버일족이나 자네들 골드 일족뿐만이 아닌 모든종족이 한자리에 모이는듯 보이는데. " 로드라리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아는바 없네." 로이다론이 받았다. "뭐 도착하면 알게 되겠지. 벌써 저기 멀리 보이네, 제국의 수도가." 그들은 피식 웃으며 날개를 활짝 펼쳤고, 휙 스쳐지나가는듯한 엄청난 속도로 제도를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계속---------------------------------- 음냐음야 힘들다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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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 내가 쓴거야!!Tu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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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4(14:31)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103 , 줄수 : 367 초룡전기336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36-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04 읽음 224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대륙을 지배하는 초거대제국 가이아네스, 그 곳의 수도 샤하르에 거주하는 수 많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 거대하고 화려하며 위엄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 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에 언제나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지 고하신 전 대륙의 지배자, 신성황제 로히가스 크렐 가이아네스와 같은 하늘 아 래 있는 것이다. 이 어찌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으랴!

그러나 최근 들어서, 그들은 더 이상 사하르의 시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지도, 자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성문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온갖 마법과 검기에 의한 파괴의 난무가 스쳐지나가 결국 황궁의 절반 이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를 생기게 한 그 사건이 터진 것이 채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도다시 황궁 곧곧에 폭음을 동반한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더니, 이제는 아예...... "저..저건..." "드..드드드..." 제도 상공의 푸른 하늘 가득, 수많은 거대한 존재들이 철새 떼무리마냥 사방 에서 바글바글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햇빛을 가리며 거대한 신체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붉은 드래곤이 스쳐지나가자 그 뒤로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 할만큼 찬란한 황금빛 드래곤이 뒤를 잇는다. 짙은 어둠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겁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검은 드래곤과 찬란한 은빛의 드래곤이 허공을 교차한다.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 한 채, 여기서 계속 살다간 제 명에 못 죽겠다 당장 이사가야지...... 라는 생각만 굳게 다지고 있는 가운데, 그것들은 계속 제도 하늘을 가득 뒤덮으며 어느 한 지점으로 모여들었고 그곳에서 사라져버 렸다. 그들의 종착지, 그 곳은 제도의 중심지, 황궁 노르뮤니아드였다.

* 

황궁 2층에서 무심코 창밖을 보던 유나의 입이 문득 멍하니 벌어졌다. 최근 들어 드래곤이 흔해진 듯 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긴 했다. 자신의 일행 중 하나가 드래곤 이었던 것은 벌써 오랜 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몇 명의 드래곤 -그중 하나는 고룡이었고 하나는 적룡왕이었다- 과 여행을 하던 그녀 다. 게다가 함께 있는 저 아름다운 여인은 무려 드래곤 로드씩이나 된다. 그래도... 역시 지금 그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장면은 여전히 평범한 견습마 법사에 불과한 그녀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할 말이 없다...." 어림잡아서도 100 개체는 될 듯 했다. 작게는 50미터에서 크게는 300여미터 에 이르는 거대한 드래곤 100여마리가 지금 유나의 시야안에 잡혀 있는 것이 다. 태어나 단 한차례도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인 드래곤들이 상공을 가득 덮으며 하나 둘씩 인간의 형체로 폴리모프하여 황궁 앞뜰로 내려 앉는 모습에 그녀는 문득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왜 그녀가 이 곳에 있는지 회의가 밀려왔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자리에 오게 되었을까...... 아무런 쓸모도 없는데... .." 그러는 와중에도 황궁 앞뜰, 한때 다리오스 일행이 왕창 뒤집어놓고 가긴 했 지만 지금은 이미 말끔히 복구되어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회복하고 있는 저 아름다운 정원 위로는 여전히 수많은 드래곤들이 하나하나 모이며 저마다 자 기 자리들을 -이미 그 곳에는 황제 로히가스가 눈치껏 테이블이며 의자등을 잔뜩 준비해놓고 음식까지 왕창 마련해놓은 채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었다. - 잡고 있었다. 오는 방법도 가지가지라 휘풍당당하게 드래곤임을 과시하며 날아오는 드래곤들 도 있었고 조용히 인간인 형체로 워프해 오는 타잎, 아니면 조용히 인간들 사이 에 껴서 왔는지 안 왔는지도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타잎도 있었다. 개중에는 채 꿈에서 덜 깼는지 드래곤인 주제에 시종들 틈에 껴서 술잔 나르고 있는 드래곤 아가씨들도 간간히 보일 정도였다. 정말이지 완전히 무슨 친목회 분위기였다. "어! 아르키에릴 오랜만!" "꺄아! 그라노서스! 뭐하고 지냈어요?" "간만에 보는군 슈밀레서스. 여전히 꿈꾸는 중?" "아뇨. 이번 생애 끝내고 막 잠들려던 중이었어요." "어? 이거 맛있네? 이름이 뭐지?" "혼자 먹지 맛! 에르카나인!" "저기... 계속 나오니까 싸우지 마요." "뭐냐 시종 주제에... 에? 아르가디스잖아? 당신 여기서 왜 시종질 하고 있 는 거야?" "버릇이 되서. 에헤헤헤" "꿈 좀 깨라. 꿈 좀 깨. 아직도 오락가락하나." "야! 로이다론! 전에 내 레어에 쳐들어와서 내 마력검 훔쳐간 거 너지!" "그건 꿈이라고 꿈. 거 사소한데 트집잡지 맙시다." "오냐. 다음에는 내가 너네 집 털어주마." "좋으실 대로~" 아니... 친목회라기보단 시장바닥에 더 가까운 분위기라고 해야 옳겠다. 도대 체가 왠 잡담들이 이리도 많은지...... 덕분에 한때 제국 황제 로히가스가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찻잔을 기울이던 이 고요하고 아름답던 정원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개중에는 맘대로 꽃 이며 나무들을 꺽어다 놀고 있는 드래곤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노상방뇨마저 자 행하는 파렴치룡(?)마저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힘든 것은 그들의 시중을 들던 시종들 뿐, 그렇다고 함부로 뭐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 수많은 존재들 중 단 한명의 신경만 거슬려도 제국 전체 가 날아가버리는데. 결국 그들은 울상 위로 가식적인 웃음이라는 가면을 덧씌 운채 그저 하염없이 음식만을 나를 뿐이었다. 물론 드래곤들은 여전히 시끌벅 적하게 떠드는데 전력을 쏟았고. "아, 로드는?" "용왕들과 함께 2층 로얄석을 차지하고 계시지." "음. 역시 노땅들은 노땅들끼리 모인다는 건가." "근데 왜 부른거랩니까?" "몰라요?" "몰라요." "나도 몰라요." "알게 뭡니까? 로드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뭐." 와글와글, 웅성웅성, 북적북적. 지상 최강의 지고의 존재들의 모임에 붙기에는 너무나 저속한 수식어들을 대거 동반하며 그들은 그렇게 즐기고 있었다. 문득 2층에서 내려다보던 유나의 입에서 한심스러운 듯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개판이다..."

* 

유나와 기타 아린들 일행이 멍하니 창문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곳, 제도 황궁 2층의 어느 화려한 응접실 한 가운데에서 한 무리의 청년들이 금발의 여인에게 정중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실버 일족의 대표자. 브로덴다임이 우리들의 수장을 뵈옵니다." "그린 일족의 대표자. 헤르메나이드가 우리들의 수장을 뵈옵니다." "블루 일족의 대표자. 아르메이스가 우리들의 수장을 뵈옵니다." "골드 일족의 대표자. 라플레리어트가 우리들의 수장을 뵈옵니다." "블랙 일족의 대표자. 에르카스가 우리들의 수장을 뵈옵니다." "화이트 일족의 대표자. 그레이어드가 우리들의 수장을 뵈옵니다." 자하드리안은 그녀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저 한 무리의 청년들을 바라보며 침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적룡왕 키아드리스가 죽었소." 용왕들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이런 대규모의 드래곤들의 모임은 사실 5000년 이래로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과연 이번의 호출은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사건을 안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으로 왔던 그들이었기에 그래도 그렇게 놀라지 는 않았다. 그들의 의문을 무시한 채 자하드리안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칼세니안 역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레드 일족이라 하면 그들 중에서도 최강의 힘을 지니고 있는 종족, 그런 그들을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면 꽤 위급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리속에 스쳤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사태에 대한 진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 하고 있었다. 자하드리안은 그들에게 진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주기로 마음먹었 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그녀는 희미하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칼슈타인이 죽었다는 거요." 순간 용왕들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은빛 머리칼을 가진 한 청년, 은 룡왕 브로덴다임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띄엄띄엄 되물었다. "어... 어떻게 그런 일이?" 칼슈타인이라는 이름이 갖는 위치는 고작 칼세니안 정도의 드래곤과는 차원 이 달랐다. 지상 최강의 고룡이라는 위치를 떠나, 그 외의 나머지 고룡 4개 체가 -드래곤 로드까지 포함해서- 한꺼번에 연합을 해도 칼슈타인 하나와 동 수를 이루는데 불과했을 정도로 그는 드래곤들에게 절대적인 강함으로 새겨 지고 있었던 것이다. 용왕들의 창백한 표정을 바라보며 자하드리안은 문득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 었다. "로자르아힘." "예." 방 한 구석에서 가만히 서있던 그녀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자하드리안은 그 런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맺었다. "설명 부탁해."


이미 한번 했었던 설명이라서 그런지 설명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 녀의 설명이 끝났을때, 용왕들의 표정은 창백하다 못해 시퍼렇게 될 지경이 었다. "믿을 수 없군. 전능수란 게 그 정도의 괴물이었단 말인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아르메이스의 말에 라플레이어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그것을 잠재웠죠? 저 아이의 말대로라면 도저히 대책이 없었을 것 같은데..." 공격도 안 통하고 물리력은 재생하고 가까이 가는 모든 것은 먹어치워버리는 괴물, 도무지 공격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때 자하드리안이 나직히 입을 열었다. "엘사나드가 있었지." "엘사나드?" 헤르메나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르카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하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우리 일족의 선조요. 전에 잠깐 들은 적이 있어......" 다른 용왕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옛 신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결국 그들은 법칙을 거스르고 역천의 존재를 만들었으니, 모든 존재를 먹어치우는 그것을 이길 자는, 결국 존재하지 않 으며 존재를 지우는 자 뿐... 드래곤이되 드래곤이 아니니, 그 이름이 엘 사나드... 블랙 일족의 머나먼 선조 중 하나... 자신의 육체로 적의 존재 를 가르는 자......" 문득 한참 중얼거리던 에르카스가 살짝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프로필인데?"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존재, 다른 이의 몇 배나 되는 육체 회복력, 게다가 나 중에는 아예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듯한 느낌.... 에르카스의 눈꼬리가 문득 기묘하게 변하며 그의 시선이 방 한쪽 구석에서 갈 색머리 여인의 품에 안겨 조용히 자고 있는 한 아름다운 적발의 소년에게로 옮 겨갔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린?" 어이없어하는 것은 에르카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용왕들 역시 왠 뚱딴지 같 은 소리냐는 듯 에르카스를 바라보았고 자하드리안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죠 에르카스" "아, 그게 말입니다...." 에르카스의 이야기는 나직하고 조용하게, 그들 사이에게만 전해졌다. 아린을 찾으려 했던 때의 이야기, 그리고 그토록 찾기 힘들었던 이유등등. 문득 아린을 돌아보던 자하드리안이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엘사나드의 업이 저 아이에게로 이어졌군. 그렇다면......" 그때 그 자리의 모든 용왕들의 입이 열렸다. "그건 안됩니다." "안 되요 그건." "반대입니다." 동시에 터져나온 대답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 이고 있었다. 은빛 머리의 청년이 진중한 목소리로 자하드리안을 바라보며 입 을 열었다. "저 아이는 해츨링이지. 그때와 상황이 다르오. 엘사나드는 자신의 존재를 책 임질 수 있는 나이였지만 저 아이는 그렇지 않소." 정색을 하고 말하는 브로덴다임을 바라보며 자하드리안은 싱긋 웃었다. 애당초 그녀 역시 그럴 마음따윈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역시, 아이의 일은 어른들의 몫, 그 책임도 의무도. 자라지도 않은 아이에게 우리들의 일을 떠맡길 수는 없지. 아쉽긴 해도 우리끼리 해결하는 수밖에. 뭐,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고 종족 전체가 사멸할지도 모른다 해도, 그 일때문에 아이를 희생시키는 일 따위는 할 생각 은 그들은 절대 없었다. 설사 아이 본인이 승락한다 해도. 모두의 의견을 대변하듯 자하드리아이 힘있게 말을 맺었다. "지금은 6000년 전이랑 상황이 다르지."


"자. 그나저나......" 문득 헤르메나이드가 주위를 환기시켰다. 일단 지금 모인 이유는 대충 들었 으니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이유에 대한 해결방안인 것이다. 누가 드래 곤 아니랠까봐 열심히 삼천포로 빠지던 다른 용왕들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그 를 바라보았다. 그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놈은 어디 있습니까?" "뭐하러 놈을 찾아야 한단 말이오? 지금쯤 나타날텐데." "예?' 헤르메나이드 뿐만 아니라 다른 용왕들도 이 자하드리안의 느닷없는 말에 고 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 고 커텐을 활작 열어제끼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놈의 먹이감이 종합선물세트로 모여있잖아. 이곳에. 금방 나타날 거라고 보는데?" "그... 그렇군요......" 브로덴다임이 혀를 차며 대꾸했다. 과연 그들의 눈 아래 있는 저 정원 안에는 전능수라는 존재의 목적이 한 둘도 아니고 3자리 수로 와글와글 돌아다니고 있 는 것이다. 멀고 가깝고를 떠나서 세계 건너편에 있어도 당장 달려올 판이다. 그때 타이밍좋게도 에르카스가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공간이 뒤틀리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거대한 무엇인가가 공간에 자신을 안착 시키고 있군요." 동시에 다른 용왕들도 고개를 돌렸다. 벽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는 서쪽 하늘 에서 거대한 공간의 왜곡이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문득 자하드리안의 입에서 장난기어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 쯤 되면, 저 밑의 난봉꾼들도 자신들이 모인 이유를 알아챘겠지?"




계속------------------------------------------- 자자. 쓰는 거다! 쓰는 거다제! 으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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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6(22:18)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86 , 줄수 : 302 초룡전기337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37-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06 읽음 176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그것은 서쪽 하늘 저편에서부터 그 웅장한 거체를 드러내었다. 짙게 드리워 지는 그림자 위로 검붉은 흉칙한 표피가 선명히 두 눈에 들어온다. 시민들은 공포에 겨워 떨었고 제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허공에 떠있는 거대한 섬, 그것은 마치 미끄러져나가듯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제도 황궁 노르 뮤니아드, 100여 개체의 드래곤들이 모여있는 그 곳으로.

이미 소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서로 수다떨기 바쁜 그 수많은 드래곤 중 제일 먼저 저 거대한 부유체의 존재를 발견한 것은 블랙 일족의 하나였던 에르나이 언이었다. "뭐야 저건?" 고개를 들고 문득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정원 안의 다른 드래곤들 역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옮겼다. 문득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썩은 고깃덩어리." 그리고 누군가가 말을 받았다. "곰팡이 핀 빵덩어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중간에 돌까지 박혔군. 먹다가 이빨 나가겠다." 그러나 그러는 도중에서도 그들의 안색은 천천히 굳어지고 있었다. 존재, 거 대한 존재가 느껴졌다. 단지 덩치뿐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것을 뒤섞어 놓은 듯한 거대한 마나의 크기가 존재로써 확실하게 그들에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거대했다. 물론 외양 자체도 거대하긴 했지만, 아무리 거대한들 썩은 고깃덩어리같이 생 긴 그것이 이들에게 무슨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긴장케 하고 있는 것은 저 것이 뿜어내는 막대한 마나의 폭풍이었다. 드래곤인 그들조차 거 대하다고 느낄 정도로 막대한 양의. 삽시간에 정원은 조용해졌다. 그들은, 비록 제멋대로이기는 했지만 결코 상 황을 파악 못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은 것이다. 그때, 황궁 2층 창문이 벌컥 열리며 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나의 일족들이여. 그대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하겠다." 이 강대하기 그지없는 존재들 전체를 대표하는 그들의 수장 드래곤 로드 자하드 리안, 그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드래곤들은 숨을 죽이고 그녀를 바라보 았다. 정원 전체에 엄숙한 공기가 자욱히 깔리며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녀의 손가락이 올라갔다. 그것은 서쪽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그들에게 로 다가오는 저 거대한 부유체를 가르켰고 그 상태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시기하는 자들의 질투의 부산물. 이미 세 드래곤이 당했다. 더 당한 드래곤이 있을 지도 모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진중함 분위기가 정원 전체에 맴돌았다. 방금전까지와는 전혀 딴판으로. 그녀의 말이 계속되었다. "저것의 힘은 강대하다. 기억하라. 저것에 의해 에인션트 레드 드래곤 칼슈타 인이 소멸되었다. 모든 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자세한 것은 용왕들에게 들 어라." 모두는 침묵을 지켰다. 희미하게 말도 안되! 칼슈타인님이?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올 뿐. 그들의 안색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문득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의무는?"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저것의 완전한 말살." 그리고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녀 뒤에 서있는 한 무리의 청년들을 향해 손짓 했다. "알려라. 저것의 힘을." 그것은 대화가 아닌 의미로 전달이 되었다. 드래곤들의 대표자인 이들, 용왕 들에게 내려진 특권 중의 하나인 전체에게 자신의 의미를 보내는 것, 그것이 지금 정원에 모인 모든 드래곤들의 머리속에 똑같은 내용을 담아 울리고 있었 다. -마법적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물리적 공격이나 마나를 제외한 간접 공격 만이 통용된다. 접근시 자신의 존재를 먹힌다. 물리적 공격에 대한 상처는 곧 재생된다. 재생과 흡수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것을 노리도록. 이상. 간략하게 적에 대한 프로필만을 읊은 것이기는 했지만 이들에게는 그것만으 로도 충분했다. 자신들의 대표자가 전달하는 의미를 받아들이며 그들은 상공 저편, 이미 거의 황궁 상공까지 다다른 전능수 엘디클리쳐를 바라보았다. 어 느 순간, 그들 머리 위까지 도달한 그것이 자그마한 분체들을 빠르게 쏟아붓 는 것을 보면서 자하드리안은 나직히 외쳤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일족을 보호하는 것. 저것의 말살이 나의 의지이 자 일족의 의지이다. 가라!" 동시에 그녀의 몸은 찬란한 황금빛으로 뒤덮였다. 그녀들과 함께 있던 한 무 리의 청년들과 같이.

* 

유나와 세틴, 그리고 피트와 세를레네들은 로히가스의 곁에 서서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고만 있었다. 수많은 존재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저 정원 위의 존재들이 하나 둘 사진의 몸을 허공으로 띄웠고 곧 그들은 황궁 상공을 가득 메운 채 자신들의 모습을 변화시키며 안 그래도 가득 차 있던 허공을 더더욱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탄력있는 억센 근육 위로 사방을 뒤덮을 듯한 날개가 몸을 지탱하고 가지각색의 번뜩이는 각질의 비늘들이 하늘 가득 뒤덮였다. 태양빛이 가리워졌다. 황궁 전체에 짙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혼란스러 운 검은 그림자들이 저들의 날개짓 한번, 몸짓 한번마다 어지럽게 바닥 위를 춤추었다. 거친 광풍이 사방으로 불어닥쳤다. 그들, 두 다리로 대지를 걸어야만 하는 이 도시의 수 십만의 인간들의 위로 그렇게 전 세계의 모든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문득 로히가스의 입에서 감격한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늘을 가득 덮는 드래곤들이라니...... 저 위대한 존재들을 전부 볼 수 있 다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틴도 유나도 세를레네도 피트도, 아니 제도의 모든 시 민들도 같은 심정이리라. 제도 샤하르 전체가 잠시 정적에 잠겼다. 빨래를 널던 아낙네의 손에는 아직 빨래가 쥐어져 있었고, 수레를 몰던 사 내의 손에는 고삐가 들려있었다. 황성의 경비병들 창대를 멍하니 쥔 채, 시 녀들은 수다를 멈춘채.... 모두의 시선이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개중 유독 거대한, 거의 30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황금빛 드래곤이 문득 고개를 숙여 세틴들을 바라보았다. 쏘아지는 눈빛에 질식할 듯한 느낌을 받으며 세틴들은 몸을 뻣뻣히 굳혔다. 항거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 그들을 옭좨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인간, 저 아이의 꿈 속에 자리잡은 자들이여." 무심코 모두의 시선이 한 존재에게로 옮겨졌다. 아리아의 품 속에서 힘없이 앉 아 주변의 어떤 일에도 무관심한 태도만을 보이는 아름다운 붉은 머리의 소년에 게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 아이를 부탁한다. 이것이 그 계약의 증표. 그대들에게 저 아이를 맞기는 데 대한 그대들의 봉사의 댓가이다." 동시에 그 드래곤의 손놀림과 함께 허공에 눈부신 광구가 빛났다. 그것은 크게 호선을 그리며 다섯 줄기 찬란한 황금빛 섬광이 되어 세틴들의 손아귀로 내려 왔다. 모두들의 손에 하나씩 빛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문득 피트가 부들부들 떨 며 중얼거렸다.그것은 찬란히 빛나는 황금빛 보석이었다 "드...드래곤 하트......" 무지막지한 마나의 집결체, 드래곤 하트. 물론 자신의 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 드래곤 본연의 드래곤 하트만큼의 힘이야 없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사실 일반 인간들에게는 버겨운 힘인 것이다.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바뀌는 가운데. 아리아는 부드러운 손길으로 아린을 감싸며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미 제도의 중심지인 황궁 노르뮤니아드를 경계로 그들은 동서로 전능수와 대치한 채 전투 직전의 상황에 들어가고 있었다. 에인션트 드래곤 로드, 그녀는 다시금 나직히 말을 남기며 날아올랐다. 저 수 많은 존재들 가운데서도 가장 높게, 그녀는 날고 있었다. 그리고 지상에는 그 녀가 남긴 웅장한, 그러나 부드러운 목소리만이 은은히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부탁한다......"

* 

이미 하늘은 크기 1.5키로미터 짜리 전능수 엘디클리쳐와 수십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무수한 드래곤들로 완전히 양분되어 짙은 어둠만을 대지에 내 리 깔고 있었다. 조용히 드래곤들의 집결을 기다리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는 눈 앞의 거대한 부유체를 바라보던 중, 문득 은룡왕 브로덴다임이 날개짓을 하며 곁에 있는 거대한 황금빛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다?" 태연한 자하드리안의 대꾸에 브로덴다임의 시선이 기묘해졌다. "무책임하군요......" "무책임한 자들의 수장이 무책임한 것은 당연하지 않나?" 자하드리안은 피식거리며 천천히 허공을 선회했다. 그녀의 아래로 무수한 드 래곤들이 저마다 허공에 몸을 안착한 채 전능수 엘디클리쳐의 모습을 뚫어져 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그것은 주변 가득 자그마한 분체들을 퍼트린 채 허 공의 거대한 대륙처럼 고요히 떠다니고 있었다. 단지 떠있을 뿐, 아무런 반응도 없는 분체들을 바라보며 문득 흑룡왕 에르카 스가 입을 열었다. "분체라, 저 것도 잠식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에르카스의 목소리에 노기가 섞였다. "그런 대답은 누군들 못 합니까?" 자하드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직히 입을 열었다. 거대한 날개짓 아 래로 소리가 아닌 의미로써 전달되는 고요한 파동이 그녀의 전신으로부터 뿜 어져나왔다. "저 것은 인간의 영혼을 촉매로 움직이지. 하지만 그 곳에 인간의 이성이 개 입되지는 않아. 그런데 로자르아힘은 살아서 돌아왔단 말이야." 갑자기 대화패턴을 바꾼 자하드리안의 태도에 용왕들은 일순 당황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녀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저 밑의 드래곤들 역시 상황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고 이왕 가르쳐 줄거 모두에게 가르쳐주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굳이 두 번에 걸쳐서 용왕들이 다시 전달할 필요는 없지 않은 가? 자하드리안과 마찬가지로 의미의 파동을 뿜어내며 황룡왕 라플레이어트가 입 을 열었다.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요?" "우리들을 한꺼번에 집결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놔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 기지." 태연하게 대꾸하는 그녀의 모습에 문득 청룡왕 아르메이스가 눈쌀을 찌푸렸다. "그럼, 함정에 빠진 거 아닙니까?" "함정? 모르고 있다가 각개격파 당하는 것보단 모여있는 쪽이 조금이라도 승 산이 클텐데? 게다가 저 쪽도 하나하나 해치우는 게 안전하고." "그..그렇군요. 그럼......" 문득 자하드리안의 시선이 전능수에게로 향했다. 이미 모든 드래곤들이 날아 오른지 한참 되어 전투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이 시점에서도 조용히 허공을 부 유한 채 행동이 없는 저 거대한 부유체로. "저것에 이성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지. 조잡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녀는 웃었다. 지금 전능수의 태도는 완벽하게 인간의 것이었다. 저 것은 적 을 만났을때 기회를 옅보는, 전능수의 본능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 촉매가 되는 이유는 한 가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일 뿐 이야. 드래곤을 죽여라. 바로 이것. 이 명령을 입력하기 위해서만 존재하 는 것이지." 그녀는 말을 이었다. "본능만이 남아있다면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지. 그 의미는 저것이 아 직 불안전하는 소리, 아마도 한꺼번에 모든 기체를 통솔할 만큼 동화되지 는 않았을꺼다. 물론, 추측이지만." "그럼......"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지." 문득 그녀의 대화패턴이 또다시 바뀌었다. 의미를 전달하는 파동이 아닌 거대 한 음파가 그녀의 목에서 터져나왔다. "가라! 나의 일족들이여!" 동시에 그녀의 입으로 세차게 대기가 빨려들어갔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 키는 듯한 거친 회오리가 불어닥치고 그것은 잠시 후 웅장한 굉음과 함께 터 져나왔다. 주변의 대기를 압박하며 거대한 파장을 창공 위로 은은하게 남기운 채, 거대한 불꽃의 기둥, 차디찬 냉기의 파장, 암울한 어둠의 기류, 자욱한 녹색의 연기, 번득이는 뇌전이 한꺼번에 뒤섞여서 쏟아져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 그 다섯 줄기의 파괴는 곧바로 제도 서쪽 상공에 자리잡은 거대한 존재에게로 직격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탄이 된 듯 모든 드래곤들이 한꺼번에 허공을 미 끄러져나가기 시작했다.




계속------------------------------------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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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6(22:19)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74 , 줄수 : 354 초룡전기338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38-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06 읽음 155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단숨에 전능수 주위를 포진한 모든 드래곤들이 각자 나름대로 전능수를 공 격하기 시작했다. 이왕 100개체씩이나 모였으니 일제히 브레스라도 뿜어대 었다면 멋지고 화려하고 또한 위력적이었겠지만, 태어나 단 한번도 이정도 수가 한자리에 모여 있던 적이 없던 이들에게 조직적인 공격이라는 것은 기 대조차 할 수 없는 것, 그저 단지 내키는대로 우르르 몰려 공격을 할 뿐이었 다.

하지만, 단지 우르르 일 뿐인 이들의 공격은 위력적이기 짝이 없었다. 명 색이 지상 최강의 생명체가 100 개체나 모여 한번에 퍼 붓는 공격이니 당연 한 것일지도. 만약 이들이 지상을 향해 일제히 브레스를 뿜어 댄다면 대륙 하나 가 침몰하는데 시간조차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단 한줄기 만으로도 제도 전체를 지도 위에서 지워버리기에 충분한 온갖 브 레스들이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았다. 한번 뿜어질 때마다 막대한 충격파가 발생하며 허공을 갈라 지상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지경이었다. 끊임없이 무 지막지한 굉음이 울려퍼지고 수많은 파괴의 여파가 제도 곧곧에 밀어닥쳤다. 하늘 아래로 수많은 인간들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어머니!" 하지만 이들 눈 앞에 있는 저 대륙은 쉽게 침몰하지 않았다. 파상적인 브레 스들은 전능수의 안으로 그대로 흡수되어 버리고, 드래곤들의 물리적인 공 격에 난 상처는 끊임없이 재생되어진다. 온갖 충격파가 퍼져나갔지만 그것 만으로는 분체들을 공격하는 것만도 버겨울 지경,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능 수의 공격력이 별볼일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의 몸에서 솟아 나온 용두형의 촉수가 뿜어내는 브레스의 위력 은 드래곤의 그것과 같은 것이고, 그렇기에 굉장히 위력적이었으나 드래곤 에게의 드래곤 브레스란 다른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그런 공포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피할수도, 막아낼수도 있는 통상적인 공격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전능수가 삼킨 드래곤중 하나인 그 위대한 고룡 칼슈타인의 브레 스는 같은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칼세니안의 것 정도는 보통의 같은 급 드래곤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입 히기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이쪽도 공격할 방도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막 상공을 선회하며 길게 전능수의 표피를 찢어놓은 자하드리안은 자신이 입힌 상처가 곧바로 재생하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무식하게도 만들어놨군. 완벽했다면 끝장일 뻔 했어." 하지만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 역시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드래곤이 길게 찢어놓은 전능수의 표피 위로 다른 드래곤의 브레스가 작 렬했을때, 그 부분이 자글자글 불타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가에 다시 한번 회심의 미소가 머금어졌다. "역시! 저것은 아직 완벽하지 않아!" 동시에 그녀의 의지가 넓게 파문을 일며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좋아! 레인보우 스파이럴 어택이다!" 

근거모를 괴상망칙한 이름이 허공 가득 울려퍼지며 동시에 12 마리의 골 드 드래곤들이 일제히 그녀의 곁으로 모였다. 도대체 저런 이름을 듣고 알 아듣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듯 다른 드래곤들이 멀뚱히 그들을 바라 보았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절반은 일제히 브레스를 준비했고 나머지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빠르게 전능수의 표피로 돌진해 들어갔다. 표피 위로 여섯 줄기의 상흔이 길고 깊게 패여들었다. 그리고 이내 쿠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입에서 굵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붉은색의 화염에서, 푸른색의 뇌전, 청색의 물기둥, 녹색의 산 따위가 각각 하나의 기둥이 되어 동시에 막 재생을 시도하려는 전능수의 상처위로 쏟아졌 다. 그 파괴력은 조금도 흡수되지 않은 채 완벽하게 전능수의 상처를 후벼파고 깊은 상흔을 남기었다. 꽤나 타격이 컸는듯 이리저리 움직이던 분체들이 일 순 멈추며 허공을 휘젖던 촉수들 역시 힘없이 전능수의 표피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훗, 역시 저것들을 한꺼번에 통솔하는 것은 불가능해! 이길 수 있어!" 자하드리안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일족을 향해 명령했다. "이번엔 바이 턴스 어택(?)을 개시하라!" 이번에도 역시 근거 모를 이름들이 틔어나왓지만 골드 일족은 그녀의 명령을 받들어 한꺼번에 날아 전능수 근처로 접근했다. 뒤이어 그들은 조금전 레인 보우 스파이럴 어택(--;;;)을 하던 그 진형을 유지하며 두 마리씩 짝을 지어 전능수의 몸 가까이로 접근하며 육탄공격을 퍼부어댔다. 하나는 마법을 이용해 전능수가 쏘아대는 브레스의 공격을 비산시키고 다 른 한명은 강공을 펼치며 2인 일조의 효과적인 공격을 연속적으로 펼쳤다. 점점 전능수의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재생에 들어가지 않고 흡수를 노렸는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이 곳에 골드드래곤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때가 기회다 싶 었는지 모든 드래곤들이 한꺼번에 길게 날아오르며 표피 곳곳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당황하며 다시 표피를 재생시키려 하면 곧바로 브레스가 날아오고 브레스를 흡수하려 하면 반대편에서 표피를 갈기갈기 찢어발긴다. 빠르게 날아들어와 길게 찢고 다시 솟구쳐 올라가는 드래곤들의 행동은, 촉수의 움직임만으로 잡 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전능수, 그 거대한 부유체는 조금씩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찢겨나가고 있었다.

* 

진동이 연이어 덮쳐오고 있었다. 바닥이 제대로 서있을 수조차 없을만큼 흔들 렸다. 세리아는 당황하며 그녀 곁에 서있는 레이크를 바라보았다. 화면마다 펼 쳐져 있는 장면들은 오로지 전능수가 파괴당하는 장면뿐, 세리아는 다급한 목 소리로 입을 열었다. "레..레이크!" 위험한 것 아니냐... 라고 그녀가 채 말을 잇기 전에 레이크의 입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곤란하군... 곤란해..." 그는 화면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이 화면들은 세리아를 위해 펼쳐놓은 것이지, 맘만 먹으면 레이크는 이런 것 없이도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이성만으로는 한꺼번에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불 가능하지만. 그는 골치아프다는 듯 연신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기이한 태도에 세리아가 한번 더 말을 걸었다. "레이크?" 그러자 레이크의 입에서 뜬금없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어쩔 수 없지. 이번엔 좀 긴 시간이 되겠지만 말이야." 순간 그의 시선이 세리아에게로 쏘아졌다. "세리아." "에..예?" 갑자기 쏟아지는 레이크의 눈빛에 세리아는 일순 경직했다. 또다시 그때와 같은, 알수 없는 기운이 그녀를 옭죄기 시작했다. "당신을 이곳까지 끌어들인 이유가 이것이지." 레이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난 잠시 잠든다. 저들이 모조리 사라졌을때, 다시 나를 일깨워주길 바래. 그걸 위해 당신을 이곳에 남긴 것이니까." 레이크의 오른손이 그의 얼굴을 감쌌다. 마치 가면을 쓴듯한 모습, 그의 손 뒤쪽으로 그의 목소리가 계속 울렸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 역시 이 곳에서 소멸하게 될꺼야." 말을 마치며 레이크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두개골이 박살이 나며 피와 뇌수가 틔어올랐다. 세리아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러나 그 피와 뇌수는 곧이어 꿈틀거리는 검붉은 생체조직으로 변해버렸고 그렇게 그는 바닥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멍하니 서있는 세리아만을 남겨둔 채.

* 

갑자기 전능수의 전신이 떨리기 시작했다. 한 켠에서 날고 있던 로자르아힘의 표정이 묘하게 바꼈다. 그때와, 그때와 상황이 같았다. 그녀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위험해요!" 순간 수십, 수백개의 촉수가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브레스에 관통당 하는 모든 상처가 일시에 치유되며 또한 모든 공격들이 동시에 흡수당해버렸 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 하던 전능수가 갑자기 공격 의 흡수와 재생을 삽시간에 이루어내버린 것이다. 빠르게 날아들어가던 한 드래곤이 촉수에 붙잡혀버렸다. 그 모습에 자하드리 안의 안색이 일순 변했다. 속도가, 속도가 달랐다. 기존의 속도 자체와의 차이 는 없었지만 반응속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삽시간에 그 드래곤의 신체가 전능 수에게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비명이 울려퍼졌다. "크아아아아악!" 동시에 다른 드래곤이 촉수를 베어넘기려 길게 하강하며 자신의 거대한 발톱으 로 촉수를 찢었다. 그러나 그것은 채 찢기기도 전에 다시 재생해버렸다. 붙잡 은 드래곤을 흡수하면서 말이다. 자하드리안의 안색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만치 새하얗게 변했다. "어..어떻게 된거야 이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방금전까지만 해도 승산이 있었는데...... 그러나 그녀에게도 이젠 더 이상 방도는 없었다. 이제 저 거대한 괴물은 완벽 해져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래곤들은 하나 둘, 전능수에게로 흡수되어져 갔다. 그리고, 그에 비례하여 전능수의 힘은 더더욱 강해져갔다. 지금 전능수의 몸에서 솟아나온 용두는 어림잡아 30여개. 그것들이 쉴새없이 쏘아대는 브 레스를 피하며 드래곤들은 아슬아슬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 드래곤이 날개를 반쯤 접어 높은곳으로부터 전능수에게로 급활강을 시도했다. 그에, 전능수는 그 드래곤 쪽으로 용두를 돌렸고, 한줄기 섬전 의 브레스를 뿜어냈다. 그것의 공격을 채 피하지 못한 그 드래곤은 한쪽 날개에 브레스를 직격당했고, 기다란 푸른 연기를 뒤로 흘리며 전능수의 몸에 쿠앙 하고 쳐박혔다. 그리고는, 이내 전능수의 몸 안으로 흡사 늪에 빠져들 듯 흡수되어 버렸다. 그 드래곤에 곧바로 이어 따라오던 한 드래곤은 전능수 가까이로 접근할 수는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정없이 전능수의 몸을 긁고, 브레스를 갈기는 등, 사정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다지 피해는 입히지 못 한채 그 역시 전능수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드래곤의 수가 점점 더 줄어만 갔다. 1대 100으로 시작했던 싸움에서, 드래곤들이 자신들의 수가 줄었다는 느낌을 받을 쯤 엔 겨우 30여 존재의 드래곤들만이 허공을 휘젓고 있을 뿐이었다. 형편없 는 화이트 같은 경우는 단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고, 골드나, 실버, 레드 정도가 약간 살아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와 반비례하여, 전능수의 몸 밖으로 솟아 나와있는 용두의 수는 엄청 나게 들어있었다. 거의 80여 개체나 되는 용두가 쏘아내는 브레스는 가히 엄청나다 할 만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무한한 마나를 몸에 축척한 듯 끊이 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무모한 싸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지상 최강의 존재라는 자부심 탓일까? 아니면 신이었던 때의 자긍심이 남아있었던 걸까? 아무도 도망가는 드래곤은 없었도 방금도 막 하나의 실버와 레드가 전능수가 쏘아보낸 브레스에 직격 당해 몸의 일부가 박살나버렸다. 전능수는 그 너덜너덜한 시체마져도 몸속으 로 흡수해 버렸고, 곧바로 두개의 용두촉수를 불쑥 내놓았다. 고룡 자하드리안은 그 모습에 고개를 서서히 가로젓더니 일족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후...퇴하라!" 이미 승산은 사라졌다. 이 곳에서 일족의 전멸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명령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었다. 후퇴하려 해도, 허공 가득 깔려있는 분체들이 그들을 놓아주질 않았다. 아까까지의 느릿느릿한 동작과는 전혀 달랐다. 단지 재생의 권능만을 가지고 있던 분체들의 공격이 갑자기 변해버렸다. 백여마리의 분체가 한 드래곤을 휘감더니 그대로 연약한 부분에 촉수를 들이밀어 넣었다. 눈꺼플을 들어내고 입속을 공격하며 기타 구멍이란 구멍에는 모두 그 기다란 촉수를 들이 밀 었다. 일부는 드래곤의 팔과 다리, 날개에 매달려 찢어낼듯 잡아 당겼고, 그에 드래곤은 괴로운듯 비명을 질러댔다. 결국은 힘이 다한듯 날개짓이 더더욱 약해져 갔고, 어느사이 전능수 본체에서 나온 촉수에 휘감기어 빨려 들어가 버렸다. "제길..." 자하드리안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로써 는 최선을 다한 것, 어차피 운명인 것이다. 이곳을 떠나서 도망간들 어디로 도망가겠단 말인가? 아무리 멀리 도망쳐 마나를 숨겨도 저 존재 앞에서는 무 의미하다. 저 거대한 괴물은 마나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느끼는 것이 니까. `괜찮아... 우리들의 후예가 있으니까......'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삶을 느꼈다. 이젠 더 이상 느끼지 못 할 기분, 모든 일족이 사라진 이 때, 그녀 혼자 살아남은 들 무슨 소용이겠는 가? 그녀는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우리들이 사라져도, 일족의 피는 끊이지 않지. 신들이여. 그대들은 우리를 너무 우습게 봤어.' 곧이어 그녀가 눈을 떴다. 그녀들은 이곳에서 소멸하겠지만 저 거대한 괴물 역시 오래가지는 못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는 것이다. 자하드리안은 무심결에 한 소년을 떠올렸다. 붉은 장발의 아름다운 소년, 그 가 일족을 다시 한번 일으킬 것이다. 그 아이가 성년이 되는 날, 저 거대한 괴물 역시 소멸의 운명을 걸을 것이다. "고작해야 400년, 그 정도면 충분해!" 그녀의 마지막 외침이 터져나오며 동시에 그녀의 거대한 육체가 허공으로 까마득히 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전능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 진했다. 그녀의 거대한 몸은 어느덧 음속을 돌파하며, 쿠앙 하는 커다란 소리를 냈 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능수를 향해 돌진해 갔다. 전능수의 몸 가까이로 접근했을무렵.... 그때, 돌연 전능수의 몸 일부가 불쑥 솟아났다. 그것은 이내 드래곤의 손 모양으로 바뀌었고, 자신에게 날아 접근하는 자하드리안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커어억. 그 전능수에서 쏘아져 나온 드래곤의 손은 그대로 자하드리안의 인후를 움켜쥐었다. 지금까지, 브레스 공격과 촉수공격만을 해 오던 전능수가 처 음으로 물리공격을 펼친 것이다. "크아아악~" 자하드리안은 거친 비명을 질러댔으나, 그녀의 목을 움켜진 전능수의 손 아귀는 점점 더 강하게 옭좨여 올 뿐이었다. 투툭, 피부가 찢기고 인대가 뜯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윽고, 자하드리안은 인후에 구멍이 난채 바닥에 스러졌다. 흡사 꽃잎 이 떨어지는 것 처럼... 곧바로 그녀의 시체는 타르 호수에 떨어진 생물처 럼 전능수의 몸 안으로 잠겨들어갔다. 이렇게 드래곤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 갔다. 자신들의 수장의 죽음에 분 노한 13골드 드래곤 특공대들은 무모하게 전능수에게로 덤벼들다 갈가리 찢겨 죽었고, 남아있던 다른 드래곤들도 비슷한 모습으로 그 마지막을 맞 이하게 되었다. 마지막 드래곤.... 이제 막 성룡이 된 에센드라스는 일족의 전멸을 바라 보며 멍해져 버렸다. 위대한 블랙 일족의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있는 그로 써는 눈앞의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전멸이라니.... 위대했던 자신의 아버지가 비참하게 사라져가고, 골드의 고룡마저 단번에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다니.... 반쯤 미친 그는 두 날개를 활짝 펼쳤다. 거칠게 날개를 퍼득이며 그는 전 능수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했다. 크으으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그는 날개를 뒤로 젓혔다. 그의 전신이 은빛의 회오리가 되어 거친 파괴력을 싣고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파괴의 회오리는 곧 전능수의 몸 안으로 깊숙히 파고들었다. (초오덴지스핀~~^_^) 하지만.... 그 후로 그를 본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계속------------------------------------ 음냐... 뭐 멸족은 아니지만... 대충 다 죽어버렸지? 으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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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 내가 쓴거야!!Tu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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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6(22:20)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94 , 줄수 : 317 초룡전기339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39-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06 읽음 148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파멸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맨처음 전혀 알지 못했다. 저, 허공에 떠 있는 저것이 무엇인지, 제도의 절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 거대한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들은 그저 저 거대한 존재와 수많은 드래곤들의 전투를 바라보며 그저 도망가기에만 바쁠 뿐이었다.

이윽고 모든 드래곤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허공에 저 거대한 존재만이 남 아있게 되었을 때, 아무런 징조도 없이 그것으로부터 느닷없이 한 줄기 붉은 섬광이 지표면으로 내리꽃혔다. 그 힘은 레드 드래곤의 것이었다. 황성 바로 위에서 쏟아져 내려온 붉은색 의 기둥. 그것은 황궁 한 가운대 작렬했고, 쿠아앙,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궁성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충격파가 도시로 퍼졌고, 엄청난 충격 으로 도로가 뒤집어지고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화염에 직격당한 황성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기껏 아름답게 꾸며두었던 정원도, 물고기가 뛰어놀던 연못도, 이 엄청난 화염의 기둥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붉은 화염의 기둥이 사라진 후, 도시는 쑥대밭이 되었다. 건물이 무너지는 거리 사이사이마다 아비규환의 비명이 이어졌다. 아주 잠깐 사이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용두로부터 또다른 빛이 솟아났다. 은빛의 기둥은 다시 한 번 황궁위로 작렬했고, 황궁에 생겨났던 용암의 호수는 치지직 격렬한 김 을 뿜어내며 급속히 굳었다. 아니, 그정도가 아니라, 아얘 하얗게 얼어붙 기 시작했다. 방금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제도 안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 했다. 대기로부터 수증기가 응집되어 하나 둘 눈발이 휘날리고, 브레스가 떨어진 주변은 온통 하얗게 얼어붙어 버렸다. 그리고 뒤이어 전능수의 몸 주위에 희뿌연 안개같은것이 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안개 같은것이 아닌, 바로 분체였다. 워낙 먼 곳에 있어 그 렇게 보인 것으로 수백, 수천 개체의 분체들이 몸으로 부터 쏟아져 나오자, 일순 태양빛마저 가리워질 지경이었다. 막 도주하던 제도의 시민들이 돌연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향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발견했다. 거의 마차만한 덩어리들이 하늘 가득 떠있는 모습을. 그것들은 어떻게인지도 모르게 날아 사람들 사이로, 마을 사이로 날아다녔 다. 돌연 그들에게 엉겨붙기 시작했고, 하나 둘, 몸 안으로 인간들을 흡수 했다. 드래곤과 전능수의 싸움. 그리고 전능수의 황궁파괴. 이 두가지만으 로도 가뜩이나 겁을 집어먹었던 제도의 시민들은 이 괴상한 것의 출현으로 더더욱 혼동상태에 빠져들었다. 막무가내로 도시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해 사람들에게 밟혀죽는 사람들만 수백에 이르렀다.

* 

전능수는 계속해 제도를 파괴하고 있었다. 분체를 내보내 사람들의 자료를 얻고는 더이상 쓸모가 없는 공간이라 생각하는 곳에는 여지없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주로 파괴력이 뛰어난 화염계 브레스를 사용했는데, 덕분에 제도 샤하르는 지금 온통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한번 공격했던 곳, 샤하르의 중심지 황궁 노르뮤니아드가 있던 그 곳 은 폐허로 변했기는 해도 더 이상 그 파괴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그 자욱한 연기가 감도는 폐허, 아무도 살아남은 자가 없는 불모의 대지로 변해 버린 듯한 그 곳에서 문득 인기척이 들려왔다. 한 무리의 아이들과 마치 그 아이들을 통솔하는 듯한 한 여인의 모습이 연기 사이로 어슴프레하게 비쳐졌 다. 바로 아린 일행들의 모습이었다.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금발의 소녀, 그녀의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폐하...." 그녀의 주위에는 더 이상 삶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죽어버렸 다. 그녀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 한 것이다. 남령주 마도여왕으로써의 의무를. 힘없이 무릎을 꺽으며 그녀는 주저앉았다. 눈 앞이 가물가물 흐려지 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생각났다는 듯 피트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가만, 우리는 어떻게 살아난 거죠?" 모두들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궁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잘 녹아 내린 웅덩이 위로 빳빳하게 굳은 얼음덩어리 만이 남아있는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나는 잠시 입을 벌렸다. 이 정도면 살아남는 것은 고사하고 시체 만이라도 남기면 다행일 정도다. "글쎄요. 이건...." 문득 유나의 시선이 아린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멍하니 아리아 손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저 붉은 머리의 소년에게로. 유나의 입에서 자신없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의... 힘일까요?" 그때 한 목소리가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닌 듯 싶군요...." 침울하게 울리는 세틴의 목소리에 모두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허공 을 바라보며 절망에 찬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것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피트가 향하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동시에 새하얗게 변했 다. 검붉은 덩어리들, 수십개의 촉수들을 꿈틀거리는 수많은 분체들이 그들에 게도 날아오고 있었다 "어...쩌죠?" 세틴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겨우겨우 무너진 황궁에서 살아나왔더니 이젠 더 암담한 사태가 그들 앞에 놓 여있는 것이다.

* 

"우웅?" 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했다. 눈 앞에 모든 사물들이 뚜렷하게 보이는데도 이상하게 그것들이 인 식되지를 않았다. 분명히 그의 눈앞에 존재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존재 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뿌연 안개 속에서 아련히 떠오르는 신기루처럼 그것은 아린, 자신과는 동떨어진 무엇인가로 비춰질 뿐이었다. "이상하네? 왜 이러는 거지?" 아린은 눈을 껌벅이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달리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 그의 소중한 동료들이 하나같이 어디론가 달려 가고 있었다. 유나의 표정이 다급해보인다. 세틴의 미간에 깊게 주름이 잡혀있 었다. 세를레네의 두 눈에 눈물이 글성거린다. 피트의 얼굴에 붉은 피가 흘러 내린다. 그들은 달려나가고 있었다. "이상해. 어딜 달려가고 있는 거야?" 그러나 아린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닿지 않는 듯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디 론가 사라졌고 곧 그는 홀로 남았다. 아무도 없었다. 주변이 텅 비어버렸다. "유나? 세틴? 피트? 다 어디갔어?" 아린은 목청껏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질 않는다. 아득한 메아리만이 어디선가 울려퍼지며 아린의 목소리를 울리게 할 뿐이었다. 아린은 덜컥 겁을 먹었다. 다들 사라졌다.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린의.... 그러나 그 순간 아린은 도대체 누가 사라져버렸는지 기억 못하는 자신을 발견 했다. 무엇인가 중요한, 중요한 누군가가 떠오르려 하면서도 이상하게 떠오르 질 않았다. 그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짙은 어둠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어둠 한 가운 데로 무엇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린은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거대했다. 거대했고 또 어두웠다. "뭐지?" 아린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어둠으로부터 왠지 낮익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뭐지 저건?" 순간 어둠이 분열되었다. 짙은 어둠이 그를 감싸안더니 곧이어 퍼져나갔다. 자신을 지나치는 저 어둠들을 바라보며 아린은 멍하니 그것들을 쫓아갔다. 유나가 보였다. 세틴이 보였다. 세를레네가 보였다. 피트가 보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디론가 달려나가고 있었다. 자욱한 어둠이 마치 안개처럼 퍼져나가며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아린은 얼떨결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 의 동료들에게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때 어둠이 돌아보았다. 아린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존재가 느껴졌다. 포근한 느낌의, 자상한 느낌의 무엇인가의 존재가. 그 순간 아린은 그 어둠 속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엄마였다. "꺄아아아악!" 비명이 터져나왔다. 삼켜지고 있었다. 그의 어미가, 그의 친지가, 그의 모든 일족이 저 어둠 속으 로 삼켜지고 있었다. 아린은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저 어둠으로부터 도망쳐 야만 했다. 그때 한 여인이 그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아린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나직히 중얼거렸다, "아..리아?" 그녀는 다가가고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린 저 어둠을 향해 그녀 는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아린은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싫어...." 싫었다. 정말 이 사람마저 잃기는 싫었다.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어 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싫어...." 저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를 잃게 만들고 친지를 잃게 만들고 자신의 동 족을 모조리 잃게만든, 아린을 외톨이가 되게 한 저 존재들이 그에게로 다가오 고 있었다. 한 가지 명령만이 아린의 뇌리 속에 깊숙이 틀어박힌 채 계속 목소 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도망가야 한다.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야 한다. 아린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비명을 질렀다. "싫어!"


빛이 터져나왔다. 눈부신 적색광이 아린의 전신으로부터 뿜어져나오며 주변 사람들을 일제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막 분체 한 가운데에 검을 찔러넣고 서 반으로 쪼개버리던 아리아도, 불꽃으로 분체를 검게 그을리던 유나와 세 를레네도,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촉수들을 베어넘기던 세틴도, 곁에서 계속 신성주문을 남발하던 피트도. 그 빛은 단숨에 그들 모두를 휩싸고는 곧이어 사라져버렸다. 자신이 집어삼킨 사람들과 함께.

* 

주변의 모든 것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굳건히 자신의 육체를 지탱해주던 바 닥이 물결치듯 널름거리며 사방에서 덮쳐왔다. 벽이 제 형체를 잃으며 흉칙한 생체조직의 원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리아는 재빨리 몸을 굴려 덮쳐오 는 저 생체조직의 파도를 피하며 비명을 질렀다. "레이크!" 먹힌다. 먹힌다. 먹힌다. 그녀의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주변의 모든 것이 그녀를 집어삼키려 는 듯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레이크으! 정신차려 이 바보야!" 소용없었다. 그녀의 외침은 이 검붉은 공간에 허무히 메아리칠 뿐이었다. 마 침내 그 물결은 그녀의 발목을 움켜쥔 채 그녀를 덮칠 듯이 쇄도해 왔다. "레이크!" 그때, 모든 움직임이 일시에 정지되어버렸다. 꿈틀거리던 검붉은 근육들도 요동치던 바닥도. 곧이어 그것들은 천천히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고 곧 그곳 은 원래의 둥근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닥에서부터 한 존재가 서서히 솟아나왔다. "으으음..."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그것은 서서히 하나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두꺼 운 팔다리, 건장한 어깨, 그 위로 뒤덮이는 허름한 갑주, 곧이어 레이크의 모 습이 그녀 앞에 완벽하게 드러났다. 세리아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드래곤이 소멸하는 그 순간부터 쉴 새없이 불러댔건만 이제 일어나? 그녀의 원망스런 시선을 맞닥드리며 레이크가 멋적은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구박말라고. 나 원래 잠에서 깨어나는 게 좀 늦거든. 저혈압이라." 인간이나 할 법한 말, 세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위기는 넘김 듯 싶었다. 문득 레이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근데 이상하군." "예?" "뭔가가 내 시야에서 벗어났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를 않아. 뭐지?" 연신 의아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던 레이크를 바라보며 세리아는 다시금 한 숨을 쉬었다. 일단은 돌아온 것이다. 원래대로는 아니지만. "뭐, 상관없지만......" 레이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갖 선명한 화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잿더미가 된 제도 전체가 그들 앞에 모 습을 드러냈다. "크크크... 어쨋든 이제 내 첫번째 의무는 다 했군. 그럼 두번째 의무를 이 행해야 하는 건가?" 광소를 터트리는 레이크에게서 눈을 돌린 뒤 세리아는 다시금 화면으로 시선 을 옮겼다. 제도는 이제 더이상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물론 절반 이상의 땅이 아직 멀 쩡하다시피 남아 있었으나, 이제 더이상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니다. 그리고, 전능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또다른 곳을 향해.




계속---------------------------------------

헥헥헥... 열이 39도 입니다... 진짜 불타오르는 것 같군요 이거--;;;;;;;;;;; 우... 글쓰자 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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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Nobreak Technologies, Inc. 이소설 내가 쓴거야!!Tu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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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7(22:37)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71 , 줄수 : 445 초룡전기340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0-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07 읽음 1170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하얀 밤. 헤이드 6국연합의 북쪽 끝인 이곳 아라스난 왕국 북부 게넨 시의 밤은 언제나처럼 오늘도 안개가 자욱했다.

도시 중앙에 있는 커다란 신전. 신전치고는 장식이 굉장히 직선적이고 단 순한 이 건물은 고통과 치유를 다루는 베스텐을 모시는 곳이었다. 그다지 도시가 크지도 않았기에 신전 역시 그다지 규모있는 편이 아니었다. 신관 의 숫자도 10명 내외. 그중 신성력을 지닌 진짜 신관의 수는 2명에 불과했 다. 그들 두명중 한명, 노사제 나이세바흐는 늦은 밤 신전에 남아 신전을 지키고 있었다. 도둑이라도 들어 은제 제기들을 훔쳐가기라도 하면 안되니 말이다. 나이세바흐는 신실한 사제였고 도시에서의 평도 좋은 편이었다. 그는 이 무 료할 만한 밤시간을 신에게 바치기로 마음먹고서 조용히 신전 중앙의 기도 장소에 무릎을 꿇었다. 고고히 비치는 달빛에 유리창의 그림자가 이 늙은 사제의 몸위로 드리워졌다.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윽--; 뭐야 이거? 나 진짜 망가졌네--;;;; 출판본에는 빼야지.) 인자한 목소리가 고요히 신전안에 울리운다. 그때, 돌연 달빛을가리는 무언가가 신전위에 나타났다. 사제 나이세바흐는 돌연스레 어두워진 주위에 감고있던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 천정의 창문을 살폈다. 하지만 자그마한 등불 하나만이 곁에서 타오르고 있는 신전이란 어 둡기 짝이 없었다. "구름이겠지.... 내 수양도 형편없군. 겨우 구름이 달빛을 가린 정도로.... 쯧쯧." 나이세바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반야바라밀...." (출판본에는 뺄께요--; 근데 재미붙여버렸다^^;;;;) 하지만 그의 기도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돌연 와장창, 유리창이 깨 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거의 방의 크기 만한 덩어리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사제는 황급히 몸을날려 떨어져 내리는 유리가루를 피했으나, 팔뚝에 경미한 상처를 입고말았다. "크윽, 게 누구냐? 신성한 사찰에 숨어들다니! 불존의 설법이 개세를 안녕하 거늘...." (삭제해야 할 부분이 많군--;;;;;;;) 나이세바흐는 이렇게 말하며 그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날아다니는지도 알 수 없는 거대한 덩어리였다. 그 덩어리는 곧바로 신관에게로 덥쳐왔다. 기다란 촉수를 내어 더듬듯, 휘감 듯 주위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신관은 놀라며 두 손을 이용해 마법의 인을 만 들어 내었다. "고통으로써 더 높은 곳을 향하게 하시는 베스텐이시여. 그대의 종에게 힘을 부여하소서!" 그러나... 신관의 그러한 노력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 알수 없는 괴물은 채 그의 신성 주문이 발동되기도 전에 그 거대한 몸체를 이용해 신관을 통체로 삼켜버렸고, 사제 나이세바흐는 그저 그것에게 잡혀먹는 수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편 같은시간. 도시 곳곳에서는 이 신관이 당한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도시 최고의 마법사였던 포프가 그의 동거녀 마암이 보는 앞에서 저 분체에 의해 먹혀버리고 말았고, 의사겸 치료술사였던 베스텐의 또다른 신관 세바스찬 또한 쥐도새도 모르게 분체에 의해 흡수를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지는 않은, 그러나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같 은 운명을 맞았다. 그 다음날. 도시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아수라장이 된 도시의 풍경과 돌연스레 실종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경악에 쌓였다. 도무지 그들의 머리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채 모르고 있었 다. 이런 사태를 당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며, 이미 3개월 째 대륙 전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 

"내정대신의 보고이옵니다." 하급관리의 기나긴 목소리가 들리우고, 곧바로 두루마리를 든 한 나이든 남자 가 앞으로 나섰다. 이곳은 카르셀의 임시왕궁. 카르셀이 침몰한 후 바트란 왕국 수도에다 임시로 마련한 곳이었다. 물론, 전 바트란 왕국의 왕궁인 만큼 시설은 카르셀 왕궁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카르셀이 침몰한 지 거의 4개월이 넘 어가는 지금, 라티스는 또다시 바트란 왕국 전부와 리베이드 동부지방을 완벽 하게 행정적으로 통합하여 새로운 카르셀 왕국을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한 때 리베이드 귀족이었던 눈 앞의 저 내정대신도 지금은 충성스런 카르셀의 신하인 것이다. "동부 리베이드 지방, 마리앙트시 중앙에 있던 내성. 서부 리베이드지방...." 이후로, 내정대신의 입에선 꽤 오랜시간 수많은 도시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부숴진것은 대부분 도시 중앙의 성, 혹은 굉장히 오래된 고건물들로, 문화재적 가치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체에 의해 직접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수백명에 이르며, 그 외에 간접적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몇만에 이를것으로 생각되옵니다." 그 뒤로 꽤 오랜 시간동안 카르셀의 궁정에서 회의가 이어졌고 나름대로 결론 도 제대로 못 내리면서 괜시리 시간만 끌고있는 자신의 가신들을 바라보며 라티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고 생각에 잠겼다. 3개월, 저 거대한 정체모를 괴물이 대륙에 나타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사실 피해가 생각했던 것만큼 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 전능수가 보여준 어마 어마한 위력에 비한다면. 칼슈타인은 단 한번의 숨결로 카르셀의 대부분을 바다속으로 밀어넣었다. 그 런 칼슈타인을 삼킨 전능수라면 얼마든지 더한 위력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륙을 가라앉히지도, 나라를 없애지도 않았다. 단지 죽일 뿐 이었다. 마나를 다루는 모든 자들을. 하지만 문제는 세계를 지배하는 지배자 층은 대부분 마나를 다루는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모든 피해자들은 마법사나 신관, 정령사, 소드마스터에 국한되어 있다네. 적어도 직접적으로 죽음을 당한 자들은." 결론이 나지않는 회의에 진절머리를 내며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라티스의 귓 가에 문득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검은 로브를 뒤집 어쓴 한 중년마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라티스는 화들짝 놀라며 근 3개월만에 맞이하는 자신의 친우에게 반가운 듯 소리쳤다. "가스터! 자네 언제 왔나?" "방금 전. 나야 함부로 돌아다닌 팔자가 못 되니까." 라티스는 피식 웃으며 가스터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럼, 지금은 된다는 의미로군?" "아아. 덕분에." 가스터는 말없이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라티스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팔뚝 중간부분 부터 뚝 잘려 흉한 꼴을 보이고 있던 그의 오른손이 멀쩡한 모습으로 손가락 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팔이 생겨났군." 자신의 오른손을 다시 로브 안으로 갈무리하며 가스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 다. "하지만 내 팔은 아니야." "그럼?" "전능수의 것. 잘렸던 부분에 부분이식했지." 라티스의 미간이 살짝 징그려졌다. 무슨 소리인지 쉽게 이해가 안 갔던 것이 다. 하지만 마법적인 문제를 가스터에게 물었다간 하루 반나절은 설명을 들어 야할 것이 뻔하다. 라티스는 그냥 호기심을 접어버렸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부 터 물었다. "그럼, 자네는 안전한건가?" 적어도 지금의 라티스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마나를 가진 모든 자들이 죽음을 당하는 이 마당에 가장 위험한 것은, 현 인류 중 가장 강대한 마나를 다 루는 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대마법사 가스터인 것이다. 가스터는 안심하라는 듯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아마도. 동류로 인식되진 않아도 동류에게 흡수당하는 중인 `부정한 자' 로 인식되겠지. 뭐, 실제로 다를 것도 없으니 일단은 안전하다고 믿고 싶네만." "흐음......" 라티스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덧 회랑을 걷고 있던 그들은 한 방문 앞까지 도달했다. 그들은 곧 안으로 들어갔다. 수수한 응접실 안에 단란한 테이블 위로 두 잔의 차가 놓여있었다. 서로 한 자리씩 차지한 채 라티스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킨 뒤,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럼, 그 방법으로 다른 마법사들도 시야를 가리는 것이 가능할까?" 가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에게나 시술할 수는 없어. 워낙 위험하거든." 그러며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불쑥 들어보였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평 범한 오른손... 이라고 라티스가 생각할 무렵, 갑자기 그것이 꿈틀대며 인 간의 손의 형체를 잃고서 이리저리 변형하기 시작했다. "헉! 자..자네 손이...." 당황하는 라티스를 바라보며 가스터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변형하려는 오른손 을 대뜸 움켜쥐었다. 삽시간에 그것은 진정되면서 원래의 형체로 돌아갔다. 멍 하니 입만 벌리고 있는 라티스를 바라보며 가스터는 그것 봐라 라는 듯 말을 이 었다. "실제로 내가 조금만 정신을 늦추면 이 놈은 나부터 잠식해들어갈 테니까." 라티스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마법사란 이해 못 할 종족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화제를 돌렸다. "베라와 플루토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곳에." "플루토는 여전한가." "음......" 걱정어린 기색이 가득한 라티스의 말에 가스터는 미소를 감춘 채 굳은 표정 으로 말미를 흐렸다. 뭐라고 달리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표정 만으로도 라티스에게는 모든 설명이 된 듯 했다. "여전한 모양이군......" 야릇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라티스는 다시금 찻잔을 기울이며 잠시 허공을 바라 보았다. 3개월 전,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난.... 그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 속의 상념을 떨쳐버렸다.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친우인 이 놀라운 대마법사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던 졌다. 실은 만나자마자 했어야 할 질문이었지만 친구의 안위가 우선이다보니 뒤 로 미뤄진 것이다. "그래, 도대체 그동안 뭘 한건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다니." 전능수를 부활시키러 가겠다던 친구가 엉망진창이 된 베라와 플루토들을 데리 고 라티스 앞에 나타났었던 것이 벌써 3개월 전, 그는 곧이어 플루토들을 데리 고서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다시 나타난 것이다. 대륙이 쑥대밭이 되고 난 다음에야. 라티스는 기대어린 눈으로 가스터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책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뜻일까? 가스터는 피식거리며 대꾸했다. "아, 주인 잃은 보물들을 좀 챙겨뒀지. 워낙 양이 많아서 시간이 꽤 걸렸을 뿐이야." "주인?" "지상 최대의 고룡 칼슈타인의 유산. 6500년동안 모아온 보물이라 그런지 무지막지하더군. 물론 파내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지만." 라티스는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가스터를 바라보았다. 와르르 무너진 산맥을 통채로 파헤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일 리는 없는 것이다. 물론 마법을 이용하 면 좀더 수월해지긴 하겠지만... "용케도 그 `괴물'에게 걸리지 않았군." "이게 있잖아 이게. 일이야 인부들 시키는 것이니 걸릴 리가 없고." 가스터는 여전히 오른손을 까닥거리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라티스는 어깨를 으쓱여보이며 자세를 고치고 소파 위로 편하게 몸을 뉘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방법이라도 찾았나?" 지금 당면한 문제는 저 대륙 전체를 덥펴오는 정체모를 괴물체, 전능수 엘디 클리쳐에 관한 것이 가장 선결문제인 것이다. 라티스의 질문에 가스터는 미간 을 찌푸리며 천천히 대꾸했다. "아, 주인잃은 레어에 남아있는 것은 보물 뿐만은 아니었지. 보물보다 값나 가는 자료들도 즐비했으니까." "그러니까, 방법을 찾았다는 소리인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데..." 문득 가스터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그 시행자들을 찾을 수가 없다는 거야." 그때였다. 한창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던 그들의 뒤로 한 신하가 방문 을 박차고 응접실로 들어서며 외치듯 말했다. "제, 제국의 사신이옵니다. 전하!" 신하의 말에 라티스는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제국의?" "예, 그렇사옵니다, 전하." 가스터와 라티스는 동시에 고개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와중에 제국에서 사 신이 온다? 제국은 원칙적으로 이들 헤이트 6국연합을 국가로 인정치 않는 곳 인데? 그래서 민간무역은 성행해도 국가간의 외교는 단절되는 것이 원칙 아니 었던가? 가스터가 피식거리며 중얼거렸다. "제국 측도 어지간히 급했나보군." 라티스 역시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신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들라고 하게." "예 전하." 곧이어 제국의 사신이, 너무나 위풍당당히 응접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화 려한 복식에 절도있는 몸가짐. 가히 제국의 신하라 일컬을만 했다. 물론 라티 스 눈에는 시건방진 태도로밖에 안 보였지만. "저희는 사 영주 연합회의의 명을 받들고 이곳에 찾아온 제국의 신하입니다. 카르셀의 국왕께서 선심을 배풀어 저희를 흔쾌히 맞아 주시니 이것은 모든 대륙의 복이 아닌가 하옵니다." 뭐라 말하는지도 헷깔리는 사신의 말에 라티스는 별다른 대꾸없이 단도직입 적으로 말했다. "제국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경들을 이곳까지 보냈다고는 생각 않소만, 잡설 이 길구려. 지금같은 상황에 그런 비비 늘어지는 말을 할 시간은 없소. 어 서 용건을 말하시오." 라티스의 이러한 태도에 두 사신은 순간 당황해 했으나, 서로 한차례 얼굴을 바라보고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오니 저희도 안심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 겠습니다. 저희 제국 사령주 연합회의에서는 당금의 문제를 단지 한 지역의 위협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그것은 제국의 수도를 파괴하였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전 대륙의 곳곳을 황폐화 시켰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제국에서는 그것을 막기위해 전 대륙적인 협조체제를 세우겠다는 마음을 먹 게 되었고, 이렇게 각국의 왕들에게 사신을 파견한 것입니다." 다시 다른 사신이 말을 이었다. "지금 저희와 함께 제국 서령주의 영지로 가 주십시요." 그들의 이야기에 라티스는 천천히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사신을 향해 물었다. "각국 왕들의 자격은?" 사신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했다. "동등하옵니다. 황제폐하가 안 계시는 지금 감히 수장으로 자처하는 분이 안 계시옵기에." 다시 라티스가 물었다. "서령지까지의 워프게이트는 열려있나?" "예." "그럼, 가는 것은 순식간이겠군...." "그 워프게이트 냄새를 맡고 전능수가 이곳으로 들이닥치지만 않는다면 말 이야." 불쑥 끼어드는 가스터의 말에 사신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고보니 거기 까지는 이들은 미처 생각치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라티스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럼, 모인 각국 왕들은 누구누구인가. 짐과 동등한 자들 말일쎄." 태연한 라티스의 질문에 사신이 재빨리 대답했다.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동령주 현왕 제히드 아파카인 세리오네이드 하야데이나트님. 서령주 무왕 아르고스 아파카인 에레아이스네 디테이로스 틴님, 남령주 마도여왕 세를레네 아파카인 데레스테이나 카킬라이드님, 북 령주 신왕 브로데일 아파카인 토울 세키나트 라이크리드님. 이 네 분이 공동 으로 제국을 대표하고 계십니다." 가스터와 라티스는 감탄스러운 눈으로 사신들을 바라보았다. 저 이름들을 다 외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녕 이들은 사신으로써의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 가스터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음. 익히 외운 이름이긴 하지만 여전히 들을 때마다 기가 질린다니까." 라티스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다들 무사한 모양이군. 헤이드 쪽은?" "카르셀 왕국의 국왕이신 라티스 엘 카르셀 전하와 사르바잔 왕국의 국왕 이신 허드세일 엘 사르바잔 전하. 바트란 왕국과 라슈타니엔 왕국은 각각 사라졌더군요. 그리고 리베이드 왕국과 아라스난 왕국은 현재 국왕을 잃은 상태죠. 대신 왕위계승자들이 참가하시게 됩니다." 가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제대로 따지자면 사라진 것은 카르셀 왕국이 지만, 지금의 카르셀 왕국이 옛 바트란 왕국 전부와 리베이드 왕국 일부고 라슈타니엔 왕국은 아라스난 왕국에 합병되어버렸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음... 리베이드는 망하지 않은 걸로 치네?" 의아해하는 가스터를 보며 라티스가 간단히 부연설명을 붙여주었다. "거긴 아직 서쪽 지역이 남아있거든. 채 점령을 못 했어." 그리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들은 누구인가?" 사신은 공손히 대답했다. "아라스난 왕국의 왕위계승자였던 파르세일 왕자와, 현재 리베이드 왕국의 왕위 계승자인 세틴 경입니다." 그때, 이제껏 가만히 듣는둥 마는둥 사신들의 이야기를 귓전으로 흘리던 가 스터가 불쑥 틔어나오며 소리쳤다. "세틴? 혹시 세틴 사라세나인?" "예? 아... 예. 그 분이십니다만... 지금, 리베이드 왕국 측에서는 그 분을 왕으로 추대했기 때문에......." 사신은 쩔쩔매며 말미를 흐렸다. 카르셀과 리베이드는 현재 전쟁 중인 것이 다. 그리고 리베이드 잔존 세력은 여전히 리베이드 서쪽에서 이들과 대치 중 이었고. 만약 전능수라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아마도 꽤나 골치거리였 을 리베이드 잔존세력의 우두머리를 만나는 것이 이들에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걸 깜빡 관과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가스터는 정녕 유쾌하다는 듯 라티스를 돌아보며 외치고 있었다. "라티스! 이거 정말 대륙의 복인걸?" 의아해하는 라티스의 눈빛을 바라보며 가스터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즐거운 외침을 터트렸다. "방법이 생겼어!"




계속------------------------------------ 음..피곤해 피곤해.... 히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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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8(07:12) from 203.229.196.87 작성자 : 쿠키 (kil1234@hanmail.net) 조회수 : 52 , 줄수 : 319 초룡341 SF & FANTASY (go SF)』 48175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1-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07 23:18 읽음:140 관련자료 없음 -----------------------------------------------------------------------------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제국의 서령지 수도 데미스틴, 라티스가 가스터와 몇몇 시종들과 함께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도착한 이 곳 역시 보란듯이 중앙성이 파괴되어 있 었다. 아마도 전능수가 헤이드 6국쪽에서 제국쪽으로 움직이며 이곳에도 들 른 모양이었다.

"이런.... 이곳도 참사를 당했군." 라티스의 말에 사신이 허리를 조아렸다. "예. 그것의 브레스에 의해 서령지 왕의 성이 철저히 파괴되었고, 성안에 거주하고 있던 수천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곧바로 다른 사신이 말을 이었다. "회의장은 성안에서 두번째로 큰 저택인 그라이엄공의 집에서 열릴 예정입 니다. 저희를 따라와 주십시요." 그라이엄의 저택은 워프게이트로 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곳에 위치했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다른 성안의 여러 집들과는 달리 그라이엄 저택은 주위가 신록의 정원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의 저택의 높이와 맞먹은 여러 정원수들 사이에 아늑히 잠겨있는 저택은 흰 대리석 건물로, 특시 처마부분의 장식이 미려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가스터의 입에서 절로 찬사가 새어나왔다. "호, 돈 꽤나 처바른 저택이로군."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행의 시선을 사로잡은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건물의 일부분인줄만 알았다. 녹색의 수풀과는 대조적인 흰색의 거대한 축 조물이 저택의 뒤쪽으로 흘끗흘끗 광범위하게 위치하고 있었고, 일행은 그저 그것이 긴 회랑을 가진, 그리고 밋밋하게 둥근 지붕을 가진 흰색의 건물인 줄 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로 가까워져옴에 따라 그들은 그것이 천 재질을 가진 다른 무엇이 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덧, 건물사이로 배와 흡사한 어떤 구조물이 눈에 들 어왔다. 그 흰 물체를 바닥에 고정해 둔 수많은 밧줄들 역시. 그런 라티스등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사신이 곧바로 간단히 설명했다. "저것은 현왕의 땅, 동령지에서 새로 개발한 비공정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하늘을 날 수 있는 배입니다." 사신의 설명에 가스터가 으음, 하는 신음을 내뱉았다. "그런.... 하늘을 나는 배라니.... 커다란 풍선에 바구니를 달아 사람이 날 수 있게 만드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예. 기구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비공정은 그 기구를 조금 다른 원리로 더 더욱 크게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자세한것은 현왕께서 친히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그럼 안으로." 일행은 저택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조용하던 외관과는 달리 그 안은 어수선 하기 짝이 없었다. 중앙 홀에는 수많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곳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할 정도의 서류들과 씨름하는 문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줄잡아 100명은 될 듯 했다. 다시 사신이 설명했다. "중앙재해대책위원회(?)이옵니다. 이름에 걸맞게 막상 하는 일은 없지만요. 자. 회의실은 이층에."


회의장은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백합실 이라고 불리우는 방에 마련되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서너명의 왕이 도착해있는 것이 보였다. 헤이드 6국에서는 아마도 라티스 일행이 가장 먼저 도착한 모양이 었다. 이들중에는 가스터의 눈에 익은 사람도 있었으니, 바로 제국 남령주 마도 여왕 세를레네였다. 가스터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그러나, 그 곳에는 그녀 외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가스터가 원하는 사람들은. "어서 오십시요. 환영합니다. 카르셀의 왕이여."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제국의 여러 왕들이여." 간단히 인삿말이 오갔고, 이들은 곧바로 카르셀의 왕에게 배당된 자리로 걸 음을 옮기었다. 회의장의 창문으로 조금전 멀리서 보았던 비공정의 모습이 반쯤 드러나 보였다. 문득 창밖을 훑어보던 가스터가 라티스를 툭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라티스. 잠깐 만나볼 사람이 있네." "음? 뭐 그러게나 가스터." 라티스는 대수롭잖게 대꾸했고 곧 가스터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차분하 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저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에게로. 그리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보였다. "오랜만이군요 세를레네 전하." 곧바로 쌀쌀맞은 대꾸가 돌아왔다. "그렇군요. 이 모든 재앙의 원흉씨." 가스터는 멋적은 듯 웃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그의 모습에 세를레네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흥." 하지만 그녀 역시 지금 상황이 감정을 개입할만큼 속편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쌀쌀맞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접근하신거죠?" 냉담하기 그지 없는 태도, 가스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웃는 낯으로 대 할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가스터는 재빨리 용건부터 꺼내기로 마음먹었 다.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들?" "전하께서 함께 다니시던 일행들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가스터는 잠시 말미를 흐린 뒤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 중 갈색머리의 여인과 아린의 행방을 묻는 것이지만요." 그녀는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몰라요." "헤어지셨습니까?" 왠지 다급해하는 태도, 집요하게 캐묻는 가스터의 태도에 세를레네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들의 행방이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요?" 가스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용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열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 그의 태도에 세를레네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 니 곧 표정을 푼 채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럼, 말씀해드리죠."

일순 눈앞이 아득해지며 포근한 무엇인가가 전신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시야는 어두워졌다. "으음......" 세를레네는 눈을 비비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한창 필사적 으로 마법을 전개했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게다 다... "어두워..." 그녀는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칠흙같은 짙은 어둠이 그녀의 사방에 깔려있었 다. 그녀는 재빨리 주문을 외우며 손끝을 까닥였다. "[라이팅]" 자그마한 광구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그 곳은 동굴이었다. 매우 평범한 외양을 한, 그러나 엄청나게 거 대하다는 점에서 그 평범함을 깨어버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돌아보며 당황해하는 일행들의 모습에 세를레네는 불안한 목소리로 나직히 입을 열었다. "여기가 어디죠?" "글쎄요...." 세틴이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피트와 유나 역시 마찬가지인 표정이었다. 그때 저만치서 작은, 아주 작고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집...." 세틴들의 시선이 동시에 목소리가 흘러나온 곳으로 향했다. 동굴 한 귀퉁이 작 은 틈새에 한 붉은 머리 소년이 온몸을 한껏 웅크린 채 조용히 쪼그려앉아 있었 다. 갈색머리 여인의 품에 안긴 채. 잠시 그런 아린의 모습에 눈을 껌벅이던 세틴이 문득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럼... 여기가 드래곤의 레어?" 모두의 시선이 휘둥그레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유나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그럼 이 곳은 알 크리드 산맥이겠군요." 모두가 황당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들은 제도 샤하르에 있지 않았던가? 그들은 단숨에 수 백키로, 아니 수천 키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단 말인가? 멍한 아린의 모습을 조 용히 바라보던 세틴이 문득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럼, 일단 나가죠."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뭐, 좀 넓긴 했지만. 그리고 의외로 계속 웅크려 앉아있을 것만 같던 분위기의 아린은 아리아의 손길을 따라 아무 말없이 졸졸 따라나올 뿐이었다. 동굴을 완전히 빠져나간 뒤, 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세틴이 문득 세를레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세를레네씨? 전 일단 고향으로 돌아갈까 합니다만..." 세를레네는 주춤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리아와 유나는 애당초 별로 갈만한 곳도 없으니 세틴을 따라갈 듯 했고, 피트 역시 그와 함께 리베 이드로 간 뒤 자신의 신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의견이었다. "전....." 그녀는 주춤거리며 말문을 흐렸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 역시 세틴을 따라가 고 싶었다. 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의무가 있다. 제국 남령주의 수장으로써, 제국의 제 2인자로써. 그녀는 그녀 마음대로 인생을 결정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미 그녀가 받은 수많은 부채가 마법이라는 족쇄가 되어 그녀를 얽매고 있기에. 잠시 후, 그녀의 등이 곧게 펴졌다. 그녀의 눈에 흔들림이 사라졌다. 그녀 의 입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 마도여왕 세를레네. 내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어요. 전, 제 국민들에 게로 돌아가겠어요." 세틴의 입가에 아쉬움이 깃든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렇군요. 그럼... 이별이겠군요."


"...그리고 저는 다시 제국으로 돌아왔어요. 3개월 전의 이야기죠. 그 후로는 세틴씨 일행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 했어요." 그녀는 말을 맺으며 됐냐는 듯 가스터를 노려보았다. 그녀로써는 이 음흉한 중 년마법사와는 단 한 마디의 대화조차도 하기 싫은 것이다. 가스터는 쓴웃음을 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한 뒤 그녀의 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 렸다. "그럼... 세틴이라는 소년의 곁에 있겠군. 뭐, 계획에는 지장 없겠는걸?" 그때, 다시 한번 회의장의 문이 열리며 몇몇 사람이 더 안으로 들어왔다. 헤이 드 6국의 다른 왕들이 이제야 당도한 것이다. 그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것은 다름아닌 흑발의 화려한 복색을 한 젊은 소년 국왕의 모습이었다. 세를레네는 가볍게 놀라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그는 그런 그녀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주었다. "오랜만입니다 세를레네 전하." "세,세틴씨? 어,어떻게..." 세를레네는 당황하며 세틴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에 대해 회상한지 10초도 안 지나서 본인이 떡 하니 눈앞에 나타났다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세를레네의 당황은 단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었다. 3개월 전만 해도 평범한 견습기사였던 사람이 어떻게... 당혹해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곁을 떠나려던 가스터가 문득 장난기어린 목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런, 아직 모르셨나보죠 세를레네 전하?" 그리고 그는 더없이 정중한 태도로 세틴을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리베이드의 새 국왕폐하이신 세틴 엘 리베이드 전하십니다. 여기 있는 누구 덕분에 리베이드 왕족이 몰살당해서 어부지리로 왕관을 쓴 행운아시죠." 세틴의 미간이 역팔자로 구부려졌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가 함부로 감정을 개 입할 자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 "가스터 공.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당신이라는 점을 좀 자각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물론. 그래서 나름대로 대책도 세워놓은 것이 아니겠소?" 여전히 뻔뻔스러운 그의 태도에 세틴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다. 잠시 후 그 의 입에서 나지막한, 그러나 살기가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대의 마법을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가스터." 동시에 세틴이 가스터의 시선으로부터 한 발자국 옆으로 비켜섰다. 가스터의 얼굴에 뜨끔해하는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비켜 선 세틴의 뒤로 방문을 통해 들어오는 한 무리의 일행이 보였다. 유나, 아린, 그리고 아리아, 세틴의 시 종의 역활로써 이곳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세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뒤에는 지상 최강의 종족의 마지막 후예가 있으니까." 그러나 가스터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다. 적어도 세틴과 세를레네에게는. "그거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려." 그는 정말 반갑다는 듯 웃고있었다. "흥." 더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듯 세틴은 그대로 고개를 돌린 채 회의장의 자신의 자 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스터는 여전히 묘한 미소만을 입가에 머금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세틴 뒤를 따르는 한 무리의 낮익은 일행들, 그 중에서도 특히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소년과 그 곁에 서있는 무표정한 갈색머리의 여인을. 가스터의 입에서 문득 나직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드디어 마지막 히든 카드가 도착하셨군."




계속---------------------------------------- 음... 기껏 죽여놨더니 다른 놈들이 바글바글 튀어나오는군. 귀찮아 징징T_T ... 라고는 해도 진짜 귀찮아 할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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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8(18:46) from 210.180.117.158 작성자 : 아린 조회수 : 40 , 줄수 : 264 초룡전기342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2- 이름 임경배 날짜 99/09/08 읽음 1516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이윽고 모든 왕들이 회의장에 도착하여 제 자리에 앉자 제국의 4영주와 헤이드 측의 네 국왕들, 그리고 그들의 시종 몇명과 각 신전의 대표자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회의는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서로 앙숙인 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으니만큼 회의장의 분위기는 그다지 곱지만은 못 했다. 게다가 회의 내용 역시 그다지 회의라고 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회의 자체는 간단했다. 뭐, 온갖 예의범절과 체면치레들을 제외시키고 요점만 간단히 말하자면, 지 금 비공정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거 타고 전능수 죽이러 가자! 달랑 이게 회의의 전부였던 것이다. 물론 비공정만 달랑 가봤자 뭐하겠냐? 힘있는 사 람들 죄다 모아서 한꺼번에 타고 가자, 라는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모든 국왕들이 다 모여야 했던 만큼 회의가 필요없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사후 승낙이라고 해야할까? 이미 제국 측은 제국 전역의 마법사, 신관, 소드 마스터들은 물론 헤이드 6국 연합 측의 마법사나 신관들조차 이미 이 곳으로 죄다 `모셔'온 지 오래였던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 이들이 이곳에 와야 할 이유는 단지 허락의 한 마디를 내뱉는 용도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제안을 거절하자니 더 이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도 않아 허락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쨋든, 회의가 어느 정도 결론이 나자 여태껏 거의 의장 격이 되어 회의를 이끌던 -비공정을 개발한 것이 그였으니까- 현왕 제히드가 자리를 털며 제 안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비공정을 이용한 작전에는 이의가 없으신듯 하 니, 세세한 전술회의는 비공정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하는것이 어떨까 합니 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그의 말에 모두는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언제 이 곳에도 전능수가 들이닥칠 지 알수 없는 것이다.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종들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 의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개의 회랑을 지나 저택의 후원에 도착할 수 있 었고, 왕들은 막상 드러난 비공정의 위세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비공정의 크기는 기구부분의 길이가 거의 200미터에 이르렀고, 기구의 아래 달려있는 배의 크기도 50미터는 족히 될듯 보였다. 꽤 커다란 상선 수준, 장식 역시 상당히 화려한 편이었고 유리창이 많아 보 기에 시원스런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왠지 미완성이라는 느낌 역시 강하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배의 옆면으로 하나의 계단이 내려와 있었고, 왕들은 현왕 제히드의 안내를 따라 비공정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공정은 겉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규모 가 장대했다. 배 안은 흡사 하나의 저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놀라워하는 왕들을 바라보며 현왕 제히드가 피식 웃으며 한 마디를 남겼다. "비용을 아끼지 않았죠." 잠시 후, 그들이 탄 비공정은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공중으 로 떠오름과 동시에, 궁성 밖에서 수십, 거의 100여척에 이르는 비공정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숲 사이에서, 건물 사이에서, 흰색의 커다란 몸체 를 드러내며 그것들은 이곳 서령주 데미스틴의 상공을 가득 채운 채 천천히 부유하고 있었다.

* 

회의는 곧바로 이어졌다. 현재 전능수가 위치했다는 북령주 남부를 향해 비공정 선단들은 느릿느릿한 비행을 하고 있었고 각 왕들은 비공정의 선두 쪽에 위치한 회의실에 모인 채 아까의 회의를 계속하는 중이었다. "바로 그점입니다." 회의실은 지금 긴장으로 뒤덮여있었다. 비단 수백여미터 상공에 위치하고 있는 때문만은 아니었다. 발 밑, 회의실 양쪽 바닥부분으로 나있는 투명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저 먼 지상의 모습은 긴장감을 주기는커녕 차라리 신비 로웠으니까. 이들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앞으로 맞서 싸울 상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나를 흡수합니다. 그러므로, 마법사들의 공격은 그다지 큰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그들의 화염마법은 같은 크기의 불덩어리 이상의 힘은 내지 못 합니다." 이 회의실 안에는 거의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각각 서고 또 앉아 있었다. 그 들중 중앙의 기다란 탁자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복장은 특히 화려했고, 그들 의 표정은 당당하기 짝이없었다. 왕이다. 그리고 황제다. 자신들의 나라안에서 는 턱짓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앗을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가신이거나 이곳의 경비를 담당한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소드 마스터급의 검사거나 7서클을 마스터한 마법사들이었다. 인간계 최고급이라고 불리우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것의 공격패턴을 살펴보면 크게 이렇게 나뉩니다." 때마침 발밑으로 구름이 흘러지난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현왕 제히드, 제국 동령지의 왕으로써 과학이라고 불리우는 이 시대의 주류 학문과는 동떨어진 학문에 특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뿐 아닌 거의 모든 학 문에 있어서 대단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람으로 이번 대 전능수 작전의 전략 을 세운 장본인도 바로 그였다. "먼저 브레스 공격. 이것은 드래곤의 그것과 차이가 없는 굉장히 위력있는 공 격으로써, 그것에 정면으로 맞았다가는 이 기함 크라테리움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피침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막을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지금 우 리에게는 없습니다. 비록 마법사들을 총 동원해 비공정의 기구부분에 대 마법 방어결계를 씌워놓기는 했으나, 스쳐지나가는 브레스에도 파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왕의 설명에 각 왕들은 으음, 하는 신음을 뱉았다. 가느다락 턱선과 이지지 적인 눈매의 현왕은 그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동그란 무테안경을 콧잔등으로 밀어붙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것에 대한 전략은 일단 산개대형을 이용해 브레스 공격에 대한 피해를 최 소한으로 줄이는 것으로 삼겠습니다. 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각 비공 정에 배치되어 있는 마법사들은 브레스의 공격에 방어마법을 쓰기 보다는 바람 계열의 마법을 이용해 브레스의 사정권 밖으로 함선을 퇴피시키는 것을 작전명 령으로 하달해 두었습니다." 그의 말에 몇몇 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지금까지 관찰해 온 바로는, 전능수가 조그마한 분체를 내보낼 시에 는 브레스의 공격이 거의 멈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어쩌면 브레스에 의한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왕 제히드는 이렇게 말한 후, 잠시 좌중을 둘러보았다. 다시 한번 안경을 손으로 밀어 올렸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다음으로, 촉수를 이용한 물리공격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것의 공 격을 직접 받은 것은 드래곤들 뿐으로, 얼마나 위력있는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인 자료가 전혀 없습니다. 용도 또한 정확히 아는바가 없어 어‰F게 대응해야 할지 막연하기 짝이 없습니다. 단, 브레스처럼 불가항력 적인 것은 아닌 것으 로 생각됩니다." 그때, 카르셀의 왕 라티스가 물었다. "드래곤들도 막아내지 못한 것을 무슨수로 막으시겠다는 겁니까?"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고, 다시 현왕에게로 돌아왔다. 비록 짧은 시간이 었으나, 제히드는 이미 대답을 준비한 듯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웠다. 그 의 긴 머리칼에 살짝 가리워진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우선 우리는 드래곤들처럼 근접 공격은 하지 않을것입니다." 다시 다른 왕이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마법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조금전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 까?" 약간은 냉소적인 대응이다. 고작 스무세살짜리 녀석이 뭘 알아, 하는 듯한 노 인의 표정이 가득한 그 왕을 향해 제히드는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고, 곧바 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마나추력화약탄두입니다. 민간에 떠돌고 있는 화약을 제가 직접 개조해 만든 화약을 이용해 만든 포로, 적어도 6서클 급의 파괴력은 가지 고 있습니다. 단 포탄이 무거워 화약의 힘으로는 전능수의 몸체까지 날려보내 기가 불가능해, 그부분에 있어서는 마법의 힘을 빌렸습니다. 마법의 힘이 전혀 소용없는 대 전능수용으로 3개월전 개발에 착수한 병기입니다." 라티스가 맞장구를 쳤다. "아, 그렇다면, 촉수역시 그것으로 날려버릴수 있겠군."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이유로, 진형은 반원포위진에 요철진법을 함께 뒤섞은 것으로 짰습니다. 전방 반원의 50척의 함선은 전능수에 대한 직접공격을 맡고, 후열 반원의 40척은 전방 반원 50척의 호위를 맡는 것이지요." 그때 다시 조금전의 냉소적이던 왕이 입을 열었다. "다른 열척은 뭐하는겁니까? 모두 100척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지상으로 수많은 수의 장약탄들이 운반되고 있습니다. 워프게이트를 통 해서이지요. 비공정에 실을수 있는 포탄의 수는 한계가 있습니다. 10척의 함선 들은 오로지 장약탄을 수송하는데 이용할 예정입니다." 왕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시 라티스가 물었다. "과연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분체들에 대한 공격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 니까?" "음, 제가 가장 고민한 점도 바로 그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것의 공격패턴 세 번째는 바로 그 문제의 분체입니다.워낙 숫자가 많고, 재생력까지 갖추고 있어 서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것은 마 나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를 찾아내어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것에 흡수되었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아래로는 마법으로 광 대짓을 해 연명하는 사람으로부터 위로는 마스터급의 마도사나 소드마스터들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마나와 관련있는 자들이었습니다. 단한차례 보통의 사람 들을 흡수한적 도, 건물같은 무생물을 공격한적도 없습니다." 제히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므로, 비공정 자체를 공격하지는 않을것으로 보여집니다. 비록 마나추동 포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무생물 촉매 마법도구로, 역시 분체의 관심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각 비공정에 타고있는 마도사들을 제외하고는 분 체들의 공격을 받는 것은 없을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그때, 라티스가 입을 열어 그의 말에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제가 알고있는 바도 현왕 전하의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분체들은 비공정보 다는 아래 밀집해있는 마도사들과 소드 마스터들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일것입 니다. 그들을 미끼삼아 분체들을 유인하고, 그 사이 비공정들이 그것으로 접 근해 물리적 공격을 가한다면 드래곤들이 해내지 못한일을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두 사람의 이야기에 다른 왕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었다. 일단 아는 바가 거의 없는데다가 이들의 이야기가 꽤 그럴사 하 게 들렸기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기에 도 상황은 너무 절망적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1백여 드래곤들이 힘을 모아 저 것에 공격을 퍼부었었다는데, 그런 그들이 실패한 것을 과연 인간들이 해낼 수 있는 것인가? 그들의 표정에 드러난 그들의 의사는 이 현왕 제히드와 라티스의 눈에 너무나 선명히 비쳐왔고, 그에 제히드가 다시 한번 확신에 찬 말을 했다. "걱정 마십시오. 인간들, 바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믿지 못한다면 그 누구 를 믿을수 있겠습니까?" 그때, 여태껏 잠자코 있던 북령주 신왕 브로데일, 법칙과 질서의 신 엘류시안 의 최고위 신관인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게다가, 우리 땅의 국민들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현왕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마나를 가진자만을 노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이들을 이렇게 이곳에 모 아 두었으니, 더 이상 전능수가 도시를 파괴하는 일은 하지 않을것입니다. 우 리가 희생함으로써 우리땅의 국민들을 보호할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왕의 자 리에 있는자로서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자신들이 스스로 미끼가 된 듯한 느낌은 영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씁슬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제히드는 피식거리며 설명을 맺었다. "그럼, 항로는 북동쪽으로 유지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이렇게 앉아 편하게 숨을 쉴수 있는 시간은 이틀 정도일 겁니다. 지금 좀 쉬어두는 게 좋겠지요. ." 이 말을 끝으로, 그는 지금까지의 여유있던 미소를 입가에서 슬쩍 지웠다. 그리고 시종들의 안내에 따라 왕들은 비공정 내부에 위치한 각자의 방으로 향했 다. 장시간의 회의로 지친 몸을 잠시 쉬기도 할 겸, 전술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할 겸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계속-------------------------------------- 음냐리 냥냥 비공정정정04:26, 31 August 2020 (EDT)~ 으히히히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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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0(01:09) from 203.229.239.168 작성자 : 戮屍러루 (mariae@hanmail.net) 조회수 : 112 , 줄수 : 348 초룡 343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343 - 




--------------- "하아아..."

고요히 밤하늘을 미끄러져나가는 기함 크라테리움, 그 상갑판에서 한 금발의 소녀가 조용히 난간에 턱을 괸 채 풍성한 머리결을 바람에 휘날리며 조용히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지막한 한숨 아래로 짙은 어둠이 깔린 대지가 아스라히 스쳐지나갔다. "음?" 문득 인기척이 느껴졌다. 세를레네는 고개를 돌렸다. 평범한 여행자의 복장을 한 한 흑발의 소년이 그 녀가 서있는 상갑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소년 역시 아무 말없이 미소로만 대꾸한 채 그녀 옆에 와 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런 대화 없는 가벼운 고요가 그들 사이를 흘렀다. 차가운 밤바람이 둘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문득 소녀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지냈어요?" 대답은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소년의 시선은 여전히 먼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후에야, 나지막한 신음에 가까운 대꾸가 흘러나왔다. "글쎄요......" 소녀는 살짝 머리결을 쓸어올렸다. 풍성한 금발이 달빛에 반사되어 찬란히 빛 났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국왕이 되신 것, 축하해도 되나요?" 소년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이 상황이 무사히 끝난다면야." 소녀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둘은 다시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람 이 스쳤다. 지상의 희미한 불빛들이 아스라히 스쳐지나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소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피트씨는 따로 행동하시더군요." "그는 달의 여신 하르니안 신전의 대리자이니까요" 난간에서 팔을 떼며간략히 대꾸하는 소년의 말, 소녀의 두 눈에 일순 의아 한 빛이 맴돌았다. "어떻게?" "그 괴물이 사르바잔의 대신전에도 거쳐갔었다더군요." "흐응....." 소녀는 나직히 신음을 내뱉었다. 잠시 후, 둘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판을 지나 선실 복도를 통과하여 그들은 말없이 밤하늘을 걸었다. 문득 소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소년은 의아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빛이 새어나오는 곳, 그들이 지나가던 복도 한쪽의 선실 창문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열렸다. "계속 저 분들과 같이 지내셨나요?" 세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로 자신들의 객실 창문이었다. 2층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백색 로브를 입은 소녀의 모습 뒤로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누워있는 갈색머리의 여인이 보였다. 여인은 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 다. 손에 큼지막한 서적을 하나 든 채 열심히 그것을 읽으며 간간히 주변을 향 해 입을 열고 있는 붉은 머리의 미소년을. 세를레네가 다행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린은... 많이 밝아진 것 같군요. 적어도 3개월 전보다는." 그러나 세틴은 전혀 다행스럽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희망이 있거든요." "희망?" "하아아아아." 문득 소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전능수의 배를 가르고 엄마를 구해내겠다더군요. 제법 열심이에요. 역시 드 래곤은 드래곤이더군요. 채 2개월만에 5서클 마법까지 마스터했어요." 소녀는 무심코 다시 선실 창문을 통해 안쪽을 바라보았다. 아린의 두 눈에는 생 기가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던 마지막 모습과는 다르게. 그녀의 푸른 두 눈동 자에 처연한 빛이 맴돌았다. 한참 후에야, 그녀의 입이 띄엄띄엄 열렸다. "잔인... 하네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세틴은 힘없이 대꾸했다. 세를레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갔다. 그녀였던들, 저 아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희망을 깨부수는 발언을 할 수 는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아린이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된거죠?" "늑대와 빨간망토 이야기를 읽었죠." "....아린답군요." 세를레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세틴 역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 다. 그때였다. "흐음. 단란한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선실 복도 건너편으로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틴과 세를레네의 고 개가 돌아갔다. 한 남자가 보였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중년 마법사의 모습이. 세틴의 미간이 짙게 찌푸려졌다. 목소리가 이어졌다. "잠시 일행 분들을 좀 뵐 수 있을까요 세틴 전하?" 낮익은 목소리, 세틴이 불쾌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오 가스터공?" 그러나 가스터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을 이을 뿐 이었다. "전능수 퇴치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일입니다만."

* 

비공정 선단이 이륙한지 이틀째 되는 날,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목적지 북령주 남부지구 상공에 도착했다. 지금 대 전능수 공격 함대의 최 전방을 맡은 비공정 세이뉴호의 상갑판 위에는 40여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대포 한 구당 2 명씩으로, 공격방향, 즉 전능수가 있는 방향에는 모두 20명의 포수가, 그리고 그 반대편엔 10명의 포수만이 배치되어 있었다. 다른 10명은 기타 비행에 필요 한 여러 장비들을 손보고, 배의 파손에 대비하며,배 자체의 운전을 맡았다. 난 생 처음 조정해 보는, -조정뿐이 아니라 이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처음 알았다.- 비공정의 조정에 약간 어색함도 느꼈으나, 오히려 배를 조정하는 것보 다 쉬운 편이어서 요 몇일간의 비행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사실 요 전날까지만 해도 이들을 어느정도 들떠 흥겨워 하는 분위기였다. 비 록 소문으로 전능수의 위력에 대해 듣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소문은 소문이 다. 게다가, 이들중 대부분은 선원 출신으로 어지간한 일에는 눈하나 깜짝이지 않는 강심장들이었기에 그런 와중에서도 갑판위에서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를 즐길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의 모습이 보이자, 모두는 하나 둘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마치 거대한 부유대륙처럼 허공에 우뚝 자리잡은 채,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듯이 떠있는 거대한 존재.... 비공정 세이뉴의 선장은 파이프 담배를 열씸히 빨아대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사실 지금 이 세이뉴호의 선장이 될 사람이 아니었다. 15년이나 부선장 자리에 있던 그는 3개월전 한 선박길드의 눈에 들어 차기 선장 명단에 등록되며 새 배를 할당받았다. 이제 막 건조를 시작한 새 배로, 돛대가 두 개나 되는 중형 범선을. 그런데 그 바로 다음날 동령주의 명령으로 배는 요상하게 제작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바다 대신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이다. "휴우.... 살아 돌아갈수는 있는 건가?" 흰 수염이 턱에 덥수룩한 초로의 선장은 집에있는 손녀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 쉬었다. 바다에서 평생을 보내 닳고 닳은 그였으나, 저 눈앞에 있는 거대한 물 체가 두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선장님. 풍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명령을 하달해 주십시오." 그때, 일등항해사가 선장에게 이렇게 외쳤고, 그에 선장은 조타수를 향해 명 령을 내렸다. "타의 방향을 15도 좌측으로 꺾어라. 우리 함선이 지금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 다. 우리가 방향을 잘못잡으면 뒤쪽의 배들 역시 방향을 잃게 된다. 귀공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예. 알겠습니다. 타의 방향 좌측 15도. 움직였습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선장의 등뒤로 거대한 타가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배의 타와는 상대가 안되는 크기였다. 선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타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굵은 체인이 감겨져 그것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꺾이는 타의 모습을 보며 문득 노선장의 입에서 감탄이 섞인 웃음이 터져나왔다. "역시 제국 동령지에는 괴상한 기구들이 많아. 배가 하늘을 날리라고 누가 생 각했을까. 허허."


점점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제 아스라히 구름 저 편으로 보이던 저 거대한 부유 섬은 완전히 육안으로 식별할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보이고 있었다. 흐릿한 안 개처럼 시야를 어지럽히는 구름 사이사이로 검붉은 흉칙한 외양이 드러났다. 동시에 비공정들이 반원형의 모습으로 자리를 이동하며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두 개의 반원이 겹쳐져 있는 모양으로, 작전회의에서 이야기 했듯, 앞부분의 반원은 전능수의 공격에, 그리고 뒷부분의 반원은 앞의 반원에 서있는 비공정 을 보호하는 역할인 것이다. 그때, 한 분체가 비공정의 바로 곁을 스쳐 날아갔다. 쉐에엥 하는 바람을 가 르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스치자 갑판위에 있던 수부들이 아이쿠야, 놀라 소리 를 질렀다. 가장 앞열에 서있던 마법사들 역시 놀라 두걸음이나 뒷걸음질 쳤 다. "저기 봐라! 지상은 이미 전투중이다!" 한 선원이 외쳤고, 그에 모두들 난간 밖으로 고개를 빼곰히 내밀었다. 아닌게 아니라 수천명의 마도사, 검사, 신관들이 어우러져 전능수의 분체들과 다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 가득 붉은 연기가 바람을 따라 흘렀다. 일등 항해사가 선장을 향해 외쳤다. "기함 크라테리움으로부터의 명령입니다. 붉은 연기는 전속 항행후 전능수의 오른쪽 정위치에 멈춰라, 라는 뜻입니다." 선장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고 있다. 조타수, 키의 위치를 지금으로 고정하고, 마나엔진의 효율 을 80퍼센트 선까지 올려라. 각 승무원은 자신의 위치에서 기다려라. 두분 마법사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초로의 선장의 목으로부터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비공정 세이 뉴호는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소리와 함께 그 커다란 기체를 전면으로 향했다. 모두의 이마에 작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제, 시작된 것이다.

*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 많은 소드 마스터가 한자리에 모인, 그리고 이 많은 마도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더 나아가 이 수많은 신전의 봉사자들이 한곳에 모 인 것은. 그들은 지금 전진을 짜고 있었다. 사실 이시대의 전투는 진형이라는 것이 거 의 없었다. 인간들 개개인의 무력차가 엄청난데다가 마법사의 마법 역시 지나 칠 정도로 위력있었기에, 전쟁의 승패는 이런 이들에 의해 나는 경우가 비일비 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전능수를 한칼에 무찌를 영웅따 위는 없다. 드래곤 1백여개체와 싸워 상처하나 입지 않은 저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형의 기본은 긴 것을 앞에, 짧은 것을 뒤에 쏘는 것은 그 뒤에, 인 법. 이것 을 기본으로 가장 앞에는 검사들이 그리고 그 바로 뒤에는 방어의 역할을 하는 신관들이 자리를 잡았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마도사들은 그들의 뒤쪽에 위 치하고 있었다. 이러한 진형은 국소적인 것으로 전체적으로는 산개형 진형을 짰다. 이 모두는 바로 현왕 제히드의 생각으로, 전능수의 공격패턴에 가장 효율적인 방어를 할수 있는 형태였다. 정확히는 전능수의 브레스를 두려워 해 그것에 몰살하지 않기위해 산개진형으로 진을 짠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의 적은 전능수의 본체가 아니었다. 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숫자의 분체들이 이들의 상대인 것이다. 한편, 공중에서의 전투도 막 개전 직전에 들어 있었다. 어느덧 포위는 완성되었다. 위에서 보아 반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진형 은 비공정의 한면이 전능수로 향해 있었는데, 바로 포격 대형이었다. 이 백 척에 이르는 비공정의 두뇌격인 기함 크라테리움은 반포위진의 뒤쪽 약 간 더 높은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함선에 비해 그 크기가 거의 두배나 되 는 녀석으로, 동령주가 황제에게 진상하기 위해 제작한 배였다. 마나엔진도 다 른것의 네 배가량이나 되었고, 커다란 프로펠라도 네 개의 동력축에 모두 열 여섯 개나 달려 있었다. 타의 개수도 여덟 개다. 특별히 유리창을 많이 이용해 선실 안에서 밖의 상황을 훤히 바라다 볼수 있 었는데다가, 태양빛에 창이 반사되며 반짝이는 모습은 황홀하기 까지 했다. 그 래서 황제가 제작기간중 친히 방문해 이 배를 보고는 흡족해하며 글라세부르 크, 유리의 성이라는 별명을 친히 짓기도 했었다. 사실, 제대로 완성되었다면 이보다 훨씬 화려했을터이나, 급히 서둘러 완공한 덕에 아직 장식을 채 마치지 못했다. 기구 옆면에 황실의 문장마져 새기지 못 했을 정도이다. 물론, 이제는 황제의 비공정이 아니니 그럴 이유가 사라졌지 만.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크라테리움의 갑판으로부터 두 개의 빛이 반짝이며 허공으로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그것은 펑, 하고 터지 며 사방으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고, 곧바로 일대의 하늘이 그것에 의해 붉게 물들었다. 그와 함께.... 펑, 퍼펑! 함선이 일제히 불꽃을 뿜어냈다. 50척의 비공정으로부터 각 10문의 대포를 통 해 대낮에도 보이는 밝은 불꽃이 솟아났고 쉐에엑 무언가 거뭇한 점들이 바람 을 가르며 전능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채 10초도 흐르지 않아 전능수의 몸에 그것들이 부딪히며 콰광 하는 굉음을 냈다. 화약이 폭발한 것이다. 전능 수의 몸은 일순간에 너덜너덜 해 졌고, 일부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바로 다음순간, 50척의 함선 바로 뒷열에 있던 30척의 함선이 일제히 불을 뿜 었다. 아직 전능수가 촉수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멍청히 촉수공격을 기다리며 서 있을 이유가 없다. 콰과광!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렸고, 전능수의 몸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만신 창이가 되어버렸다. 이미 전능수의 몸 위 더 높은곳에 떠있는 함선들로부터 이제 막 공격이 시작 되었다. 이들은 다른 함선과는 달리 포탄을 발사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갑판 에서 전능수를 향해 포탄을 굴러 떨어뜨려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1차 공격이 시작된지 채 5분이 흐르기도 전에 다시 한번 앞열 50척의 함선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전능수는 비록 빠른 속도로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으나, 워낙 상처가 심해 채 회복을 마치기도 전에 날아온 포탄에 의해 더더욱 심하게 망그러졌다. 비록, 전능수 자체의 크기가 워낙 어마어마하기에 상처 하나 하나 의 크기는 무시할만 했으나, 그런 것이 이제 거의 천여개에 이르자 육안으로 보아도 꽤 큰 상처가 났다는 것을 느낄수 있을 정도였다. 선원들은 이런 모습에 어느덧 자신감을 찾았다. 가장 전방에 있던 세이뉴호 역시 조금전까지의 고요하고 침울하던 모습을 완전히 떨쳐버리고는 약간은 들 뜨고 활기찬 분위기가 되었다. "제 3탄 장전준비! 마화약 장약! 포탄 장전! 발사! 포신소제!" 이 다섯마디가 반복적으로 갚판위에 울리웠다. 갑판장은 손에 샤벨을 든채 꽤 그럴사 하게 다른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의 수신호에 맞춰 선원들은 마 법으로 제작한 화약을 장전하고, 탄알을 포구에 밀어넣고, 불을 붙이며 포신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했다. 선원들은 갑판장의 명령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서 눈으로는 멀리 전능수를 바 라보고, 입으로는 옆의 동료와 잡담을 주고받았다. "야!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저것 보게나. 저 괴물녀석의 몸이 너덜너덜 해졌 어." "역시 동령지의 물건들은 신기하기 짝이 없다니까! 전에도 그 뭐냐 마을에 마 나로 움직이는 시계탑이 들어왔는데, 시간이 어김이 없더라구." 오히려 멍청히 서 있는 것은 마법사나 검사들이었다. 이 비공정에 타고 있던 검사는 기껏 대포를 다루는 선원들 뒤에 서서 멍하니 저 전능수를 바라보고 있 었고, 마법사들 역시 선두루에 서서 멍청하다 싶은 표정으로 주위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저정도 거리라면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1서클 이상의 마법은 무리였기 에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계속--------------------- -------------- 으먀먀먀 냥냥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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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 내가 쓴거야!!Tu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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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0(17:31)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98 , 줄수 : 308 초룡전기344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4-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10 읽음 1594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자욱한 포화 속에서, 몸이 날려갈 듯한 거친 바람에 맞서며 세틴은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정말 갈꺼야?" 아린은 당차게 대꾸했다. "응!" 세틴은 눈쌀을 찌푸렸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비공정의 최 하단에 위치한 작은 출입구 중의 하나였다. 원래는 짐을 적재하기 위한 창고의 출납구인, 발 밑으로 아스라히 내려다보이는 대지가 섬뜩하게 비쳐지는 상공 수백 미터 위의 작은 출입구. 거친 상승기류가 포화의 소리를 싣고서 귀가 따 갑도록 울려대고 있는 곳이었다. 출입구 앞에 버텨서서 저 까마득히 아래로 보이는 전능수의 거체를 향해 손목을 까닥거리는 아리아와 그녀의 곁에서 비슷한 동작을 행하고 있는 아린을 바라보며 세틴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은 믿을 수가 없어." 곁에 있던 유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에요."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피트와 세를레네 역시 같은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아무 말없이 화물 한 켠에 몸을 의지한 채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린과 아리 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통로 한쪽 귀퉁이를 움켜쥔 채, 아래를 바라보던 아리아가 고개를 들 었다. 그녀의 입에서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가 우리를 함정에 빠트릴 이유도 없지 않나요?" 대꾸는 없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난 무슨 함정이 있더라도 가야만 하니까."


"그럼, 갖다올께!" 아린의 이 기운찬 외침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출입구로부터 발을 뗐다. 그리고 그들은 거친 상공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저 아래 아스라히 보이는 그들의 목표, 거대부유체 전능수 엘디클리쳐를 향해. 세찬 기류에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결이 거추장스러운 듯 눈을 깜박거리던 유나 가 불현듯, 처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이 무사히 끝난다 해도, 아린의 부모들은 돌아오지 않을텐데요....." 세틴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바람이 더욱 거세어졌다. 옷자락이 머리결과 더불어 휘말리며 세차게 펄럭였다. 포화소리가 짙어졌다. 아우성이 울려퍼졌다. 기체가 점점 더 진동하기 시작했 다. 저만치서 불타올라 떨어지는 비공정들이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띄였다. 한참 후에야, 세틴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건, 아린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

* 

낙하는 쉬웠다. 그리고 빨랐다. 그것은 삽시간에 눈 앞으로 다가왔다. 꿈틀거리는 괴이한 조직 위로 사뿐 히 착지하며 아린과 아리아는 조심스레 그들 발밑의 생체조직을 건드려보 았다. 닿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흡수한다는 전능수 엘디클리쳐, 그러나 그것은 이들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 아린은 무릎을 꿇고서 그것의 표면을 건드려보았다. 물컹거리는 불쾌한 촉 감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아무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그의 말대로군요." 아린은 무릎을 펴고 일어나 주위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생명체의 일부일까? 까마득한 대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붉은, 마치 불타버린 대평원같은 모 습으로 그것은 아린의 발 밑에 깔려있었다. 아리아는 조용히 자신의 등에 손을 얹었다. 거대한 대검이 그녀의 가녀린 손아귀에 잡혔다. 아린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가스터에게서 받은 거야?" "네." 아리아는 쌀쌀맞게 대꾸하며 그것을 한번 휙 휘둘러보았다. 이델론에서 잃 은 그녀의 예전 대검과 전혀 외양 상으로는 차이가 없는 거대한 대검, 아린 이 그 대검의 검날을 보며 불쾌하다는듯 중얼거렸다. "왠만하면 이름 좀 바꿔." 아리아는 아린의 손을 잡은 채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그 녀의 대검, 그 한 가운데에 한 문장의 문자가 적혀있었다. 전능의 검, 가스터 브레이드라고. 그것도 고대어로 참 큼지막히도 박아놓았다. 참으로 악취미라고밖에 할말이 없겠지만, 그녀는 대수롭잖게 대꾸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나중에 지우도록 하죠." 확실히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저만치 까마득한 상공 건너에서는 지 금도 여전히 격전이 한창인 것이다. 간간히 발밑이 흔들렸다. 저만치 여기저 기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무려 길이 만 1.5KM의 거체의 위, 틈틈히 이어나는 폭발들은 그들에게 그다지 영향을 주 지 못했다. 그들은 이 거체에 비하면 벼룩 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는 것이 다. 게다가 다른 모든 이들이 겪은 일들도 무사히 피했다. "그럼, 다른 이야기도 대충 맞다는 의미일까?" 아리아는 조용히 어제의, 가스터가 설명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이 상황에서 마나를 가진 이들 중 저 존재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셋 뿐이오.' 그는 그 모든 것을 칼슈타인의 레어 속에서 알았다고 했다. `나와, 저 키메라 아가씨, 그리고 이 귀여운 빨간머리 소년.' `어째서죠?' 세틴의 질문..... `아리아씨의 경우는 이해가 갑니다. 전에 설명을 들었었죠. 그녀 역시 그것 과 같다는 것을.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그리고 가스터는 말없이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그것으로, 그에 대한 의문은 풀렸다. "그렇군. 그렇다면....' 그러나 세틴의 질문은 이어졌다. `아린은 왜?' `저 소년은 저것의 천적이니까.'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거요?' `자세하게 설명해 줄 만큼 알지 못 하오. 내가 보는 것은 현상의 결과이지 현 상의 원인이 아니오.' 그는 모든 것을 말해줄 듯 하면서도 필요한 것 이외에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단지 확실한 것은, 전능수 엘디클리쳐는 마나가 아닌 존재 자체를 느끼기 때 문에 어떤 마법으로도 그의 눈을 피할 수는 없지. 마나를 감출 수는 있어도 마나 자체를 없애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린, 저 소년의 특이점은 다들 알고 있을텐데?' 그렇다 해도 여전히 모순은 남아있는 법, 세를레네가 그 점을 지적하고 들어갔 다. `뭐, 그렇다 쳐요.' 그녀는 화난 듯이 보였다. `그렇다면 왜 그대는 가지 않지요?' `나는 갈 수 없소.' 그는 여전히 태연하고 부드럽게 말할 뿐이었다. `나는 먹히는 자이지. 바깥에서야 분체만의 인식일 뿐이라 다른 분체에게 먹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나를 진짜 분체가 반응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달라지지.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채 소화되지 않은 맛난 스테이크 조각 정도로밖에 안 보일테니.' 모두는 격분했다. 그의 말은 아무런 댓가없이 이들을 이용해먹겠다는 것에 지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다음 말은 아리아로 하여금 그녀가 이곳으로 오 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 가스터의 다음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들은 이 곳에 오겠다는 것을 곧바로 결정해버렸었으니까. "아리아? 뭐해?" "아..." 아리아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린이 양 손에 불꽃을 머금은 채 그 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가려면 구멍부터 뚫어야 할 것 같은데?" 바닥을 내려다보며 막 불꽃을 던지려는 아린을 바라보며 아리아는 조용히 고 개를 저어 그를 제지했다. `들어갈 방법은?' `그대의 의지, 그것만으로 충분해, 키메라 아가씨. 저건 그대의 같은 존재 이니까.' 그녀는 가스터와의 대화를 상기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닥에 손을 대 었다. 마치 그녀의 의지인 듯, 바닥은 소리없이 꺼져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리고 마침내, 그것은 거대한 검은 구멍을 그들 앞에 드러내었다. 아린이 손끝을 까닥거리며 기운차게 외쳤다. "좋아! 들어가자 아리아! 엄마랑 칼슈타인님을 구해야지!" 아리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아주 희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작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연인에게 진실을 말할 만큼의 용기가 없었다. 아 리아는 저 아린의 밝고 활기찬 얼굴을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그러나 힘없이 대꾸했다. "네, 아린."

* 

전투의 양상은 별반 변화가 없었다. 지상의 전투도, 공중의 전투도 어느 쪽 에 별다른 우세함 없이 끊임없는 소모전 양상을 띄고 있었다. 물론, 한쪽 은 무한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 그 반대편이 불리한 것이겠지만. 전능수가 도대체 왜 그렇게 격렬하게 비공정을 공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국 전체의 국력이 피폐해질 정도로 요 3개월간 엄청난 돈을 쏟아부 어 만든 장약탄이 거의 절반이나 소비됐음에도, 겨우 침몰된 비공정은 27척 뿐이라니. 한번에 수 개체씩 전능수에게로 흡수되었던 드래곤들이 알게된다 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사실, 여기있는 부대 모두를 끌고 간다 하더라도 칼슈타인은 커녕 칼세니안 하 나도 어떻게 못했을 것이지만 전능수의 특성이 특성이니 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동등한 싸움을 벌이는 듯 했다. 그덕에 인간들은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 가 고 있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전능수는 이상하게 촉수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두 개의 드래곤 헤드만을 내어 놓은채 간간히 브레스 공격을 사용할 뿐이었다. 그 것도 하나는 지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중으로. 피부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으스러져 붉은 체액을 울컥울컥 내어놓는 그런 상황임에도 전능수는 웬지 여 유를 부리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좋게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이 상황에 대해서, 왕들의 회의실에서도 이 것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에 꽤나 고민하고 있었다. 현왕 제히드가 눈쌀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지나치게 피해가 적군요. 예상을 벗어났다는 것은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좋은 일이라고 할수는 없지요." 신왕 브로데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오. 우리의 포격이 비록 위력적이긴 했지만... 재생조차 하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군." "분체들을 공격하느라 이쪽에 정신을 못 쏟는 것이 아닐까요?" "설마, 그 정도 능력밖에 없다면 드래곤들이 그렇게 당했을 리가 없잖소." "그렇다면 도대체...?" 그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들의 활약일지도 모르죠." "그들?" 왕들은 의아해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의장 한 켠, 카르셀 국왕의 뒷자리에 조용히 서있는 검은 로브의 중년마법사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현왕 제히드가 의아하다는 듯 안경테를 들춰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무엇인가를 알고 있소 가스터 공?" 그러나 그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글쎄요...." 말미를 흐리며 씨익 음산한 미소를 짓는 가스터의 모습에 모두는 눈쌀을 찌 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남령주 마도여왕이라는 직책을 가진 금발의 소 녀와 리베이드의 새로운 소년 국왕은 더더욱.




계속--------------------- -------------- 음냐냐냐 무효효효 으히히히히04:26, 31 August 2020 (EDT)~~

오늘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1시간동안 미친 듯이 춤을 춰봤다. 음...왠지 나 제 정신 아닌 것 같아... 요새 왜 이러지? 전에는 비맞아가며 춤추는 바람에 감기까지 걸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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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0(17:33) from 210.223.68.11 작성자 : NOTE (ksh100@netian.com) 조회수 : 112 , 줄수 : 371 초룡전기345 창작:SF&Fantasy 제목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5- 올린ID 벗꽃aoi 이름 임경배 날짜 99/09/10 읽음 561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폭격이 연이어지고 있었지만 내부에 있는 세리아에게는 희미한 미동 정도밖 에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워낙 전능수라는 존재 자체가 거대하다보니 충격 흡수가 엄청난 것이다.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지금 세리아는 당황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예요, 레이크?" "시끄러! 말 걸지 마!" 세리아는 초조해하며 그녀의 옆에서 연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허름한 갑주차 림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적어도 세리아가 보기 에는. "제기랄! 나보고 이걸 다 통제하라고? 빌어먹을! 말이 되냔 말이다!" 사내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실날같은 감정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굳어버 린 인형의 얼굴을 한 채 사내는 연신 입만을 놀리고 있었다. "웃기지 마! 난 먹히려고 이 곳에 있는 게 아니라구!" 세리아는 덜덜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감정한 눈, 굳어버린 얼굴, 조금의 표정도 깃들어있지 않은 입가, 그 뒤틀려진 틈 사이로 연신 욕설에 가까운 고 함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때 알았다. 아무런 변화없는 표정 속에서 흘러나오는 격한 감정이 얼마나 무섭게 보이는 것인지를. "티탄? 뭐하는 녀석인지 내가 알게 뭐야? 웃기지 마! 난 그녀석처럼 호락 호락하지 않아! 난 그녀석처럼 촉매가 되기 위해 이 곳에 온게 아니야!" "레이크..." 세리아는 떨면서도 살며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그에게 닿지 않는 듯 했다. "난 빼앗기지 않아! 기껏 찾은 기회야! 결코 빼앗기지 않아! 내 힘만으로 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 세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보면 멍하다고 할수도 있는 레이크의 입에 서 문득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크크크큭...." 마치 비명처럼, 그의 광소는 이 어두운 둥근 공간안에 나직히 울려퍼지고 있 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광소가 멎었다.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다시금 감 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리아는 당황하며,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며 그를 바 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들며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지? 무엇인가가 들어왔군." 고개를 들고 갸웃거리는 그것은 레이크의 행동이었다. 세리아는 내심 한숨을 쉬며 물었다. "위험한가요?"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아니." 갑자기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까까지의 당혹해하는 표정이 아닌, 태연자약 의 그것으로. 그는 세리아를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세리아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 

단지 뭉클거리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그곳에 아리아는 또다시 손을 갖다댔다. 통로가 열렸다. 그녀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이제껏 걸어왔던 기나 긴 길이 그들 뒤로 아스라히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구멍이 뚫리 는 눈 앞의 고깃덩어리 벽을 바라보며 문득 아리아가 중얼거렸다. "전혀 저항이 없군요." "그러게? 너무 조용한데?" 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뭐랄까, 두더쥐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광맥을 찾아 끊임없이 땅을 파는 광부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그들은 지금 이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일일이 파내어가면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혀 수고롭지 않게, 단지 손을 대는 것만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아리아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역시... 정확하군요." "그래?" 아린은 대수롭잖은 듯이 대꾸하며 계속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아리아는 속 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긴,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항은 따로 있을 테니까. 아리아는 조용히 손가락을 펴보았다. 오른손 중지 사이에 끼어있는 자그마한 반 지, 그다지 예쁜 모양은 아닌 투박하게 생긴 은빛 링을 바라보며 그녀는 속으 로 중얼거렸다. `얼마... 안 남은 거겠지?' 그의 말이 정확하다면, 정확하다면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죠?' `이것을 받게' `뭐죠?' `봉인 마법이 담긴 마력 아이템이지. 잊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게. 무려 10서 클짜리 마법이니까." 이것이 그가 건네준 것, 아리아는 아무 말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물론 세를 레네는 여전히 의심스런 눈빛으로 가스터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10서클? 드래곤의 유물인가요?' `드래곤이 뭐하러 저런 걸 만들겠소? 저건 내가 만든 거요.' `당신이 10서클을?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글쎄? 틀림없이 인간의 육신으론 10서클은 사용 못하지 암암.' 그들의 대화는 아리아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이 반지를 받아든 것은 결코 가스터의 요구를 응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죠?' `간단해. 전능수의 중추핵까지 간 뒤, 그 핵이 되는 4개의 봉인에 그것을 겨 냥하고 시동어를 외치기만 하면 돼. 역봉인. 이것이 시동어지. 그게 다야.' `진짜 간단하군요.'

아리아는 마치 승낙을 한 듯 차분히 물었고 가스터는 좋아하는 듯 보였다. `중추핵까지 가는 방법은?' `들어가면 저절로 알게 될꺼야.' 그는 일이 잘 풀린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 회심의 미소를 감추고 있었 다. 아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가야할 이유는 없군요.' 가스터의 안색이 변했다. `세계가 멸망할 지도 모르는데?' 아리아는 아린의 손을 꼭 잡은 채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이렇게 만 든 원흉의 요구를 그녀가 들어주어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그녀가 이 사태를 책임질 필요도 없다.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린이지, 이 세상이 아니 었다. 그러나 가스터는 그녀에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붙여버렸다. `하지만 키메라 아가씨. 당신은 가게 될꺼야.' `어떻게 장담하죠?' 하지만 그녀는 결국 이 곳까지 올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왔어 아리아?" 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잠시 상념을 떨치고서 눈을 감았다. 가스터 의 말은 옳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저절로 느낄 수가 있었다. 방대한 힘의 근원이 생생히 느껴졌다. 그것은 이 거대한 존재의 중앙부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간직한 채 마치 생명체의 심장처 럼 약동하고 있었다. "절반 정도? 그 정도 온 것 같아요." 그녀는 조용히 대꾸하며 다시금 손을 뻗었다. 방향을 짐작하는 것은 쉬웠다. 보이지 않는 지침표가 그녀 안에 내재하고 있는 듯 그녀를 이끌고 있었다. 또 다시 열리는 새로운 통로속으로 발을 옮기며 아리아는 나직히 가스터의 말을 되뇌었다. "인간이 되고 싶지 않나? 키메라 아가씨?"

* 

가스터는 조심스레 갑판 위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전투의 양상은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 간 듯 했다. 물론 지상은 여전히 격전이 한창이었지만 적 어도 그가 서있는 이곳 비공정 선단의 기함 크라테리움은 고요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상하게도 전능수 측에서 더이상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간간히 쏘아오던 브레스조차도 지금은 전혀 없었다. 단지 분체만이 어지러히 지상을 누빌 뿐, 그래서 선단들은 지금 장약을 새로 장전하며 다음 전투준비에 여념이 없던 중이었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가스터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차가운 고공의 바람이 이 중년마법사의 머리칼을 가볍게 휘날리게 하고 있었다. 그때 한 가녀린 목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여기 계셨군요 가스터 공." 가스터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바람 에 휘날리는 그녀의 금빛 자락들을 바라보며 가스터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오, 세를레네 전하, 무슨 일이신지?" 세를레네는 살짝 인상을 썼다. 가스터, 그의 행동은 지나치게 정중한, 비아냥 거리는 기색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것, 그는 지금 인류 최강의, 아니, 드래곤이 사라진 이상 지상 최강의 마법사인 것이다. 그런 그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와 실랑이를 하느니 차라리 빨리 용건 을 해결하는 편이 옳았다. 그녀는 대뜸 물었다. "어떤 마법이죠 그것은?" 이 느닷없는 질문에 대해 가스터는 살짝 웃었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 지 알 것만 같았다. "세를레네 전하, 전하께서도 알고 계실텐데요?" "짐작은 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선대 여왕님이 사용하셨던 그것이겠죠? 존재에 필요한 구성요소를 제회한 모든 마나를 흡수해버리는 마법, 그럼으로써 존재 자체를 육신의 유지에 국한시킴으로써 존재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그 것이겠죠." "정확하시구료.그 키메라 아가씨 같은 경우야 인간을 기본으로 했으니 가장 근본적인 형질, 인간으로써밖에 존재못하지.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그녀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이 되는 거고." "그에 비해 전능수는 근본이 되는 형질이 없다? 가장 전능한, 모든 것을 포 함한 것이기에 오히려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인가요?" 가스터는 피식 웃었다. 이 풋내기 마스터 아가씨는 도대체 왜 그를 찾아 온 것일까? "다 알고 계시는군.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요?"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바뀌었다. "왜 10서클이죠? 제가 알기론 그 마법 자체는 그렇게 수준 높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마나디움의 형질을 뒤바꾸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입력을 출력으로 바꾸는 ON,OFF 스위치처럼." 가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그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제국 측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했었던 걸로 알고 있으 니까. 그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물론이오. 잘 알고 계시는구려." 마나디움이라는 것 자체가 스위치의 역활을 겸비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원 래부터 있는 기능이라는 의미다. 즉, 마법 자체가 어려울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근데 왜 10서클이죠?" 하지만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사이즈가 다르잖소? 형질의 지속시간을 생각하면 간단할거요. 인간일뿐인 존재를 변환하기 위한 시간과 저 거대한 존재를 변환하기 위한 시간의 차 이, 이 정도 차는 나지 않겠소?" 세를레네는 입을 다물었다. 뭐랄까, 대답 자체는 간단했다, 분명히.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은 남아있었다. 앞뒤가 딱딱 맞기는 하지만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여전히 정체모를 불안감이 그녀를 다그치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저 갈색머리의 중년마법사를 바라보다가 문득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린은... 무사할까요?" "아린은 절대적으로 무사하지." 가스터는 자신있게 대꾸했다. "차라리 위험한 것은 키메라 아가씨 쪽이오." "예?" 세를레네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가스터는 말을 이었다. "왼팔로 오른팔을 때릴 수는 있지. 하지만 허상을 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 소?" "허상? 아린이?" 이 뜻밖의 말에 세를레네의 눈빛이 일순 빛났다. 가스터는 그런 그녀를 바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결국 마법사는 어쩔 수 없는 마법사인 것이다. 친구를 위해 이곳에 왔겠지만 결국은 지식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봉인에 대해 알고 있겠죠?" "마나디움 말인가요?" 가스터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꾸는 빨랐다.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스터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마나디움. 드래곤들은 그렇게 부르더군. 엘사나드의 드래곤 하트를 가공하여 만들어진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세계와 세계의 통로." "엘사나드? 설마 그......" "인간들에게는 초룡으로 더 잘 알려져있지. 마나디움의 특성에 대해서는 전 하께서도 잘 알고 계실텐데? 비교해보면 답이 나오리라 봅니다만." 세를레네의 안색이 일순 변했다. 가스터는 다시금 난간에 팔을 얹으며 지나가 는 듯 중얼거렸다. "칼슈타인의 자료는 엄청나더군. 관련자료만 따로 모으는데 꼬박 1개월이 걸렸어."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무엇인가를 연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한참 후에야, 세를레네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의 말, 전부 진실인가요?" 가스터는 태연하게 대꾸했소. "거짓은 없소. 내 명예에 걸고 장담할 수 있소 이것은." ".....믿어보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스터는 문득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직 히 중얼거렸다. "물론 말하지 않은 것은 있지만......" 그리고 그는 난간에 팔을 얹고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저만치 거대한 검붉은 덩어리, 전능수 엘디클리쳐를 바라보며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쯤 슬슬 도착했을려나? 허허헛."




계속------------------------- -------------- 음... 거 얼마 안 남았군요 끝도.

빨리 끝내자 후훗 음, 카르세아린 2 라.... 더 크리에이쳐 가 카르세아린 2 입니다. 애당초 초룡은 3부작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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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18493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49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31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6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1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6-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0 읽음:57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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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어두운 공간 위로 떠오른 새하얀 화면, 그곳에 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욱한 붉은 안개 아래 피로 적시어진 수풀과 대지, 그리고 그 위에 엎드려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이.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다루는 자들, 소드마스터, 마법사, 그리고 신관들이 지금 차디찬 시체가 되어 사방에 널려있었다. 물론 그 시체의 모습 은 오래가지 않았다. 허공 가득 부유하는 분체들은 탐욕스러운 포식자라도 된 듯 그들을 하나같이 죄다 삼켜버렸으니까. 
애당초 예정되었던 결과였다. 저들은 자신들의 화약이라는 것을 너무 맹신했 다. 그것들의 파괴력은 표피에 깊은 상처를 안겨줄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내 부에까지 치명적인 위력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의 희망이었던 그것 이 전능수에게 분체를 조정하지 못 할 정도로 치명타를 입히지 못 하는 이상 이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직도 채 맞서싸우는 자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미 거의 전의를 잃은 듯이 보이는 저들의 모습에 레이크가 만족 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제 부정한 자들의 숫자도 얼마 남지 않았군." 
세리아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 까? 분명 그가 원하던 것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것'이 원하는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그때 문득 레이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희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응?" 
그의 안색이 일순 변했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군." 
"뭐죠?" 
세리아는 당혹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도, 아까도 저렇게 말한 뒤 갑자 기 말을 바꾸지 않았던가?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마치 넋이라 도 나간 듯 멍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르겠어. 아무 것도 없어. 하지만 다가오고 있어." 
그녀는 불안해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불안정했다. 도저히 옆에서 보고 있을 수 없을만큼 그는 불안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이해할 만큼 그 녀의 지식이 방대하지 않아 막연한 짐작만을 하는 것 뿐이지만, 적어도 그녀는 레이크의 상태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들이 있던 이 둥근 공간, 그 검붉은 생체조직의 벽이 일순 갈라지며 둥글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일순 흔들리는 공간의 진동에 세리아는 화들짝 놀라며 갈라진 공간의 벽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마치 통로라도 열 리듯 거대한 구멍이 생성되고 있었다. 
"뭐...뭐지?" 어둠 가운데 광원이라고는 허공에 떠있는 지상을 비추는 영상밖에 없는 이곳, 그 광원을 바탕으로 어둑어둑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세리아의 눈에 비춰왔다. 그리고 그녀가 채 놀라기도 전에, 그녀에게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가 울려퍼졌다. 
"어? 레이크다!" 
그것은 두 명의 남녀였다. 갈색 머리의 거대한 장검을 허리춤에 찬 한 여인과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여자로 오인했을 붉은 머리 소년, 세리 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입에서 놀람의 기색이 완연한 외침이 터져나 왔다. 
"아린?" 
그였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고 결국 그녀마저 이렇게 만들 어버린 그자가 지금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타이밍에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사건에 세리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한 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아야만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마치 거대한 공 속에 들어온 듯한 둥근 공간, 그 한가운데 말없이 서있는 레이 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린이 문득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으잉? 아리아? 다 온 거야?" 
"그런 것 같죠?" 
그리고 비록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아리아 역시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린의 입에서 실망스러운 기색이 완연한 멍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엥? 뭐가 이렇게 시시해? 기껏 마법까지 배웠는데." 
"정말... 이렇게 쉽게 도착하리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아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공간을 살펴보았다. 너무 쉽게 도착했다. 너무 쉽게. 어떠한 제지도 방해도 트랩도 없이 단지 걸어오기만 했을 뿐인데. 
하지만 틀림없었다. 그녀의 느낌이 확실히 이곳이 그녀의 목적지임을 확인시 켜주고 있었다. 게다가 굳이 느낌을 들지 않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이 곳에 있 었다. 건장한 갑주를 걸핀 용병 차림의 사내, 4개월 전 그날 칼슈타인의 레어 에서 확인한 바로 그 얼굴이.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의 대검을 꺼내들며 중얼거렸다. 
"뭐, 일단은 제대로 온 것 같군요." 
* 


"그들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가스터? 일단은 도착을 해야 자네 계획이 
고 뭐고 실행되는 것 아닌가?" 
"걱정말게 라티스. 하나는 허상이고 또 하나는 같은 존재이지. 전능수는 수많 
은 개체의 융합적 존재야. 자신과 같은 또 하나의 존재를 인식할 만큼 체계 
화한 이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네." 
"그렇다면...." 
"그들은 아주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걸세. 마치 자기집 앞뜰을 나들이 하 
듯. 뭐, 문제는 그 다음이지만. 크하하하핫!" 
* 
어떻게 된 것인가? 어떻게 저들이 이 곳까지 저렇게 무사한 모습으로, 되려 너 무 간단하다는 듯 떠들면서까지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인가? 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뒤로 한 채 세리아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레이크!"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그녀는 한 가지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라면, 모든 힘을 잃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라면 도저히 이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앞에 부모와 친지와 마을의 원수, 더 나아가 자신을 죽인 살인마를 두고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을 세리아는 레이크를 향해 시선을 돌림으로써 풀 었다. 비록 그녀는 무력하지만 지금 그녀는 지상 최강의 종족조차 허탈하리만치 간단하게 소멸시켜버린 무지막지한 존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크의 반응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갑자기 아린의 이름은 왜 꺼내는거지 세리아?" 
그는 마치 눈앞에 나타난 저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듯, 전혀 인식되지 않 는 듯 의아한 눈초리로 세리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레이...크?" 
세리아는 당황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저 침입자들을 향한 것이 아닌, 뻥 뚫려버린 공간의 구멍으로 자신의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뭐지? 왜 갑자기 구멍이 뚫린 거야?" 
자신들을 완벽하게 무시해버린 채, 멍하니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모습, 아린의 입에서 당황과 황당이 뒤섞인 괴상한 음향이 새어나왔다. 
"엥?" 
아리아는 무표정한 시선으로 레이크를 바라보며 대검을 겨누었다. 어쩐지 예상 외의 반응이 그에게서 나오고 있었지만 그녀로써는 일단 최대한의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는 단순한 용병 레이크가 아닌 전능수 엘디클리쳐, 신들의 손에서 태어난 최악의 생체병기를 다루는 영혼의 소유자, 아무리 이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들 함부로 방심할 수 있을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검을 고쳐쥔 채 당장이라도 몸을 날릴 수 있는 자세를 만들었 다. 그리고나서, 천천히 그의 동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이었다. 불현듯,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레이크의 시선이 일순 또렷해졌다. 동시에 다급해하는 거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멍청하긴! 적이잖아!" 
"에에?" 
세리아는 황망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까지는 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보 았다는 듯한 그런 말투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 다. 
"여자 둘, 아니...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아니야. 아무도 없어 저 곳에는. 
아니... 여자 둘, 아니... 남자 하나, 여자 하....." 
"무슨 소리 하는 거지 나는? 아무도 없는데!" 
"있어! 적이 있다고! 틀림없이 적이야. 내 자신이지만 적이란 말이야!" 
"아무 것도 없다니까! 이 곳은 내 속이야.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없어!" 
고요한 이 어둠의 공간 속으로 거친 사내의 목소리가 연달아 울려퍼졌다. 희 미하게 떨려오는 그의 외침 속에 깊게 파고들어있는 짙은 광기를 느끼며 세리 아는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도대체 자 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든 상황이 그녀와는 무관하게 제멋대로 흘 러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리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뭐 일단..." 
아리아는 조용히 대검을 겨눈 채 레이크에게로 다가갔다. 어째서 레이크가 원 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그녀로써는 알수 없었다. 어째서 그가 지금 저 런 모습으로 저런 소리를 내뱉으며 혼돈스러워 하고 있는 것인지도 그녀로써는 알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저 레이크 모습을 한 존재 속에 그녀의 목표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 뿐이었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적이 다가온단 말이야!" 
"무슨 소리야? 아무 것도 없어! 이 곳에는 오로지 나 뿐이야!" 
"왜 내가 나를 이해 못하는 거지? 내가 말했잖아? 적이 있다고." 
"이해할 수 없어! 저긴 아무 것도 없단 말이야!" 
처절하게까지 들리는 사내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울렸다. 그의 목소리가 메 아리치듯 공간 이곳저곳에 스며들어갔다. 아리아는 자신의 대검을 발치 언저리로 끌어내렸다. 그녀는 이미 레이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있었다. 
"용건부터 해결하도록 하죠." 
차디찬 한 마디가 떨어지며 동시에 그녀의 대검이 허공을 갈랐다. 
"레이크!" 
가녀린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둔탁한 타격음 뒤로 잘 드는 칼로 고깃덩어리 를 자른 듯한 섬뜩한 음향이 뒤를 따랐다. 아리아의 과녁은 마치 벼락맞은 나무 마냥 정확히 둘로 쪼개져버리며 바닥 위로 널부러졌다. 희미한 잔여 음성만을 남긴 채. 
"아무것도...없...." 
"적이야.. 여자 둘.. 남자 하......." 
그리고 그것은 마치 잘 달군 프라이팬 위의 녹아내리는 버터처럼, 스물거리는 검붉은 생체조직의 그것으로 변해버렸다. 한창 긴장하고 있던 아린이 아리아 를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뭐가 이렇게 썰렁해?" 
"그렇군요, 정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 절멸의 위기라던가 세계의 종말 정도로 불리어도 과언이 아닐 존재치고는 너무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 펴보았다. 하지만 주변의 공간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다못해 가벼운 미동조차도. 
수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끝날리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아리아의 대검 은 다음 타겟으로 저 수상한 은발 머리의 소녀를 찝었다. 
"그대는 누구죠?"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에 멍해있던 세리아의 의식이 문득 일깨워졌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아리아를 올려다보았다. 대검, 그녀 자신을 모조리 가리우고 도 절반 이상 남을 것같은 거대한 대검이 새삼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 세리 아는 절망하며 눈을 감았다. 지금의 그녀는 단지 평범한 소녀일 뿐인 것이다. 
`쳇.....뭐야 이게?' 
그때, 의외의 목소리가 그녀를 구원했다. 
"와, 봉인이다!" 
아리아의 고개가 세차게, 꺽이지 않았나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게 돌아갔다. 그녀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쓰러진 레이크의 잔해 위로, 아린이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파헤치며 아리아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이거 봐, 이거 맞지 아리아?" 
아리아는 힐끗 소녀를 바라본 뒤 발걸음을 돌렸다. 저 소녀는 단순한 레이크 의 지인 정도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래서 여지껏 살아있는 것일까? 왠지 석연 찮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아리아는 그녀를 그냥 놔누기로 했다. 적어도 자신의 느낌 속에서 이 소녀는 그녀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녀 역시 전능 수, 자신과 동류인지 아닌지 정도는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그가 한 말이 전부 진실이었던 것인가?' 
아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린의 손에 쥐어진 검붉은 4개의 덩어리들을 바 라보았다. 
찬란한 보석같던 그것의 광택은 다 사라지고 단지 희미한 윤곽 위로 반짝이 는 반사광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것이 예전의 그것이라 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입이 열리며 나직한 중얼거림이 새어나 왔다. 
"드디어 끝인가...." 
아린은 들떠있었다. 목소리에서도 그것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이제 아리아도 인간이 될 수 있는 거지? 이 괴물도 없애버릴 수 있구..." 
아린의 다음 말이 어떤 것일지는 아리아 역시 익히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리아 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서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반지를 살짝 매만졌다. 
아린의 기대감넘치는 눈빛이 따사롭도록 전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 곧, 저 미소를 향해 자신도 웃어줄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러운 얼굴로 저 아이를 쓰다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저 아이가 현실을 맞닥드렸을 때, 함께 울고 슬퍼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곧..... 그녀는 눈을 떴다. 그리고 차갑게 외쳤다. 
"역봉인!" 
* 


"아, 맞아 가스터." 
"왜 부르나 라티스?" 
"궁금한게 하나 더 있군. 자네 언제 10서클마법을 터득했나?" 
"그 여왕 아가씨가 그러던가?" 
"그러더군. 거 신기해서 말이야. 자네 맨날 못 터득하겠다고 징징대지 않았 
었나?" 
"후후훗." 
"왜 갑자기 웃는 건가 가스터?" 
"이보게 라티스. 내가 10서클을 터득했을 리가 없잖나? 그것은 인간의 몸으 
로는 불가능한 거라구." 
"에엥? 이봐 자네... 명예를 걸고서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며?" 
"라티스, 자네답지않게 왜 그래? 명예가 밥먹여주냐?" 



---------------------------계속-------------------------------------- 음..거의 막바지로다... 
뭐 얼른얼른 써야쟤. 
번 호 : 18494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0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29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7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2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7-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0 읽음:51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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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찬란한 빛이 공간을 뒤덮었다.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아리아, 그녀로부터 그녀의 모습이 보이 지 않을 정도로, 아니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백열광이 쏟아 지기 시작했다. 
"흐으음....." 
아리아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마나가 약동하며 반지를 가진 자, 마법의 시동자인 그녀로부터 천천히 빠져 나와 그녀의 손끝의 매개체를 통해 저 끝없는 통로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전신이 거대한 심연 속으로 스며 들어 산산히 부서지는, 그러나 결코 고통스럽지는 않은 기이한 감각이 아리아 의 전신에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거칠게 육신을 부수려던 그녀 안의 격류가 물길을 만난 듯 세차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허공에 붕 뜨는 듯한 아득한 감각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힘이 서서 히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고통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시에 오랫동안 잃었던 것을 되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거대한 빛이 그녀와 4개의 봉인 사이에서 맴도는 동안, 검붉었던 봉인들이 다 시금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붉고 푸르고 새하얗고 검은 보 석의 광채를 지닌 예전의 그것으로. 마나와 마나, 에너지와 에너지의 교환이 이 작은 공간 속에서 무한히 일어나고 있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다. 아리아는 문득 눈을 떴다. 허탈한 기분이 밀려들었 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아...." 
기운이 없었다. 동시에 다리가 주춤거렸다. 무릎이 떨려왔다. 무리한 짐을 짊 어진 듯 양 어깨로부터 끔찍한 중량감이 덮쳐왔다. 
"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아리아! 괜찮아?" 
옆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린이 화들짝 놀라 그녀에게로 다 가갔다. 아리아는 무릎을 꿇은 채 잠시 의아해하다 곧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렇게 그녀를 압박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얼굴 가득 걱정의 빛이 역력 했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아린. 단지 무거워서 그런 것 뿐이에요." 
막 아리아를 부축하려던 아린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무거워?" 
아리아는 말없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의 등 뒤로 슬쩍 눈길을 주 었다. 그곳에 그녀의 짐이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조금도 무게를 느끼지 못했던 거대한 대검, 거의 대들보만한 크기의 초거대장검이 검집과 함께 그녀 의 등에 묶여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욱씬거리는 어깨를 감싸며 피식 웃었다. 
`내겐... 더 이상 필요없는 것이군....' 
그녀는 조용히 어깨끈을 항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매듭을 매만졌다. 끈이 풀렸다. 전신이 가벼워지며 오랫동안의 멍에가 풀려났다. 
아리아는 활짝 웃었다. 즐거움이라는 평범한, 그런 언제나 억눌러야만 했던 감정 이 가슴 가득 피어올랐다. 그럼에도 그녀는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드디어 실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오랫동안 잃었던 것을 되찾았다는 것을. 인간이 된 것이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실소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 왔다. 그러나 그녀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 살포시 눈물이 맺 혔다. 이 기이한 광경, 여지껏 보지 못했던 환한 그녀의 웃음에 아린이 당황하며 물 었다. 
"아리아? 웃어도 돼?" 
아리아는 무릎을 꿇은 채 살며시 양 손을 들어 그녀의 사랑스러운 연인에게로 향 했다. 아린이 당황하면서도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그대로 아린을 꼭 껴안 았다. 따뜻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 다시금 느껴지고 있었다.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만끽하며 그녀는 더없는 희열을 담은 채 연인의 귓가에 나직히 속삭였다. 
"물론이죠, 아린." 
* 
기함 크라테리움의 작은 선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라티스가 문득 놀랍다는 듯 외쳤다. 
"동작이 멈췄군. 그들이 제대로 했나본데?" 
라티스는 감탄하고 있었다. 꿈틀거리던 전능수의 본체가 완전히 동작을 멈췄 다. 지상을 어지럽히며 무수한 인명들을 학살하고 또 삼켜버리던 무수한 분 체들이 갑자기 통제가 끊긴 듯 허공에서 굴러떨어지며 평범한 고깃덩어리처럼 대지 위를 뒹굴기 시작했다. 이긴 것이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그의 눈으로 보기에는 전능수는 지금 완전히 침 묵해버렸다. 친우의 감탄에 미소를 지으며 가스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까지는 별거 아닌 일일쎄. 100% 성공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거 
든." 
막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라티스가 눈쌀을 찌푸리며 가스터를 바라보았다.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건가?" 
그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말했잖나? 난 10서클은 사용하지 못 한다고."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련이라도 있나?" 
"전능수의 봉인을 위한 마법은 10서클 짜리야. 알고 있어도 사용을 못 한다 
고." 
"응? 하지만 저건 분명히...." 
라티스는 의아해하는 눈초리로 가스터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 을 이었다. 
"물론 내 마법 역시 녹록치만은 않지. 적어도 저 거대한 존재를 잠시나마 
정지시킬 정도는 된단 말일쎄." 
그리고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하지만 그게 다야. 이게 내 한계라고." 
그러니까 말인즉슨, 저것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을 뿐이라는 뜻이렸다? 라티스 의 입에서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틔어나왔다. 
"잠깐... 그럼 저 상황은..." 
"맞아. 잠깐 행동을 정지한 것 뿐일쎄.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께야." 
"그렇다면...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가 자네는?" 
"라티스?" 
말꼬리를 올리며 자신을 부르는 친우의 목소리에 라티스는 의아해하며 같은 어 투로 대꾸했다. 
"응?" 
그의 친우, 저 지상 최강의 마법사는 입꼬리를 한껏 치켜든 채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바다를 퍼올리는 힘으로 우물을 퍼올리면 어떻게 되겠나?" 



-------------------------계속---------------------------------------- 음. 선전을 위해서 이번 화는 좀 양이 적사와요^^ 
코믹월드에 초룡전기 일러스트레이터가 또~ 부스를 냈사옵니다Tul (talk) 
부스 이름은 여전히 무릉도원이구요 
이번에도 역시 화환 8 패러디 동인지라나봐요^^ 
이번 코믹월드 시간은 9월 18,19 양일간이구요 
장소는 2호선 삼성역 섬유연합회 2,3층이래요~~ 
이번에는 초룡 SD 버튼 (뺐지^^)두 팔거든요~ 
아린이랑 아리아랑 기타 등등 ^_^ 
와서 좀 팔아줘요 징징 







번 호 : 18495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0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28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8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3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8-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1 읽음:52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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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따뜻했다. 그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평온했다. 닿아있는 모든 것에서 부드러운 기운이 스며드는 듯 했다. 마치 꿈결과도 같은 아늑함을 느끼며 아린은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리아...." 
더이상 차갑지도, 냉혹하지도 않게 그녀는 부드럽게, 상냥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왜 그래요 아린?" 
그녀의 손길이 아린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아린은 배시시 웃으며 다시 물었 다. 
"인간이 된거야?" 
아리아의 손길이 아린의 머리결을 쓰다듬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느껴졌 다. 아린은 다시 물었다. 
"이젠 웃을 수 있는 거야?" 
가벼운 웃음소리가 대답이 되어 돌아왔다. 
"와아~!" 
아린은 나직히 환호성을 지르며 아리아를 껴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제 언제나 아리아는 웃을 수 있다. 희미한 미소가 아닌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쌀쌀맞은 목소리 속에서 힘들여 자애로운 기운을 찾을 필 요도 없었다. 그녀는 이제 모든 감정을 다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린은 그녀의 품안에 꼭 안긴채 나직히 중얼거렸다. 
"이젠 엄마랑 칼슈타인님이랑 다른 사람들만 구하면 돼...." 
"아린...." 
아리아의 동작이 일순 굳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왠지 서글픈 듯이,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린, 잘 들어요." 
"응? 갑자기 왜 그래 아리아?" 
아린은 아리아의 이 느닷없는 태도에 의아해하며 그녀의 품에서 고개를 들 어 아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주르륵, 똑. 
한줄기 핏방울이 아린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린은 화들짝 놀라며 몸 을 일으켰다. 피는 아리아의 코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리아? 왜 그래? 괜찮아? 코에서 피 나." 
아린의 말에 아리아는 손을 뻗어 코 밑을 슥 닦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팔뚝에 묻어난 선혈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째서.... 코피가 흐르는데도 아무 느낌을 받을수 없었던 것일까? 
"코....피?" 
"아직도 아픈거야?" 
아린의 걱정담긴 물음에 아리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에요. 코피같은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응? 하지만 입에서도.... 피가 흐르는걸?" 
아리아는 아린의 말에 다시 한번 팔뚝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아까보다 훨씬 많은 피가 묻어났다. 아리아는 소매자락을 들어 입가와 코를 막았다. 그녀의 얇은 옷자락은 순식간에 흥건이 젖어들었다. 
"....아프지 않아요....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이상했다. 아프지 않을뿐 아니라, 어떠한 느낌도 나지 않았다. 감정은 살아 있었으나, 감각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제어할 수 있었던 팔이 흡사 자신의 것이 아닌것 처럼 축 늘어져 버렸다. 
"이상해요.... 무언가 이상해요...." 
"아리아! 왜 그래? 응? 아리아?" 
"느낌이.... 사라져가고 있어요...." 
"아리아!" 
아린은 아리아의 이름을 애타게 외쳤다. 무얼 해야 할지 알 수없었다. 
"아린...." 
아린의 붉은 두 눈에 아리아의 입술이 조그맣게 달싹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귀를 아리아의 입가로 가져갔고 그제서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꺼져간다는 말 그대로 그녀의 목소리는 잦 아들고 있었다. 
"아린...." 
"왜 그래 아리아? 응? 왜 그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린은 귀를 아리아의 입가로 더더욱 가까이 가 져갔다. 귓가에 촉촉해져있는 입술이 닿았지만, 아리아의 온기가 귀에 전 해질 정도로 귀를 가까이 가져갔지만, 하지만 아리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 았다. 단지, 붉은 선혈의 따스한 온기만이 느껴질 뿐..... 
"아리아?" 
아린은 아리아를 불렀다. 무너져 내리려 하는 그녀의 이름을. 하지만 아리아는 답하지 않았다. 
"아리아?"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아리아......" 
아린은 아리아에게서 떨어져 그녀를 시야 한가득 잡았다. 미동조차 않는다. 왜? 왜 움직이지 않는거야? 아린은 아리아의 두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가 볍게 움켜쥐며 앞뒤로 흔들었다. 
"왜 그래 갑자기? 응? 어디 아파? 왜 그래?" 
대답없이 축 늘어져 있는 아리아와 그런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아린. 아린의 목소리만이 커다랗게 고요속에서 요동칠 뿐이었다. 
"왜 그래? 응? 왜그래에...으으응?" 
그때 불현듯 차가운 목소리가 아린의 귓가에 와닿았다. 
"죽은 거야. 이 멍청한 꼬마 드래곤아." 
"응?" 
아린은 고개를 돌렸다. 왠 은발의 작은 소녀가 팔짱을 낀 채 차갑기 그지 없 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린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 누구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 뭐, 이제와서 알 필요는 없어. 곧 죽어갈 몸이니까. 아니군. 원래 죽 
어있는 몸이었지?" 
아린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나 그녀는 단지 그곳에 서있을 뿐, 아린에게 다가오지도, 아무런 짓도 하 지 않았다. 아린은 좀더 그녀를 바라보다가 곧 아리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리아의 상태이지 저 정체모를 소녀의 헛소리 따위가 아니 었다. 그러나 그 소녀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쉽나? 슬픈가? 가슴 속이 아려오나?" 
"뭐야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이 어때?" 
"뭐라고 하는 거야!" 
아린은 인상을 쓰며 저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네 손에 죽어간 사람들... 그 자들도 다 너와 같았어!" 
그 진득한 살기에 아린은 일순 몸을 떨었다. 죽어간 자들... 죽어간 사람들... 아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몰라! 난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야!" 
"모른다고?" 
소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아린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리아가 이렇게 되었는데 저 여자는 도대체 왜 자꾸 방해만 하는 걸까? 귀찮게시 리... 차라리 그냥..... 
순간 아린의 오른손에 어느덧 붉디 붉은 화염이 넘길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곧이어 사그라져버렸다. 소녀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아린은 행복하게 자랐구나." 
아린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꼼짝못하게 했다. 전신 이 꼿꼿해지며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슬픔이란 건 절망감과도 비슷한 거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같은, 
되돌리고 싶지만 되돌아갈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생길 때 우리들은 슬픔을 
느끼지." 
차분하고 고요하고 진중한 말투... 아린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모르겠어...." 
목소리는 이어졌다. 
"아린 네가 나중에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땐 
저절로 알게 될거야."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아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물었다. 
"어떠니 아린? 이젠 좀 알 것 같니?" 
아린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소녀를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 다. 
"세...리아?" 
아린의 양 무릎이 힘없이 꺽이어졌다. 꿇고 있는 아린의 갸냘픈 허벅지 위에 원이 그려졌다. 눈가에서 뺨을 타고 턱으로 흘러온 눈물에 의해. 세리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소용없어. 그 여자는..." 
"아니야! 말하지마!" 
다급해하는 아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세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겠지. 슬 프고 당혹스럽고 믿어지지 않겠지. 이해해. 충분히 이해해. 
"그 여자는 완전히..." 
"아니야!"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세리아는 오히려 미소를 머금은 채 아린을 바라보 고 있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희열의 그것이었다. 복수심에서 말로된... 그녀는 또박또박 입을 열어 분명하게 말했다. 
"죽.은.거.라.고!" 
흐흑, 흐느끼는 소리가 짙게 어둠이 깔린 커다란 공간 안에 울려퍼졌다. 메 아리마저 일지 않는 그의 울음소리는 조금씩 잦아들었고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아....리아?" 
아린의 품에 안겨있던 아리아가 부스러져내렸다. 뼈가, 살이 제각기 분리되며 무 너져내렸다. 걸쭉한, 뜨거운 붉은 선혈이 아린의 전신을 덮쳤다. 뜨거운 열기가 화끈하게 아린의 몸을 데폈다. 
붉었다. 세상이 온통 붉었다. 뜨거운 불꽃 속에 잠기어있는 듯 붉고 뜨거운 무엇인가가 그의 전신을 덮고 그의 속에서부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돌연 아린이 고개를 젖히며 천정을 향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악!" 
*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전능수의 일부분이 일순 흔들렸다. 뒤이어 격렬한 폭음 과 함께 한 줄기 붉은 빛이 솟구쳤다. 다른 곳이 또다시 흔들렸다. 또다시 폭 음이 울리며 붉은 빛이 솟구쳤다. 빛,빛,빛, 수십갈래의 빛이 전능수의 내부로 부터 표피를 뚫고 사방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대기가 떨렸다. 대지가 진동했다. 거대한 파동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며 격렬히 떨쳐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가 당황하며 바라보는 가운데 그것이 나타났다. 
모든 인간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던 그 거대한 부유체 속에서 그것은 찬란한 붉은 빛과 함께 마치 알에서 깨어나오듯 내부로부터 부유체의 표피를 사방으로 찢어발기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한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그러나 그 어떤 드래곤과도 다른 모습으 로 이 땅위에 강림했다. 
검붉은 각질의 피부가 뚜렷한 양각을 이루고 붉게 빛나는 보석같은 12개의 뿔 아래 섬뜩한 보라빛 눈동자가 모든 것을 굽어 살피듯 번뜩이고 있었다. 길고 탄력있는 4장의 날개 아래로 거대한 근육을 내재한 두툼한 등, 그 위로 찬란히 아로새겨진 어둠의 문양이 아스라히 비쳐보였다, 
길이가 거의 200여 미터에 이르는 초거체,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 일순 공포가 어렸다. 아무도 저것이 어떠한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 기함 크라테리움 위에서 흥분한 라티스를 뒤로 한 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중년마법사를 제외하고는. 그는 저 공포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더없이 유쾌하다는 듯 손끝을 튕기며 자랑스레 외치고 있었다, 
"빙고~! 축하해주게 라티스! 계획대로 됐어!" 



-------------------------------계속---------------------------------- 음냐리냐리냐리 냥냥. 
인간의 승리라... 이게 인간의 승리로 보인단 말인가? 음 연재속도만큼은 틀림없이 인간승리지..... 무슨 상관이지? -_-;;;;;;;; 


번 호 : 18496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0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30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9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4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49-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1 읽음:52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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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여기는.... 어디? 그리고 나는.... 
`저것이....아린인가요?' 
`물론이오 세틴 전하. 왜요? 좀 낮선가요?' 
무엇인가가 끓어오른다. 하지만 무엇인지는 모른다. 격한 감정이 머리 속에 서 뒤섞여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모른다. 단지 그는 날아오를 뿐이었다. 이유도 생각도 이성도 없이 그는 주위에 있는 가장 거대한 존재를 자신의 거대한 발톱으로 찢어발겼다. 왜 그랬을까? 모른다. 이유 따윈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 그렇게 해야 할 뿐이 었다. 
촤아아아악! 검붉은 체엑이 솟구쳤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보이지 않았다. 그것의 눈 으로는 아린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었다. 전능수의 입장에서 아린은 존재하 지 않는 것. 하지만 아린에게 있어서 전능수란 거슬리는 거대한 물체일 뿐이었 다. 
`어떻게.. 저렇게 된거죠?' 
`완전한 각성이지. 설명해도 모를거야 견습마법사 아가씨.' 
크으으으으으.... 아린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신경질적으로 꼬리를 뒤흔들고 날카로운 손톱을 끊임없이 움찔거린다. 날개의 판막 하나하나까지 평소와는 전 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이윽고 아린이 전능수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갔다. 
`나도 모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죠 가스터?' 
`물론 아니오 세를레네 전하.' 
`그렇다면... 설명해줘요.' 
엄마.... 가장 포근한곳. 그녀가 웃고있다. 나를 향해. 머리를 보듬는다. 좋은 느낌. 나는 엄마의 가슴에 안겨 조용히 조용히 잠을 청하고 있다. 시끄럽지만 고요한곳. 거칠지만 부드러운곳. 그곳에 엄마가 서있다. 날카로운 눈매를 부드럽게 누그러 뜨리며.... 
아린의 입에서 핏빛의 화염이 뻗어나갔다. 평소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찬 기세로. 전능수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피하기는 커녕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한다. 브레스가 닿은 곳, 화염의 힘, 그것에 불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통의 화염은 아니다. 소멸해 버린다. 사라져 버린다. 
전능수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웠다. 괴로운듯 촉수를 내어 사방으로 휘젓 는다. 마치 의지할 것을 찾는듯 보이지만, 그 절규와도 같은 움직임은 움직임 만으로 끝나고 만다. 
전능수의 몸에 난 상처는 예전과는 달리 아물지 않았다. 훵하니 뚫린 구멍 사이로 뒤쪽 평야가 보임에도, 전능수는 그것을 치료하지 못했다. 아린은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초룡이라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었더군요. 드래곤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으니까.' 
`다른 이름?' 
`자신을 잊은 자. 카이레크 슈라스 드라그니드라고.' 
옛날이야기. 용사들의 모험담. 이곳은 칼슈타인님의 레어. 그곳에.... 나는 시간이 나는데로 놀러갔다. 그는 언제나 따듯한 용암호수에 반쯤 몸을 담근채 나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꿈. 어렸을때의 나의 꿈은, 그에 의해서 창조되고, 그에 의해서 자라났으며. 결국 그에 의해 완성되어졌다. 
`간단히 말해서 미쳐버린 드래곤이란 소리지.' 
다시 한번 작렬하는 불꽃. 화염이 꿰뚫은곳, 그곳에는 어느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공기마져 소멸해버린 그곳으로 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친다. 
`소멸하고 있군요. 저 엄청난 존재가....' 
아린의 브레스는 한번에 엄청난 범위의 전능수의 몸을 지워갔다. 소멸한 곳은 재생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지워가고 있는것이다. 아린의 눈동자에는, 하지만 파괴에 대한 아무런 느낌이 없다. 비록 드래곤의 모습이라지만, 언제나 아린의 눈동자는 맑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마나디움의 특성에 대해 기억하고 계시겠지?' 
가출.... 아니, 모두들 가출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단지.... 추억들.... 많은 사람들.... 그들과 스쳐 지나감에 나는 어쩌면 즐거웠다. 인간. 화려한 존재들.... 낮잠에 여러백년을 소비하는 우리 드래곤들에 비해 화려하기 짝이 없는 자들과 뒤섞여 나는 오랜시간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다차원 공유체가 아니야. 공간과 시간, 차원을 비롯한 
모든 우리의 생각이 닿는 그것은 법칙에 의거하여 존재하고 있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거야. 무슨 소리인지 알겠나? 이 세계의 법칙 
을 따르는 한 저것을 이길 수는 없어.' 
아린의 행동은 부자연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극히 자연스러운지도 몰랐다. 단지 상대를 시야에 담고, 숨을 들이마셨다. 이미 절반 이상이나 소멸해 버린 전능수의 나머지 반쪽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고, 소멸을 확인하려 하기라도 하는듯 한참동안 그곳을 응시했다. 절도없는 움직임과 흐릿한 눈동자, 그것이 지금의 아린이었다. 
`그럼, 아린이 이세계의 존재란 말인가요?' 
`반드시 그렇다고 볼수는 없지. 아린은 틀림없이 이 곳에도 존재하고 있으니 
까.' 
`이 곳...에도?' 
지름이 1.5키로미터나 되던 전능수. 그것은 지금 이제 겨우 아린과 비슷한 크 기의 덩어리만이 남아있었다. 촉수를 내어놓을 생각도, 드래곤 해드를 꺼내어 브레스를 쏘아 보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파괴되어진 몸둥이를 허공에 부유한 채, 마지막 운명을 기다리는듯 보였다. 자아가 없으니, 소멸에 대한 느낌이 없 는지도 모를.... 
`왜 아린이 저렇게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을까? 왜 아린이 모든 법칙을 어 
긋나는 그 키메라 아가씨를 제어할 수 있었던 걸까? 왜 아린은 상처를 입어 
도 남들보다 몇 배나 빠르게 회복하는 걸까?' 
그리고 만난.... 아리아. 
`이 것이 초룡의 특징이지.' 
아린이 갑자기 날개짓을 시작했다. 전능수에게로 접근했고, 갑자기 팔을 뻗어 그것의 피부속으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손톱에 찢겨지는 전능수의 살점이 투두둑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는 이내 부식되며 먼지로 사라진다. 
`그의 존재는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오. 우선 세계라는 것은 잘 포개어진 
책장과도 같지. 수많은 존재들이 이 곳과 함께 겹치어진 수많은 책장. 평행 
세계 (패러랠 월드)... 정도라고 설명하면 비슷할까? 이세계의 법칙이 아닌 
다른 세계의 법칙을 공유하는 존재라는 것이지...' 
크으으으으- 하지만 아린은 거친 숨만을 끊임없이 내쉴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긴 하오. 우리 역시 우리의 관념 
이 닿지 않는 곳에 우리와 같은 존재들이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사고를 가 
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지.' 
날카로운 손톱이 찢어내는 피부로부터 진액이 쏟아져 나온다. 붉은 것이 흡사 피와도 같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야. 우선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같은 
존재와 우연히 시간대가 맞았다 해도 9살의 나와 10살의 나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거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을 확률은 거의 천문학적인 확률이지.' 
아린은 분수처럼 쏟아져나오는 붉은 체액을 뒤집어 쓴채 거칠게 손을 전능수의 몸에 꽂았다. 팍, 팍, 거칠은 소리가 끊임없이 대기로 울렸다. 
`하지만 세계는 무수히 많지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만큼이나. 그럼에도 불구하 
고 존재를 공유하는 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어. 왜인지 아나?' 
그가 아리아를 처음 본곳. 무투회장이었다. 가스터에게 조종되는 마리오넷 키메 라. 그것이 그녀의 정체였다. 
`우리같은 미약한 인간들은 세계라는 벽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간섭할 만큼 
거대한 존재를 가지고 있지 못 하니까.' 
이해할 수 없는 몰입.... 
`그런 거대한 존재를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 뿐, 신의 존재를 가지고 물질계로 
내려온 신이자 생명체인 유일한 종족, 세계와 세계의 간섭을 이루어 낼만큼 막 
강한 존재력을 지난 자들. 드래곤...' 
아린은 두 손을 전능수의 몸에 깊이 박았다. 좌우로 힘껏 찢어냈고, 피가 울컥 흘러내리는 그곳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붉은색의 거대한 숨결을. 
`하지만 그런 존재가 나타난다 한들 그가 완벽하게 세계간의 간섭 현상을 일으 
키는 것은 아니지. 그들은 제각기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성이라는 것이 있 
으니까.' 
그렇게.... 전능수는 소멸해 버렸다. 
`엘사나드, 6000년 전 나타났던 초룡, 그것은 완벽한 각성을 이루지 못 했지. 
그래서 그는 대신 세계와 세계의 통로가 되는 자신의 육체를 깍아서 마나디움 
을 창조, 저 거대하 존재의 마나를 이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보내어놨던 것 
이지. 임시 방편이긴 하지만. 
하지만 아린은 멈추지 않았다. 허전해진 손에 무언가를 채우고 싶었던지, 그의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제 알겠나?' 
그의 시선에 비공정들이 잡힌다. 
`이성이 제어된 드래곤, 그럼으로써 이세계의 법칙을 이 곳으로 끌어들여 구사 
하는 존재 공유체...'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그것이 초룡이란 것이지.' 
칼슈타인님이 읽어준 여러 영웅기에.... 나의 전부 라는 말들이 있었다. 이해할수 없던 말들.... 지금은? 지금은? 
아린은 다시 한번 숨결을 깊이 들이마셨다. 저런 정도는.... 그리고 내뿜은 브레스. 가장 오른쪽의 함선에 뿜기 시작하여 시선을 왼쪽에 있는 함선으로 옮겼다. 붉은 화염의 기둥은 허공에 긴 선을 내그은채 긴 호선을 그렸다. 연이어 함선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발이 줄을 이었고, 허공을 난데 없는 불꽃이 수놓았다. 
`지금 우리는 완벽하게 각성한 초룡이라는 존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란 
말이야.' 
저것들은 뭐지? 왜 저렇게 허공에 잔뜩 떠있는거야? 거슬려, 거슬려, 거슬려... 눈에 거슬린단 말이야! 
* 
거대한 브레스의 불기둥이 허공을 스쳐지나가며, 무자비한 폭음이 울려퍼졌 다. 세이뉴호의 선원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저 새로운, 거대한 괴물을 향 해 쉴새없이 포탄을 날려댔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차라리 계란에 바위를 던지는 편이 훨씬 큰 파괴력을 낼수 있지 않을까? 
검붉은 비늘은 어떠한 폭발로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고 어떠한 파괴력으로도 저 거대한 드래곤은 흔들리지 않았다. 
"저게 뭐야! 제길!" 
갑판장이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지른다. 네명의 소드 마스터들은 미약하나마 검을 이용하려 마음먹으며 난간쪽으로 몸을 가까이 가져갔고, 마법사들은 자신 들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사용해 저것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여전히 아무 소용도 없을 뿐이었다. 
선장은 선미의 선장의 자리에 조용히 서서, 갑판위로 떠들석이 움직이는 광경 을 내려다 보았다. 알수 없는 기분에 마음이 찹찹했다. 이제 곧 모든 것을 잃 게 된다는 생각으로 머리속이 복잡했다. 문득 문득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일들이, 50년 남짓 바다와 함께 살아왔던 날들이. 그때, 일등항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도를 높일 것을 권합니다만. 선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의 말에 선장은 정신이 퍼뜩 드는 듯 했다. 
"아, 그렇지. 고도를 높여라! 불가항력이다. 쓸모없는 저항같은 것은 하지 않 
기로 한다." 
기관사에게 이렇게 명령한 후, 선장은 일등 항해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함선은 퇴피한다. 계속 싸우고 싶은 선원이 있다면 이야기 하라. 
다른 배에 내려 주겠다. 조타수, 키의 방향을 바람의 방향으로 있는 힘 
껏 꺾어라! 기관실은 마나엔진의 출력을 최대로 하고, 고도를 가능한한 
높여라." 
선장의 명령에 선원들은 일사불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대는 없었다. 그 누구도 드래곤과 싸운다는 것을 꿈꾸지는 못 했다. 
막 세이뉴호가 기수를 돌리고 허공으로 솟아오를 무렵, 돌연 드래곤의 비행속 도가 그전보다 두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허공을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비행하던 그의 육체가 갑자기 격렬한 격류가 되어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미쳐 채 대피하지 못한 비공정들을 하나 둘 그 거대한 존재와 맞부딛혀 추락하 는 수 밖에 없었다. 
세이뉴호는 운좋게 일찍부터 도망치기 시작해 그것으로부터 간발의 차이로 달 아날 수 있었다. 선원들은 다리가 풀려 갑판에 주저앉아 버렸고, 선장 역시 담 배를 방정맞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빨아대기 시작했다. 세이뉴호는 기수를 더 높은 하늘로 올렸다. 동시에 수십척의 비공정들도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비공정, 기함 크라테리움, 그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젠 어쩔텐가? 가스터? 분명히 전능수는 해치웠다만.... 이제는 새로운 적이 
나타나지 않았나?" 
"걱정말게 라티스. 다 예상했던 거야,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네." 
"생각?" 
"뭐, 그들의 도움이 좀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계속------------------------------------- 코믹월드에 초룡전기 일러스트레이터가 또~ 부스를 냈사옵니다Tul (talk) 
부스 이름은 여전히 무릉도원이구요 
이번에도 역시 화환 8 패러디 동인지라나봐요^^ 
이번 코믹월드 시간은 9월 18,19 양일간이구요 
장소는 2호선 삼성역 섬유연합회 2,3층이래요~~ 
이번에는 초룡 SD 버튼 (뺐지^^)두 팔거든요~ 
아린이랑 아리아랑 기타 등등 ^_^ 
와서 좀 팔아줘요 징징 






번 호 : 18497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0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29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50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5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50-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1 읽음:52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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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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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드... 드래곤이다!" 
붉고 거대한 그것은 닥치는대로 거리를 파괴하고 집을 부숴뜨리며 사람을 죽였다. 목적도, 목표도 없는듯 보였다. 그저 눈에 띄는데로 부수고 쓰러 뜨릴 뿐이었다. 
"신이여......" 
사람들의 입으로 부터는 그저 기도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제는 저 마룡을 막을 아무런 힘도 없다. 얼마 전의 대 전능수 전투 덕에 대륙에는 거의 모 든 검사와 마법사가 모습을 감추었다. 지금은 5서클 정도의 마법을 할 줄 알아도 왕립 마법사 협회에 수석 마법사로 이름이 등록될 정도인 것이다. 
사람들은 저 흉폭한 것을 막을 여러 방법을 떠올려보았다. 거대한 활을 만 들어 쏘아보내도 보았고, 얼마전의 대 전능수 전투에서 큰 효과를 발휘해 보 았다고 하는 화약 -물론 민간에 있는 화약은 그것과는 상대도 안될 정도로 위력이 약하다.- 을 써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효과는 없다. 저것의 손톱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비늘은 갑옷보다 견고했다. 
"크아아아아~!" 
그 붉은색의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오 싹해지며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저것이 그 말로만 듣던 드 래곤 피어.... 
뒤이어 그것은 커다랗게 숨을 들여마시기 시작했다. 죽음의 숨결 드래곤 브레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공포감에 어찌할줄을 몰랐다. 우왕좌왕 달아나 려 했으나, 그것의 브레스가 어느쪽으로 향할지 알수 없기에 그저 우왕좌왕 일 뿐이었다. 
크롸롸롸롸롸롸롸 
화염이 솟아났다. 도시 한귀퉁이가 순식간에 재로 변하고,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다. 
"으아아아악!" 
그것이 이곳에 날아든 것은 오전무렵. 어느덧 해저녁이 다 되어가건만 마을 을 파괴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도시의 성주가 수많은 보물을 싸들고 그것에게 찾아가 진상도 해 보았으나, 성주와 보물은 화염에 한덩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때, 마을사람들을 해치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모습은 늠름했다. 눈동자는 반짝였고, 어깨는 우람하게 벌어졌다. 오른 손에 낀 건틀렛에는 한 뼘가량의 칼날이 삐죽 솟아있었고 그의 갑옷에는 용 맹함을 상징하는 사자가 문양지어져 있었다. 붉은색 망토가 황금색 사자갈기 뒤로 휘날린다. 그의 머리칼 역시 사자의 그것과 같은 황금색이다. 
그의 걸음은 육중했다. 손에 들리운 검은 노을에 붉어있고, 투구로 가리워 진 입은 흡사 대기의 모든 공기를 마셔버릴듯 위세있는 숨소리를 냈다. 순간, 그 미친 드래곤이 멈춰섰다. 두 시선이 서편 석양으로 향한다. 그 모 습에 기사가 외쳤다. 
"너 사악한 마룡 카르세아린이여! 내가 두려운가? 어째서 시선을 피하는 
것인가!" 
기사의 외침은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마을사람들은 그의 말에 놀라며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데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한심한 녀석! 겨우 나의 이 성검 에세르카를 흘끗 보는것만으로도 두려움 
에 떠는 것인가? 겨우 네 녀석 정도의 드래곤이 그동안 소란을 피웠단 말 
인가?" 
막 이 말을 마칠무렵, 그 붉은색 드래곤이 시선을 기사에게로 향했다. 
"훗. 오기를 부리는군. 하지만 너의 눈동자는 이미 두려움에 흔들리고 있다!" 
"오~! 용사님! 어서 저 마룡을 무찌르고 이 마을을 구해 주십시요!" 
"용사님의 성검 문 에세르카라면 저런 녀석 정도는 단번에 무찌를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의 호기로운 말에 마을 사람들은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또 용기를 되 찾았다. 그들의 외침에 기사는 검이 박힌 건틀렛을 들어올리며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걱정 마십시요! 저 정도 마룡은 제 이 검으로 단번에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때, 다시 마룡이 시선을 석양으로 향했다. 어째서인지 그의 눈가에는 망설 이는 듯한 빛이 흘렀다. 해가 진다는 것에 어떠한 느낌이 오는 모양이었다. 그 렇게 멍하니 있던 마룡은 이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기사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후후후. 덤비겠다는...." 
가장 먼저 마룡은 한걸음을 앞으로 디뎠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무어라 외치 던 용사(?)를 지긋이 밟았다. 그의 대사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다시 마룡 이 걸음을 떼었을때는, 피빛의 망토와, 살빛의 살점, 그리고 금빛의 갑옷만이 그 자리에 덩그라니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마룡이 날개짓을 했다. 그는 드높이 날아올라 멀리 서편으로 모습을 감 추어 버렸다. 
*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왜 내가 움직 이고 있는 것이지? 몰라. 그런 것 따윈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냥 움직이는 거야. 움직이고 있으면 내가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거든. 그런데... 나는 과연 존재하는 건가? 눈 앞에 부숴지는 것들... 뭐지 저건? 난 왜 저것들을 부수고 있는 거지? 모르겠어. 이유가 생각나질 않아. 하늘이 변해가고 있다. 주황빛이야. 예쁘네. 움직이기 싫어. 왜 일까? 
* 
어느 검푸른 바다 위,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 섬하나가 달랑 보이는 그런 곳. 당시는 드래곤 덕분에 바다로의 여행을 함부로 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대륙 에서 떨어진 바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멀리 수평선 근처에 대륙이 보 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아마 그간은 사람이 발을 들여놓지 않은 섬인 모양, 하지만, 섬의 중앙에는 한 그럴듯한 성이 세워져 있었다. 
성은 그다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다. 굉장히 낡은 데다가 성 전체를 휘감고 있는 넝쿨덕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 성 한켠의 작은 집무실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틴 전하..." 
성안 한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세틴이 걸음을 멈추었다. 
"가스터?" 
세틴은 고개를 돌렸다. 
"사라세나인 가를 다시 세우고 싶지 않소?" 
그의 목소리는 낮고 어두웠다. 하지만 친근하게 들렸다. 세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느닷없이 무슨 소리요?" 
"리베이드라는 성이 아닌, 사라세나인이라는 성으로....." 
세틴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가스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는 말을 이었 다. 
"그대의 가문을 최고의 자리로 올리고 싶지 않냔 말이외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왜 안 될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세틴은 이제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스터는 잠시 말 사이 에 간격을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리베이드의 절반과 바트란 왕국, 그리고 아라스난의 왕위를 가진 여인이 있 
지....." 
가스터의 말에 세틴의 표정이 급변했다. 
"이...오네 공주?" 
가스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나 가스터, 지상 최강의 마법사가 있고..." 
영토와 힘... 세틴이 당황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요 가스터?" 
세틴의 말에 가스터는 슬쩍 웃음을 지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하나뿐이지요." 
뜸을 들이는 가스터의 표정을 응시하는 세틴의 귀로 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왕으로써 어울리는 명예." 
그리고 이윽고 열린 입에서 흘러나온 가스터의 목소리는 세틴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그것은 적어도 드래곤 슬레이어 정도는 되야 하겠죠?" 



----------------------계속------------------------------------------- 음냐리 냥냥냥 


번 호 : 18498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1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29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51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6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51-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2 읽음:573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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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 눈 앞의 거대한 존재,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저 존재가 너무나 낮익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귀여워보이는 눈망울, 아름다운 얼굴 속의 천진한 표정, 조금은 멍청해보이기까지 한 그 얼굴 위로 떠오르는 반가움들. 
"세틴... 세틴이야?" 
"그래. 나야." 
내 차분한 목소리 뒤로 이어지는 울먹이는 음성. 
"세틴... 세에티인...." 
저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으아아아앙!"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나에게 안겨서 울고 있었다. 
"아리아가... 아리아가......" 
촉촉한 눈물이 내 가슴을 적셔왔다. 나는 가볍게 아린을 안아주었다. 슬퍼하 는 그의 모습은 정말 순수해보였다. 내가, 불타버린 파괴의 흔적을 보지 않았 더라면 지금 내 의지를 꺽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결코 내 품속에 안겨있는 이 아름다운 소년의 정체를 잊지 않았다. 나는 차분하게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세.....세틴...?" 
동그랗게 부릎 떠진 아린의 두 눈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의 장검, 아린이 준 검, 블레어스 타이나. 그것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는 모습을. 피가 흘러내렸다. 희미한 떨림이 검신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눈망울. 아린의 눈망울이 비춰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다 아린."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나에겐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예가 필요해." 
* 


"으허헉!" 
차가운 땀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와 손등으로 떨어져내렸다. 세틴은 숨을 헐 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잘 가꾸어진 화려한 침실의 정중앙, 부드러운 실 크 이불로 뒤덮힌 호화스러운 침상 위. 세틴은 한숨을 내쉬었다. 틀림없는 자 신의 침실이었다. 
"헉...헉..." 
세틴은 고개를 저으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득 자신을 살펴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전신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제길...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세틴은 힘없이 침상 언저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웅웅대는 괴이한 소리 가 그의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세틴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은 그것이었다. 게다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옳았어. 옳았다고......' 
그때였다. 침실 밖에서 가느다란 시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황실 수석마법사 가스터 공께서 알현을 청하시옵니다." 
세틴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날짜를 계산해보았다. 계산이 끝난 그의 고개가 힘없이 수그러졌다. 
"그렇군. 또 시일이 된건가?" 
그때 그가 누워있던 화려한 침상, 그 반대쪽 언저리가 살며시 들춰졌다. 그 리고 가녀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머? 가스터가 왜 이 이른 아침부터?" 

붉고 가는 긴 머리결이 침상 위로 나부끼며 한 여인이 침상보로 살짝 웃가슴 을 가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틴은 희미하게 웃으며 자신의 황비인 그녀 에게 부드럽게 키스하며 속삭였다.

"잘 잤소 이오네?" 
그녀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세틴의 미간이 더더욱 짙게 찌푸려졌다. 여전히,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쌀쌀맞은 그의 황비는 도저히 그로 하여금 정을 붙일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문득 그녀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하, 또 시일이 되었군요. 위대하신 드래곤 슬레이어 양반." 
세틴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붉고 가는 머리결, 루비빛 눈동자, 새하 얀 피부와 아름다운 얼굴, 세틴은 고개를 돌렸다. 또다시 기억하기 싫은 얼굴 이 떠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가장 기억하기 싫은 얼굴을 하루종일 맞대 고 살아야하는 것이다. 
"내 악몽의 이유는 아무래도 당신인 것 같군." 
세틴은 저 한 마디만을 그녀에게 남긴 채 옷을 입고서 곧바로 방을 나섰다. 불쾌했다. 더없이 불쾌했다. 그리고 그 불쾌감은 방을 나선 뒤 복도에서 기다 리고 있는 저 검은 로브의 중년마법사를 만나는 순간 거의 절정에 다다랐다. 여전히 10년 전과 다를바 없는 모습만을 유지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세틴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오늘이오?" 
가스터는 물끄러미 자신의 군주인 이 20대 후반의 건장한 흑발의 청년, 이오 네 공주의 남편이자 사라세나인 제국의 초대황제 세틴 크렐 사라세나인을 바 라보았다. 오늘도 그는 여전히 불쾌해보였다. 뭐, 매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매년 해오던 것 아닙니까? 가시지요." 
"그렇지... 가긴 가야지....." 
태연하게 되묻는 가스터의 말에 세틴은 힘없이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그때 가스터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그를 조금이나마 불쾌감에서 벗어나게 했다.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폐하. 이미 10년이 지났으니까요." 
*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 저곳에 벌려놓은 노점들은 호객행위에 열을 올리고, 사람들은 분위기에 쓸려 그런 그들의 호객에 슬쩍 속아주었다. 노 상 한켠에 가장행렬이 지나갔다. 드래곤 모양의 옷을 뒤집어 쓴 괴짜부터, 왕과 왕비의 복장까지, 화려하기가, 그리고 다양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성에서 솟아오르는 불꽃들은 이름그대로 축제의 꽃, 꽤 많은 사람들이 수도 중앙 광장에 삼삼 오오 모여 불꽃을 즐겼다. 국화모양, 모란모양, 세겹 여덟 겹, 다채롭기 짝이없는 불꽃의 모습에 사람들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 다. 
음악소리가 한시도 끊기지 않고, 사람들의 왁자지끌한 목소리도 한없이 거리 를 가득 메웠다. 골목 하나가 통채로 악사들의 차지가 된 곳도 있었다. 모 두들 하나씩 악기를 들고 나와선 음악을 연주해 주고 사람들로부터 동전을 받는다. 수십개의 악기가 각자의 곡을 연주에 음은 난잡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마도, 축제 그 자체가 생기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화려한 축제에 들뜬 것은 사라세나인 제국의 수도 세나이스트의 변두리에 위치하는 작은 고아원들 중 하나인, 이 곳 하딘 고아원의 어린 원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나 선생님! 유나 선생님!" 
"축제구경 안 가실래요?" 
고아원 앞뜰에서 조용히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보라빛 머리의 20대 중반의 한 여인이 이 목소리에 힐끔 고개를 돌렸다. 검고 푸른 머리칼의 두 꼬마들 이 신바람내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쪼르르 뛰어와 자신의 치마자락을 움켜쥐고 조르는 이 어린 꼬마들을 바라보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쓰다듬어주며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축제라... 선생님은 별로 생각 없으니 너희들끼리 가렴." 
꼬마는 살짝 손가락을 깨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건 우리 황제 폐하께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신 날을 기념하는 가 
장 화려한 축제잖아요? 이상하게 유나 선생님은 이 축제만은 안 좋아하시더 
라...." 
여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의 헝크러진 옷차림이며 머리모양을 정 돈해주었다.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에요. 자, 너희들끼리 나가서 놀렴." 
아이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가 잠시 후 까르르 웃으며 거리로 종종 달려나 갔다.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여인을 뒤로 한 채. 
"후우...." 
문득 그녀의 입에서 욕설이 틔어나왔다. 
"흥, 얼어죽을 드래곤 슬레이어."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져있었다. 방근 전의 원생들이 보았다면 도저히 자신들이 알고 있는 그녀라고는 믿지 못 할 정도로 그녀는 험악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곧 풀어졌다.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하지만 또 얼굴을 봐야 하는군. 뭐, 어쩔 수 없지만...." 
* 
성지 케테스 슈 사라세나인, 한때 알 크리드 산맥이라고 불리웠던 이 곳은 현 황제이자 사라세나인 제국의 초대 황제인 세틴 크렐 사라세나인이 마룡 카르세 아린을 해치우고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예를 얻은 거룩한 땅으로 세인들의 발 길이 엄중히 금지되어 있었다. 
산림은 고요했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들려오는 것은 작은 들짐승의 울음소리 뿐, 그 흔한 몬스터들조차 나타나지 않는 이 곳의 어느 한 넓은 공터에 일순 기 이한 방전음이 울려퍼지며 거대한 원이 허공에 그려졌다. 그 넓은 원은 곧 어둠 의 게이트로써 모습을 드러냈고 곧바로 한 보라빛 머리의 20대 중반의 아름다운 여인을 토해냈다. 
여인은 손끝을 까닥거려 게이트를 지운 뒤 공터를 둘러보았다. 공터 한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흑발의 청년과 그 뒤로 검은 로브를 입은 중년 마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흑발의 청년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유나." 
여인의 입고리가 기이하게 치켜올라갔다. 그녀의 허리가 과장되게 숙여졌다. 
"미천한 천민이 감히 위대하신 드래곤 슬레이어이시자 헤이드 6국 연합을 통 
일하신 사라세나인 제국의 초대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누가 봐도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다분한 그녀의 인사에 세틴은 혀를 찼다. 역 시 그녀는 아직도 그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듯 했다. 
"여전하군 당신도. 이미 7서클의 마법사라면 궁성에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을 
텐데....." 
일순 여인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내가 그런 제의를 수락할 거라고 보나요?" 
세틴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의 눈길을 피했다. 더이상 그녀를 상대할 생각도 없었고 게다가 그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해야 했으니까. 도다시 공터 한쪽 귀퉁이에 검은 게이트가 열렸다. 세틴은 고개를 돌렸다. 화 려한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한 청년이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서 게이트에서부터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피트씨도 오셨구려." 
"죽기 싫으면 와야지 별 수 있습니까?" 
그는 씁쓸하다는 듯 웃고있었다. 동시에 저편에서도 검은 게이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슬슬 시간이 된 것이다. 모두가 모이고 있었다. 10년 전 약속했던 그 사람들이,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 게이트에서 걸어나온 것은 한 아름다운 갈색머리의 여인이었다. 양 손에 묵직해보이는 휠체어를 부축한 채. 가스터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외쳤다. 
"오랜만이구만 플루토, 베라도." 
갈색머리의 여인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휠체어에 앉아있던 흑발의 청년 역시 피식 웃었다. 가스터는 그들에게로 다가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몸은 괜찮나?" 
"현저한 발전, 이젠 상반신을 거의 다 움직일 수 있어요. 봐요." 
청년은 부들거리면서도 자신의 손목을 들어보였다. 가스터는 두 눈을 빛내며 그것을 살펴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원할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스터는 감탄한 듯, 진정 감탄한 듯한 눈빛을 청년에게 보냈다. 그가 당한 상처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급격히 압축되었던 마나가 일순 거대한 힘과 공진해버리며 파열되는, 단순한 신경 정도가 끊어지는 것이 아닌 세포 하나하나, 존재를 이루는 마나의 구조 하나하나가 헐거워지고 끊어지며 모든 기능을 정지해버리는 상처였던 것이다. 
손가락 하나, 그 작은 마디마디를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뒤따를 것이 다. 단순한 육체의 고통이 아닌 존재가 으스러지는 고통이라 어떠한 마법도 신성주문도 시약도 그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지는 못 한다. 그러나 그 는 그 고통 가운데에서도 이만큼이나 몸을 회복시켰던 것이다. 베라는 그런 자신의 여인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곧 예전의 플루토로 돌아갈 거에요." 
가스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의 의지가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극복해 낼 것이다. 모든 것을 극복해 내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광경을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없지만은 않았다. 
"10년이나 지나서 겨우 상반신이라... 어느 세월에 동작을 되찾고 어느 세월 
에 육체를 되찾을려고?" 
세틴의 눈초리는 결코 곱지 않았다. 하지만 플루토는 전혀 화내는 기색이 없 었다. 그것은 지금 그가 단지 아무 것도 못 하는 무기력한 존재이기 때문이거 나 그의 상대가 한때 헤이드 6국연합이라고 불리웠던, 이 거대한 사라세나인 제국의 황제이라거나, 아니면 그가 현재 존재하는 최강의 소드 마스터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런 사소한 감정따위는 조금도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플루토 는 쾌활하게 소리쳤다. 
"그래봐야 1,20년 아냐? 뭐 계속 해보는 거지. 해봐서 나쁠 거 있소?" 
세틴의 미간이 더더욱 찌푸려졌다. 어째서 사지 멀쩡하고 권력의 최고에 오른 자신보다 사지의 절반 이상이 마비된, 모든 힘을 잃은 저 자가 더더욱 행복해 보이는 걸까? 
"잘 됐구려. 어서 완쾌하기를 진심으로 빌겠소." 
뒤틀린 속마음을 감추기라도 하듯 세틴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명예는 환자를 벤다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거든." 
그러나 여전히 플루토에게는 그 모든 것이 의미없을 뿐이었다. 
"뭐, 폐하의 기도를 받을 수 있다니 영광이구려. 열심히 빌어주시오." 
"쳇...." 
세틴은 결국 희미한 욕설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험악한 공기가 이 이름없는 공터 안에 맴돌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신경쓰지는 않았다. 언제 나, 매년 그들은 이래왔던 것이다.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차던 피트가 문득 공터 한쪽의 마나의 결집을 느끼고 피식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이제 올 사람들은 거의 다 왔다. 오지 않은 자는 단 한사람 뿐인 것이다. 피트는 차분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호오, 세를레네 씨군요." 
예전의 청순한 모습에서 이제는 완연히 성숙한 아름다움을 전신으로 뿜어내는 찬란한 금발의 20대 중반의 한 여인이 사뿐히 게이트에서부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다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정말 기분 좋다는 듯 말을 이었다. 
"배신자, 배덕자, 배반자들이 골고루 모여있는 이 광경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 
지막이겠죠?" 
아무 말없이 나무에 기대서있던 유나가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는 당신은요? 세를레네 전하?" 
차가운 공기가 공터 안을 맴돌았다. 언제나, 언제나 이랬다. 10년동안 끊이지 않고 지겹지도 않은 듯이. 이 상황이 지겨워보였는지 가스터가 혀를 차며 그들 사이에 대고 외쳤다. 
"자자, 거 적당히들 하슈. 좀. 젊은 사람들이 말이야. 모이면 맨날 티격태격 
하고 그러냐. 거 친하게들 지내야지." 
그러나 그는 그순간 모두의 짜릿한 시선을 맛봐야 했다. 
"왜들 그렇게 노려봐?" 
순간적으로 움찔거리는 가스터를 바라보며 모두는 한숨을 쉬었다. 이 모든 일 의 원흉이 누군데 뻔뻔하게 저런 소리를.... 그러나 지금 여기 모인 그 누구도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후회스러운 일이라도 결국은 삶을 택해버린 그들이었으니까.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세틴이 나직히 외쳤다. 
"뭐, 다들 출발합시다." 
그들은 일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서있는 공터에서부터 얼마 안 떨어진 작은 동굴을 향해. 
* 
동굴은 깊었다. 그리고 어두웠다. 그러나 그들은 아주 익숙하다는 듯 차분하 게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마침내 그들의 목적지가 다가왔다. 마치 인위적으 로 깊게 파여진 듯, 도자기의 그것처럼 바닥이 깊숙히 파인 한 공동이. 그들은 어둠 사이 저 아래 깊숙이 파여진 공동 속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 존재가 있었다. 
4장의 날개를 차분히 접은 채 12개의 뿔을 가진 거대한 머리를 품 안에 집어 넣고 조용히 웅크리며 잠들어있는 한 검붉은 드래곤의 모습이 그들 눈에 생생 히 들어왔다. 가스터가 큼지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자신들의 위치로 가시오. 시작합시다." 
그리고 모두는 둥근 공동의 위로 원을 그리며 저 거대한 존재를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입구가 자신의 위치였던 탓에 가만히 있던 세틴이 문득 아래를 바라 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것이 틀림없는 마지막이겠지?" 



------------------------계속----------------------------------------- 음냐리냥냥냥 코믹월드에 초룡전기 일러스트레이터가 또~ 부스를 냈사옵니다Tul (talk) 
부스 이름은 여전히 무릉도원이구요 
이번에도 역시 화환 8 패러디 동인지라나봐요^^ 
이번 코믹월드 시간은 9월 18,19 양일간이구요 
장소는 2호선 삼성역 섬유연합회 2,3층이래요~~ 
이번에는 초룡 SD 버튼 (뺐지^^)두 팔거든요~ 
아린이랑 아리아랑 기타 등등 ^_^ 
와서 좀 팔아줘요 징징 






번 호 : 18499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1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25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52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7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352-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2 읽음:591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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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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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이익!" 
아린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름한 오두막의 모습이 보였다. 다 떨어진 낡은 여관의 홀로 보이는 작은 공 간, 아린은 무심코 고개를 내렸다. `라이라의 INN'이라고 쓰여진 낡은 간판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아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프냄비에 버터와 옥수수가루를 넣고서 휘젓고 있는 유나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그녀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피트를 불렀다. 피트가 고개를 끄덕 이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피트가 마루 일부분을 뜯어 만든 화덕으로 다가가 그곳에 걸려있는 둥근 냄 비 속을 국자를 들고 하염없이 휘젖기 시작했다. 아리아는 다른 쪽에서 조용 히 감자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온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아린의 입에서 멍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어?" 
그때 한참 빵을 데우고 있던 유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린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아린?" 
아린은 다시 한번 멍한 목소리를 냈다. 
"으응?"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 일도 없었다. 평온 그 자체. 아린은 연신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막 설겆이 하러 가려던 세틴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꿈 꿨나보지?" 
아린은 멍하니 되물었다. 
"꿈?" 
아린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아린 의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아, 그런가?" 
한참 국자로 스프를 젓고 있던 피트가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무슨 꿈이길래 그래요?" 
아린은 머리를 긁으며 조용히, 어깨를 움츠리며 대꾸했다. 
"웅... 아리아가 죽었어. 그리고 세틴이 나를 찔렀어." 
그러자 막 세를레네와 함께 문을 나서던 세틴이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핫." 
그리고 그는 왠지 비웃음 당한 느낌이 들었는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아 린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개꿈이구만." 
"으응." 
아린은 어깨를 축 내리며 주변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 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린은 잠시 후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랬던 거다. 꿈이었다. 꿈일 뿐이었던 것이다. 
아린은 활짝 웃으며 저만치서 감자를 깍고 있는 아리아에게로 다가갔다. 그리 고 아리아 등에 살짝 몸을 기댄 채 중얼거렸다. 
"아리아." 
한참 감자를 깍는데 열중이던 아리아가 의아하다는 듯 아린을 바라보며 물었 다. 
"왜 그래요 아린?" 
아린은 살며시 아리아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나직히 중얼거렸다. 
"죽지 마." 
아리아가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제가 왜 죽어요?" 
* 
어두운 공간 속으로 가스터의 목소리가 은은히 울려왔다. 
"끝났소." 
모두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공간 아래 잠든 저 거대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문득 피트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이 불쾌한 기분은 매년 해왔지만 사라지지를 않는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땀이 옷자락을 적신다. 그들이 해야 했던 일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세틴이 못을 박듯 단호한 목소리로 가스 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걸로 더이상 손댈 필요가 없는 것이오 가스터 공?" 
가스터는 천천히 허공에 몇 번 더 손짓을 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대꾸했다. 
"그렇소 이걸로 이제 내 `꿈의 환영'은 완벽하게 저 존재 속에 자리잡았소. 
더 이상 그대들이 자신들의 기억들을 재생시켜 세계를 재구성하기 위해 이 
곳에 모일 필요가 없소." 
모두의 시선 속에 안도감이 맴돌았다. 가스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이제 영원히 자신의 꿈 속에 갇혀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시절만을 계 
속해서 보내게 될테니까." 
모두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젠 더 이상 이곳에 올 필 요가 없다는 점이 그들을 안도시키며, 동시에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천천히 동굴 속을 빠져나오며 유나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저 안을 바라보며 그녀는 나직히, 나직히 중얼거렸다. 
"잘 자요. 아린..... 좋은 꿈 꾸길....." 
* 
붉게 물든, 거대한 진홍빛의 커튼이 한껏 내려진듯한 저녁노을, 그 타오르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줄기에 기대어있던 무표정한 여인이 문득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두 눈을 감고있는 붉은 머리의 미소년에게 살짝 말을 걸었 다. 
"졸린가요 아린? 그럼 이만 돌아가는 것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붉은 머리결을 아무렇게나 흐트러트린채 아리아의 무릎 을 베게삼아 들판에 벌러덩 누워있던 아린이 아리아의 말에 눈을 뜨고서 고개 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좀더 있을래. 여기 마음에 들어." 
바람은 시원하고 상큼한 풀잎냄새가 은은히 코끝을 간지럽힌다. 
"침상의 베게가 더 편할 텐데요?" 
오른손으로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리아의 감촉을 느끼면서 아린은 두눈을 감은채 나직히 중얼거렸다. 
"음...아리아 무릎이 더 편한데? 하도 베고 자서 그런가?" 
그러다가 문뜩 아린의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 
"아..아리아는 안 편하겠구나 참....." 
일어나려는 아린의 머리를 아리아의 오른손이 가볍게 눌렀다. 
"누워있어요. 난 괜찮으니까." 
아린은 싱긋 웃으면서 다시 팔다리를 활개치다가 문득 아리아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웃어도 돼 아리아?" 
그녀의 입가엔 옅은, 하지만 분명한 윤곽이 드러나보이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예. 웃어도 돼요." 
"진짜지? 진짜 웃어도 돼지?" 
장난기 섞인 듯한 아린의 말투, 유나의 그것과 닮아가는 그의 말투에 아리아 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아린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고 아린은 눈을 감고 아리아가 쓰다듬어주는 손의 감촉을 즐겼다. 부드럽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 려 약간은 까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따스했다. 그녀의 눈빛처럼. 
"에헤헤." 
아린은 활짝 웃으며 아리아에게 안겼다. 따스하고 포근했다. 그 상태로 아린 은 몸을 뒹굴거리며 잔디위를 뒹굴었고 그런 아린의 모습에 아리아가 째려보 는 눈초리로, 그러나 결코 화나지는 않은, 얄밉다는 표정으로 아린의 머리를 지긋이 눌렀다. 
"그렇게 풀밭에서 뒹굴면 기껏 빨아놓은 옷 다시 더러워질텐데요." 
아리아 힘이 보통 힘인가? 아리아야 지긋이 눌렀겠지만 눌린 아린은 꼼짝도 못 했고 그냥 벌렁 누운채 아리아의 얼굴을 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리아가 다시 빨아주면 되잖아?" 
생글생글 웃는 아린의 얼굴이 아리아의 눈에 비쳤다. 
"....자자 일어나요. 안 그러면 아린에게 빨게 할테니." 
순간 아리아가 벌떡 일어났다. 당연히 아리아의 무릎을 베고 있던 아린은 굴러떨어질수밖에. 
"우엥 너무해..." 
아린은 깔깔대며 아리아 품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다. 이번에는 그녀도 그를 뿌리치지 않고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아린은 활짝 웃었다. 행복했다. 
"아리아." 
"예?" 
"나 아리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저도요 아린." 



----------------------------계속-------------------------------------- 음냐냐 끝났디아 끝끝끝... 누가 내 엔딩 듣더니 와 진짜 악랄하다 라고 하던디.... 그런가? 
번 호 : 18500 / 18501 등록일 : 1999년 09월 12일 18:52 등록자 : BEECHUN 이 름 : 홍승식 조 회 : 27 건 제 목 : 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Epilogue [나우누리] 


『SF & FANTASY (go SF)』 48828번 
제 목:Template:초룡전기 카르세아린 -Epil...- 
올린이:벗꽃aoi (임경배 ) 99/09/12 16:23 읽음:611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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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전기 카르세아린 (Kalsearin) 




-Epilogue- 
대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어느 대지가 있었다. 위도 아래도 좌우도 없는 완 벽한 허공간 속의 어느 한 점 위에. 그 드넓은 공간의 시작과 끝을 잇는 기둥이 하나 서 있었다. 
원. 가장 완벽한 도형. 선. 도형의 근본. 이 두가지는 서로 엉키고 어우러 져 하나의 거대한 탑을 이루었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구체의 부유 건축 물이 탑 주위를 감싸고 있다. 
나선. 탑의 발치에서 보이지 않는 그 끝까지. 빛의 나선이 두겹으로 탑을 휘감고 있다. 탑 전체도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흡사 달무리같은. 
탑의 내부. 그곳은 현실계의 공간은 아니다. 탑의 외부가 그러하듯. 그저 존재할뿐 정형화 되어있지는 않다. 
끊임없는 빛 그 자체. 그곳에 수백여개의 빛이 부유한다. 이른 봄.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듯, 보이 지 않는 마나의 기류에 휩쌓여, 빛의 덩어리가 부유한다. 세계와 세계의 틈. 6000년 전 한번 사용되었던 이것은 지금도 일족의 후예 들을 포용한 채 모두의 시선 밖에서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14개의 빛의 덩어리들이 있었다. 알과 같은 형태를 한, 그러나 결코 물질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닌 거대한 빛 의 광구들. 붉은색, 푸른색, 금색, 녹색.... 빛의 구체. 이것이 바로 위대한 존재 드래곤의 근원된 모습. 그들의 가장 최초의 모습이자 육체와 정신이 뒤섞인 혼돈의 모습. 
그러한 공간의 한켠. 이미 알에서 깨어난 한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 꼬리를 둥글게 머리까지 감은 이 칠흑색의 드래곤은 머나먼 꿈을 꾸는듯 평화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문득 드래곤이 몸을 뒤척였다. 꿈을 꾸는 것일까? 그렇게 언젠가 다시 깨어날 그날을 기다리며 블랙 일족의 아이, 에어린은 조 용히 잠들어 있었다. 
-THE END-